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채용, 정교한 제도 보완 필요하다
2017년 11월 28일(화) 00:00

[김명지 광주대학교 신문방송학과 4학년]

내년 상반기 취업 시즌을 앞두고 취업 가에서는 ‘블라인드 채용’이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입사지원서에 신체 조건이나 학력 등을 기재하지 않는 등 선입견이나 차별적 요소를 배제하고,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 채용 방식이다.

지난 7월 5일 정부는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322개의 공공기관 전체가 블라인드 채용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이후엔 149개의 지방 공기업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이 진행되었으며, 현재는 민간 기업 및 대기업으로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과연 이 새로운 시도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봐야 할까.

우리나라 채용 과정에서 실력 이외의 차별적 요소들이 작용되고 있는 인식이 강한 것이 현실이다. 학연, 지연, 혈연 등 흔히 말하는 ‘인맥’이 대표적이다. 취업 준비생들은 “열심히 노력해도 필요 없다 어차피 아는 사람 뽑을 텐데…”라고 하소연을 한다. 개인의 능력과 적성이 아닌 인맥 등이 중시되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스펙 경쟁에서 벗어나 다양한 배경의 인재가 많이 등용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대부분의 취업 준비생들은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찬성하고 있다. 프로필 사진 작업이나 의상 구입을 하는 것처럼 업무와 관련 없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안도감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꾸준히 노력해서 얻은 결과물인 학력과 학점을 포기하라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내 상품가치를 늘리기 위해 고생했는데 왜 불이익을 받아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더불어 “블라인드 채용에서도 드러날 수 있는 새로운 스펙과 경험은 어떻게 쌓아야 하느냐”며 오히려 취업 준비가 막막해졌다고 토로하는 취업 준비생의 수도 적지 않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마다 채용 기준이 불분명해 실효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블라인드 채용은 ‘암막 블라인드 채용’이다. 불필요한 요소만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직무에 필요한 요소들까지 전부 가리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된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사람에게 동등한 기회 제공, 직무 능력 중심의 채용 방식 도입이다. 그러나 전공과 성적, 자격증 등 직무 관련 정보마저 기재할 수 없다는 것은 모순적이다. 마치 기초부터 차근차근 시험에 대해 준비해오던 사람과 시험 직전 특정 과목만을 벼락치기로 공부한 사람이 같은 시험장에 있게 되는 것과 같은 불합리함이 생긴다는 것이다.

직무에 적합한 인성과 열정, 태도만으로 능력을 평가하기엔 한계가 존재하며, 평가 자체도 쉽지 않다. 자신의 역량을 꾸준히 키워오던 사람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 또한 자신을 차별화 하고 직무와 관련된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불안감에 ‘제3의 스펙’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이로 인해 취업 준비생들은 어떤 스펙을 쌓아야 할지 고민하며 이색적인 스펙, 독특한 경험을 위한 사설 학원의 문을 다시 두드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옳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스펙 경쟁을 통해 입사한 신입 사원의 조기 퇴사율은 늘어만 가고 있으며, 퇴사 이유의 30%는 직무 부적합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스펙 위주의 채용은 기업과 취업 준비생 모두에게 독약이었기 때문에 채용 방식의 변화는 꼭 필요했다.

다만 블라인드 채용을 긍정의 시각으로만 바라보기엔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발생 가능한 잠재적 결과를 예측할 정교한 제도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각 기관 및 기업들 역시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 적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지의 역량도 점검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향후 더 많은 문제들이 생겨날지도 모르는데 너무 성급한 도입이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더욱이 블라인드 채용 도입은 취업 준비생들 개개인의 문제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되는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전면적인 실시에 있어서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마냥 가려버리는 ‘블라인드’가 아니라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는 것을 걸러내는 ‘체’일지도 모른다. 체의 구멍은 ‘적당한 크기’여야 한다. 이 적당함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숙제가 아닐까.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