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전남의 리아스식 해안]<5>보령호 복원사업 추진] 방조제 허물어 간척 이전 상태로 … 해수 유통시켜 수질 개선
2016년 10월 31일(월) 00:00

충남 보령시 오천면과 천북면을 잇는 보령 방조제는 길이 1082m로 지난 1997년 준공됐다. 방조제가 들어서면서 해수 유입은 차단됐고 인공 호수인 보령호(사진 위쪽)가 만들어졌다. 충남도가 지난 7월 보령호 수질 개선과 하구 갯벌 복원을 위해 방조제 문을 열고 해수를 유입시키는 역간척 사업 계획을 발표하자 담수화사업을 벌여온 한국농어촌공사가 반발하고 있다. 〈충남도 제공〉

역간척(逆干拓).

간척사업으로 생긴 제방(방조제)이나 육지화한 땅을 허물어 간척하기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는 일을 이르는 말이다.

갯벌을 비롯한 자연 상태의 해안의 생태적, 경제적, 심미적 가치가 금전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역간척은 시작됐다.

국내에서 현재 역간척 논의가 가장 뜨겁게 진행되는 곳은 바로 충남이다.

충남은 1년여간 준비를 거쳐 보령호(보령방조제) 등 2곳을 역간척 대상지로 선정하고 중장기 복원 계획을 수립 중이지만, 중앙정부는 “역간척을 하면 그간 투입된 2000억여원의 사업비가 매몰되고 농업용수 확보에도 비상이 걸린다”며 반대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충남도, 보령호 역간척 사업 ‘시동’= 충남도는 지난 7월 역간척 사업 대상지로 보령호(보령방조제)와 서산 고파도 폐염전을 선정했다.

역간척 사업 의지를 밝힌 충남도가 지난해 3월부터 수행한 용역(연안 및 하구 생태복원 방안 연구용역) 결과, 생태복원 시범사업지로 보령호와 고파도 폐염전이 가장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역간척 대상지 결정에 앞서 충남도는 도내 279개 방조제와 54곳의 폐염전의 현황을 두루 살폈다.

담수호 수질과 해역의 종(種)다양성 등 환경적 측면, 간척지·방조제 등이 개발 목적대로 그 기능을 실질적으로 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졌다.

특히 물리적·환경적 평가와 함께 복원에 따른 경제성, 복원 후 활용 방안을 평가했다. 기초단체장의 역간척 추진 의지, 지역 주민들의 호응도 등 사회·정책적 평가도 진행했다.

현장조사를 거쳐 역간척 사업의 최종 대상지로 선정된 보령호는 보령시 오천면에서 천북면까지 1082m의 물길을 막아 조성한 인공호수다.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1997년 10월 최종 물막이 이후 보령호는 수질이 나빠지면서 애초 계획과 달리 농업용수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상태였다. 보령호 상류에 위치한 축산농가들이 배출하는 가축 분뇨 등 오염물질이 방조제에 막혀 갯벌에 쌓이면서 농업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5∼6등급(총 유기 탄소량 기준)으로 나빠진 것이다.

해수 유통이 차단되면서 이 일대 갯벌 면적도 크게 줄어들었고 어족 자원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보령호와 함께 복원 대상 사업지로 서산시 팔봉면 가로림만의 고파도 폐염전이 선정됐다. 이곳은 지난 1940년대 방조제 건설로 바닷물이 차단된 이후 1960년에는 염전으로 이용됐다. 2000년대 들어 양어장으로 활용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별다른 이용 없이 방치돼 있다.

◇복원은 어떻게 진행되나= 충청남도 연안 및 하구 생태복원방안 연구용역에 따르면 보령호 복원 사업의 경우 수질 개선이 최우선 목표로 수립됐다.

홍수기 등 재해 위험시기를 제외하고 상시로 배수갑문을 개방해 해수를 유통시켜 나빠진 수질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충남도는 일단 보령호에 바닷물이 유통되면 현재 6등급으로 떨어진 수질이 2등급까지 개선되고, 자연스럽게 생태계 복원과 수산자원 증가 등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수 유통을 통한 수질 개선과 갯벌 복원, 어류·조류 서식처 조성 등을 통해 생물 다양성도 확보할 계획이다. 이 같은 구상이 실현되면 보령호는 갯벌 체험 공간과 생태관광 기반시설 등을 갖춘 갯벌 생태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보령시의 경우 보령호 주변을 순천만을 모델로 국가정원 및 지방정원으로 지정하려는 의지도 갖고 있다고 충남도는 설명했다.

서산시 팔봉면 가로림만의 고파도 폐염전의 경우 충남도는 이르면 내년부터 고파도에 설치된 300m가량의 방조제 2개를 없애 해수 순환이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해수 유통을 통해 갯벌 고유 기능을 회복해 생태공간으로 조성한다. 충남도는 이곳에서도 역간척이 이뤄지면 생물 다양성이 확보되고 주민 소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령호 역간척, 중앙정부 협조가 관건= 충남도는 지난 9월 이 같은 내용의 보령호, 고파도 폐염전 역간척 사업 등 9가지 정책으로 된 ‘충남의 제안’을 9월 국회와 중앙정부에 제안했다.

충남도가 자체적으로 역간척 사업 대상지를 선정하고 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보령호의 경우 관리주체가 농림축산식품부(농어촌공사)로 돼 있어 중앙정부의 협조 없이는 사업 추진 자체가 불가능하다. 4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보령호 역간척 사업 예산 확보 역시 중앙정부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며, 나머지 정책 역시 중앙정부와 국회의 협조가 필요한 내용이다.

하지만, 환경 복원 사업에 의욕적인 충남과 달리 농어촌공사는 “보령호 역간척의 경우 충남의 일방적 발표에 불과하다”며 역간척 사업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농어촌공사는 반대의 이유로, 충남의 역간척 계획에는 농업용수 확보 및 저지대 침수피해, 환경 및 안전문제에 관한 준비나 대안이 담겨있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역간척을 추진할 경우 2300억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낭비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충남도와 중앙정부가 역간척 사업을 두고 마찰 조짐을 보이자 도의회 등 일각에서는 사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사업 속도조절을 주문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산업화시기 식량증산, 산업용지 확보 등을 위해 연안과 하구 개발이 활발했으나 최근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이전의 개발목적이 상실되고 되레 환경오염과 수산자원 감소 등 부작용이 더 큰 경우가 빈번하다”며 복원사업 필요성을 강조한 후 “중앙정부와 협의를 통해 역간척 등 생태 복원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형호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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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취재지원으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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