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창고 '아트시네마'] <7>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전세계 영화팬들 성지 필름 40만점 도서관엔 영화자료 60만점
2016년 11월 28일(월) 20:21

2005년에 파리 베르시 공원으로 이전한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개리가 설계한 건물로 영화 상영관, 도서관 등을 갖추고 있다.

영화의 탄생지인 프랑스는 말 그대로 영화의 천국이다. 특히 파리 시내에만 80여개의 예술극장이 운영돼 시민들은 전 세계 다양한 영화들을 마음껏 섭렵하고 있다. 파리 구석구석 자리잡은 작은 예술영화관들을 소개하기 전, 프랑스 영상문화를 대표하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Cinematheque Francaise)를 먼저 만나본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영화 수집광이자 ‘시네마테크 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양리 랑글룽이 1936년 창설한 데서 출발한다. 장 뤽 고다르, 프랑스와 트뤼포 감독 등 열혈 청년들의 토론의 장이기도 했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1964년부터 샤이오궁에 터를 잡았다. 현재의 자리로 옮긴 건 지난 2005년으로 1994년부터 미국문화센터가 쓰던 공간이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베르시 공원에 자리하고 있다. 다리 하나를 건너면 웅장한 미테랑국립도서관이 위용을 자랑한다. 청명한 가을날, 공원을 가로질러 시네마테크 프랑세즈 앞에 섰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개리가 설계한 건물은 그의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낸 ‘곡선 모양’이 인상적이다. 건물 안내를 담당한 직원은 “워낙 설계가 복잡하고 변화무쌍해 직원들도 가끔 공간을 헷갈린다”고 우스갯 소리를 했다. 시네마테크와 함께 건물 자체를 보려는 방문객도 많다고 전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 데이터베이스로 손꼽히는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자료를 보존, 복원하는 것이 주 임무로 전세계 영화 40만여개의 필름을 소장하고 있다. 동시에 고전·영화를 꾸준히 상영하는 영화의 보고(寶庫)로, 프랑스 뿐 아니라 전 세계 ‘시네필들의 성지’로 꼽힌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규모가 훨씬 큰 곳으로 이전하면서 더욱 충실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방문객 역시 이전보다 2배 가량 늘었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다양한 영화를 상영하는 3개(80석·200석·400석)의 상영관과 영화 박물관, 특별전 등을 진행하는 전시관, 영화 관련 자료를 보유한 영화도서관, DVD, 포스터 등 영화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숍, 카페, 교육을 진행하는 아뜰리에 등을 갖춘 복합공간이다. 시네마테크의 주 프로그램은 기획전과 회고전으로 매년 30여개를 진행한다. 감독과 배우 오마주전을 비롯해 촬영감독 등 테크니션들을 테마로 영화제를 진행하기도 하며 다양한 ‘주제’를 선정해 영화를 집중상영한다. 프랑스 뿐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의 영화가 상영되며 지난해 겨울에는 임권택 회고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파리 작은 예술영화관들이 관객층 노령화로 고전하고 있는 데 반해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젊은 관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연간 관람객은 20만명 수준으로 젊은층이 4500~5000명 정도를 차지한다. 성인과 청소년들을 전용 ‘시네클럽’을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3세부터 14세를 대상으로 나이에 따라 세세하게 진행하는 어린이 프로그램과 가족 프로그램이 인기다. “수요일과 일요일 오후에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상설로 상영하고 있습니다. 또 아뜰리에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직접 영화를 만들어보고 영화와 관련된 다양한 기획에 참여하면서 흥미를 갖도록 합니다. 어릴 때 경험이 중요하기 째문이죠.” 디렉터 장 프랑수와 르웰은 “최근 몇년 사이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과 발전을 보이고 있는 프로그램이 바로 어린이 대상 기획”이라고 말했다. 예산은 국가가 80%를 지원하지만 운영은 철저히 자율권을 주고 있다. 기존 극장과도 연대를 추진, 회고전을 진행할 경우 일부 독립영화관들과 함께 상영회를 진행하기도 한다. 특별 전시회는 이곳의 자랑 중 하나다. 지난해에는 마틴 스콜세지 특별전을 열어 호응을 얻었고 취재진이 방문한 날은 카메라, 영사기 등 다양한 영화 장비들을 만날 수 있는 ‘멜리에스부터 3D영화까지-영화 기자재전’이 개막했다. 영화 120년 역사를 테크니컬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는 이번 전시는 영화 기술의 진보를 한눈에 느낄 수 있어 흥미로웠으며 첫날부터 많은 관객이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상설로 운영되는 영화 박물관도 이색적이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가 보유하고 있는 카메라 등 기존 소장품과 함께 ‘세상의 모든 아침’, ‘시라노’ 등 영화 촬영 시 제라드 파르디유 등 영화배우들이 실제 입었던 의상들이 전시돼 있다. 영화 도서관은 방대한 소장 자료가 눈길을 끈다.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선 도서관은 여러개의 소규모 공간으로 나눠줘 이용객들이 안락한 환경에서 자료들을 챙겨 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소장품은 DVD, VHS, 서적, 영화 4만 6000여 점과 사진과 문서 등 60만점에 달하며 이중 14만여점은 디지털화 작업도 완료했다. “영화는 보존되어야하고 지켜져야 합니다. 그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이곳이고 영화의 박물관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의 기능이 단순히 보관만 하는 게 아닌 것처럼 이곳도 낡고 파괴된 영화 관련 자료를 구해내고 가치를 다시 찾아주는 역할을 함과 동시에 영화 상영, 전시 등을 통해 많은 이들과 그 산물을 공유하려 합니다. 오래 전 프랑스의 젊은 시네아티스트들이 시네마테크를 통해 성장했듯,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공간이 그런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장 프랑수와 로렐은 “젊은 세대들에게 ‘고전영화’를 보여주자는 목적도 함께 가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세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적극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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