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의 다양한 가치관과 독립성은 인정돼야 합니다. 내외부에서 어떤 형태의 압력이나 비판으로 인해 판결이 좌지우지돼서는 안됩니다.”(판사)

“판사들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하고 있습니까? 개인의 철학과 인적 관계 등이 너무 크게 관여되고 있습니다. 재량이 남용되고 있는 겁니다.”(검사)

“성실하게 자신의 맡은 바를 묵묵히 하고 있는 지역법관들의 자괴감이 심할 것 같습니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한 것 아닙니까?”(변호사)

요즘처럼 판사, 검사, 변호사로부터 전화나 문자가 많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1000억원에 이르는 교비를 횡령한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씨의 보석 허가로 불거진 논란은 이제 지역법관(향판) 제도 자체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공정함’을 가장 큰 가치로 여기는 법조 3륜 모두 이 같은 양상에 곤혹스러워하는 듯하다. 요약한 것이지만, 이들의 주장은 대체로 맞는 말이다.

지역법관제는 사실 법관들의 인사 적체를 해소하면서 동시에 지역 실정이나 특성이 무시된 중앙 중심의 획일적인 판결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그로 인해 판결에 대한 내외부의 간섭은 최소화되고 다양한 가치가 존중되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특히 이 제도 이후 지역법관들은 중앙의 정치권력은 물론 그동안의 판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판단을 내려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올해로 10년째를 맞는 이 제도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최근 들어 자주 불거지고 있다. 특정 지역에서만 장기간 근무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연, 학연 등이 형성될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판결의 공정함을 상실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일부의 경우 이같은 오해를 받기 충분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전관예우로 대표되는 법조계의 해묵은 난제의 연장선상일 수 있다. 즉 인사 때마다 법관들의 근무처를 다른 지역으로 바꾼다고 해도 판결의 불공정 논란은 사라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민들은 대체로 법원이 변화에 둔감한 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 아무리 소통을 강조하고 친절하게 미소짓더라도 재판 당사자, 더 나아가 국민이 판결의 공정함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근 논란을 그저 제도의 잘못, 일부 향판의 잘못 정도로 치부하기보다는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는 법관의 가치관과 재량권을 어떻게 공정한 틀 속에 담아낼지를 법원이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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