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 광주녹색교통운동 대표] 교통문화는 선진국의 척도
2017년 02월 07일(화) 00:00
우리는 ‘교통’이라는 질서 속에서 살다 마지막 가는 순간까지 교통을 이용한다. 교통(Traffic)이라 함은 보행에서부터 하늘을 나는 비행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아우른다. 즉 사람뿐 아니라 모든 사물의 이동에는 교통이라는 개념이 적용된다.

이동의 순간에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필연적으로 질서가 필요한 이유다. 20여 년 전 서울에서 살다 고향 광주로 주거지와 직장을 옮긴 뒤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일은 운전이었다. 서울에서 하던 대로 운전하면 항상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다.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앞섰다.

직진차가 1차로(좌회전 차로)에서 대기하고, 직진 차로에서 깜박이도 켜지 않은 채 좌회전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운전규칙과 질서가 무의미하고 먼저 가는 게 ‘장땡’이었다. 이런 혼돈이 한참 계속되었다.

처음에는 접촉사고를 몇 번 당하기도 해서 그 후로는 상대차량 운전자의 의중을 미리 파악해야 했다. 운전 스트레스가 심했다. 그런데 6개월 지난 뒤 나도 모르게 이런 운전습관을 점점 닮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창피함이 나를 슬프게 했다.

물론 서울에서도, 선진국에서도 불량운전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광주는 유독 심한 것 같다는 생각과 교통질서를 지킨 사람만 손해 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가끔 타지방에서 온 손님을 안내하고 광주를 소개할 때가 있는데 민주화의 도시, 문화의 도시라고 자랑한 것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업무 때문에 대구에 출장가는 일이 종종 있다. 모든 면에서 대칭되는 두 도시이다 보니 서로 경쟁하고 비교해서 보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교통질서 의식과 문화만큼은 아직 대구에 뒤쳐져있다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 간선도로나 지선도로의 경우 불법주정차 실태를 대구와 비교했을 때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광주의 경우 일부 도로는 주차장이나 다름없고, 양측 주차로 차량교행이 되지않는 도로도 흔하다.

인도나 보행로에 늘어선 온갖 물건들, 무질서하게 주·정차 되어있는 차들 때문에 불편과 사고를 유발하는 광주의 자화상, 도심에서는 자전거가 가장 편리하고 빠른 교통수단이지만 열악한 인프라와 운전자들의 배려심 부족으로 자전거타기가 무서운 현실들…. 10여 년 전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녹색교통운동에서 적극적으로 홍보와 캠페인을 했을 때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이 3.5%를 웃돌았는데 최근 1.7%로 떨어졌다.

선진국 교통역사를 보면 보행→자전거→오토바이→승용차 순이었으나 다시 녹색교통 수단으로 회귀하고 있다. 즉, 승용차→자전거→보행 순으로 갈수록 도심에서 자전거 이용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광주의 현실은 뒷걸음치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교통문화에서는 브라질의 ‘꾸리치바’시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공해를 일으키는 교통수단(Red Mode)에서 친환경 수단(Green Mode)으로 획기적 변화를 일궈낸 도시다. 행정과 시민이 손을 맞잡아 이뤄낸 결과다. 불과 몇십 년 전 지방의 작은 가난한 중소도시에서 친환경 도시로 탈바꿈,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 광주도 다행히 최근에는 관련지표와 사고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니 퍽 다행스런 일이다.

민주화와 문화의 도시로 자부심을 느끼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앞장서야 한다. 교통문화와 질서의식이 가장 앞서는 도시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시민 스스로 교통문화와 의식을 바꾸고, 행정이 시민과 소통으로 적극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곳에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살피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명실상부한 민주화 도시, 문화의 도시, 쾌적하고 살기좋은 도시로 세계인이 한번쯤 와보고 싶어하는 도시로 만들어가고 싶은 것은 나만의 바람이고 꿈일까? 우리 모두의 꿈이 이루어질 때까지 함께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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