中宗(656-710) 이현(李顯)은 당의 제4대 황제로 고종의 7남이다. 고종 붕어 후 황제에 올랐으나 폐위됐다가 705년 모친 측천황제 퇴위 후 다시 황제에 올랐다. 그러나 부인 위황후와 딸 안락공주에게 독살당한 비운의 황제다.

고종과 무측천의 3남으로 태어났다. 두명의 동복 형이 태자가 되었지만 나란히 측천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태자가 되었으나 공손하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682년 장남 이중윤이 태어나자 고종은 손자의 탄생을 기뻐해 연호를 영순(永淳)으로 바꾸고 어린 손자를 황태손에 책봉했다. 683년 고종이 사망하자 새 황제에 즉위했다. 측천은 황태후가 되었다. 중종은 부인 위황후의 기세에 눌리는 공처가였다. 시어머니를 지켜본 위황후는 자신도 권세를 휘두르고 싶었다. 친정 아버지 위현정을 예주자사로 승진시킨 후 요직인 문하시중에 발탁했다. 당연히 무측천은 격노했다. 고종은 임종시 대제유조(大帝遺詔)라는 유서를 남겼다. 그 내용중에 “정치와 군사에 관한 중요한 일 가운데 만약 황제가 결정하지 못할 경우 천후의 의견을 듣도록 하라”는 대목이 있었다. 자신의 인사권에 도전한 자식을 용납할 측천이 아니었다. 684년 2월 재위 54일만에 중종은 황제의 자리에서 쫓겨났다. 여릉왕으로 지위가 격하되고 연금되었다. 재상 배염과 중신 유위지가 합심해 황제 폐위에 나섰다. 측천은 자신의 넷째 아들 이단을 황제로 옹립했다. 예종이다.

폐출된 중종은 호북성 방주로 쫓겨났다가 다시 군주로 옮겨졌다. 다음해 3월 다시 방주로 돌아간 중종은 이후 15년간 그곳에서 유폐생활을 인내해야 했다. 그 사이 이경업의 난이 일어나 천하가 요동쳤다. 690년 측천은 무주 왕조를 세우고 스스로 황제가 되었다.

말년에 접어든 여황제는 후사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친정 조카인 무승사와 무삼사는 간절히 태자 책봉을 원했다. 재상 적인걸은 “황제께서 아들을 세우시면 천만년 뒤에도 태묘에 모셔지겠지만 조카를 세우시면 아직 조카가 태묘에 고모의 신주를 모셔놓고 제사를 올렸다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고 건의했다. 여릉왕을 다시 궁중에 부르도록 설득했다.

698년 3월 병 치료를 이유로 여릉왕 일가를 낙양으로 불러들였다. 무승사의 태자 책봉의 꿈은 허사가 되었다. 이 충격으로 화병이 도져 세상을 떠났다. 측천이 여릉왕을 다시 불러들인 이유는 우선 조카보다는 아들이 사후 자신의 명예를 더 잘 지켜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세상 민심이 이씨 황실에 동정적인 점도 중요한 고려사항이었다. 태종과 고종의 선정을 잊지 못하는 백성들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친정인 무씨 가문에 변변한 인재가 없었다는 현실적 제약을 빼놓을 수 없다. 무승사 무삼사 무의종 등은 범용한 인물로 자신의 사후 무씨 천하를 지탱할만한 재목이 아니었다.

705년 재상 장간지의 궁중 쿠데타가 성공해 측천이 퇴위하고 이현이 다시 황제가 되었다. 황후가 된 위씨는 뒤를 이을 후사가 없었다. 아들 중윤과 딸 영태공주 남매가 장씨 형제를 비방했다는 죄목으로 측천에게 살해되었다. 권력만이 유일한 삶의 위안처였다. 그녀는 딸 안락공주를 무삼사의 아들 무승훈에게 출가시켰다. 이에 무삼사 집안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710년 6월 위황후와 안락공주는 공모해 중종을 신룡전에서 독살했다. 위황후는 제2의 무측천을 꿈꾸었다. 중종의 아들 이중무를 새로이 황제에 오르게 하고 상왕 이단을 태위로 삼았다. 그녀는 오빠 위원과 안락공주와 더불어 새 황제를 해칠 것을 모의했다. 예종의 셋째 아들 임치왕 이융기는 쿠데타를 은밀히 준비했다. “은밀히 재주와 용기 있는 인사를 규합해 사직의 광복을 꾀한다”는 명분으로 위씨 일족의 전횡에 무력행사로 맞선 것이다. 6월 쿠데타를 성공시켜 위씨 일족을 죽이고 상왕 이단이 이중무의 양위를 받아 다시 황제가 되었다. 쿠데타에 참여한 갈복순은 “말채찍 높이 이상은 모두 베어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융기는 평왕에 봉해졌다가 황태자로 책립되었다. 이후 현종으로 즉위해 개원지치(開元之治)라는 선정을 베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