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고 '아트시네마'] ⑪ 인스티튜트 뤼미에르
2016년 12월 08일(목) 00:00
뤼미에르 형제 첫 영화 찍었던 그 공장 ‘영화창고’로 재탄생

뤼미에르 형제가 1895년 촬영한 세계 첫 영화 ‘공장을 떠나는 노동자들’의 배경이 된 공장은 지금 ‘첫 영화 창고’(First -Film Hangar)로 리모델링됐다. 영화 장면을 재현한 대형 판넬이 인상적이다.

파리에서 고속 전철로 2시간이면 도착하는 리옹은 프랑스 제2의 도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고, ‘미식의 도시’로 불릴 만큼 맛깔스런 음식으로 유명하다. 또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어린왕자’의 저자 생텍쥐베리의 고향이기도 하다.

리옹은 무엇보다 ‘영화’와 뗄 수 없는 도시다. 이 곳은 ‘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뤼미에르 형제의 고향이다. 두 사람은 프랑스 중부 지방 브장송에서 태어났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리옹에서 보냈고, 그들을 상징하는 ‘영화적 성과’ 역시 리옹에서 만들어졌다.

뤼미에르 형제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몽플레지 뤼미에르 역’의 ‘인스티튜트 뤼미에르’(Institut Lumiere)다. 역을 빠져나오면 뤼미에르 형제를 비롯해 챨리 채플린 등 영화인들의 초상이 그려진 대형 구조물이 반긴다.

박물관으로 쓰이는 빌라를 비롯해 영화 공장, 공원 등을 모두 아우르고 ‘인스티튜트 뤼미에르’는 1895년 영화의 탄생을 알린 바로 그 현장에 자리하고 있다. 주소 역시 ‘첫영화 거리’라 이름 붙여져 있다.

뤼미에르 가족이 1902년부터 1960년대까지 머물렀던 ‘빌라’와 함께 ‘뤼미에르 구역’으로 불리는 이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첫 영화 창고’(First -Film Hangar)다. 뤼미에르 형제가 그들이 발명한 시네마토그래프(영화를 뜻하는 ‘시네마’라는 단어는 이 용어에서 유래한다)로 1895년 3월 19일 촬영한 첫 영화가 50초 분량의 ‘공장을 떠나는 노동자들’(Works Leaving the Factory)이다. 뤼미에르 형제는 자신들이 운영하던 영화·사진 관련 ‘뤼미에르 공장’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촬영했고, 그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이곳이다. 당시 공장에는 200여명의 노동자가 근무했다.

이 작품은 그해 6월 리옹에서 상영됐고, 1895년 12월 28일 파리 그랑 카페에서 ‘기차의 도착’ 등과 함께 ‘돈을 받고’ 상영한 첫 영화로 기록된다.

배경으로 등장했던 ‘공장’은 화재 등으로 방치돼 있다가 리노베이션 과정을 거쳐 ‘첫 영화 창고’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의 뼈대를 옛 모습대로 살린 게 특징으로 백년이 넘은 나무 골조와 함께 금이 간 시멘트 벽 등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바깥 쪽에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재현한 실물 크기의 판넬이 서 있어 흥미롭다. 꼭 영화 속 한장면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1998년에는 이 공간 안에 영화 상영관을 오픈했다. 269석 규모의 극장은 해마다 열리는 영화축제 ‘뤼미에르 페스티벌’ 극장으로 활용되며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영화를 상영한다.

뤼미에르 박물관은 주민들 사이에서 ‘성’(castle)으로 불렸던 뤼미에르 저택을 활용했다. 오귀스트 뤼미에르의 침실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을 비롯해 그들이 발명한 최초의 시네마토그래프, 영사기와 촬영기 등 각종 영화 기기는 물론 ‘기차의 출발’ 등 영화사에 의미있는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또 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에디슨 관련 자료 등 영화의 역사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다.

‘인스티튜트 뤼미에르’가 해마다 주최하는 ‘뤼미에르 페스티벌’은 전 세계인들의 영화축제다. 행사는 뤼미에르 저택의 정원과 영화창고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방문한 날은 마침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으로 박찬욱의 ‘아가씨’ 등 한국 영화도 초청됐고 올해는 프랑스 여배우 카느린느 드느브 영화가 집중 상영됐다.

저택을 둘러싸고 있는 ‘영화인의 벽’(Filmmakers Wall)에는 마틴 스콜세시 등 전 세계 200여명의 영화인들의 사인과 사진 등이 전시돼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인스티튜트 뤼미에르는 리옹 시내에 예술영화관도 운영하고 있다. ‘개미’라는 뜻의 ‘르 푸르미’가 대표적인 공간으로 극장을 구입할 이가 없어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옛 민간 영화관을 인수해 지난해 문을 열었다.

극장은 63석, 39석, 33석 3개 극장으로 구성돼 있으며 예술영화를 주로 상영하지만 개봉 2∼3주된 작품들도 함께 틀고 있다. 방문한 날은 마침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상영중이어서 반가웠다.

“다시 문을 연지 얼마되지 않아 관객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지만 1년에 5만 관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극장을 표방한다. 목요일 저녁에는 다양한 주제로 시네클럽을 운영하고 , 수요일과 금요일은 관객과의 대화도 꾸준히 열고 있다. 한국 영화도 인기가 많다.”

열렬한 한국영화 팬인 푸르미 극장 매니저는 “새로 문을 연 극장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끝〉

/mekim@kwangju.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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