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일자리 9만여개중 82%는 공공부문 한시직
2010년 01월 06일(수) 00:00 가가
<2>일자리 도시 광주 ① 일자리 현황과 문제점


광주·전남 젊은이들에게 취업 대란이라는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은 지 오래다.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려가고 있다. 지난 2006년 취업 원서를 받으려는 취업희망자들로 가득찬 기아차 광주공장. <광주일보 자료사진>
취업 대란의 한파가 젊은층을 옥죄는 질곡이 된 지 오래다. 특히 광주·전남 지방대 출신들에겐 수도권 대학생들에 비해 훨씬 두터운 벽이다. 일자리를 잡는 것도 녹록지 않은데,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는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광주시는 박광태 시장 취임 이후 여지껏 9만6천963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밝히고 있으며, 기아차와 삼성광주전자 등 지역 경제를 주도하고 있다는 대기업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매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대학생들은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가거나 다른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 올해 사상 최악의 고용 한파가 우려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광주·전남의 일자리 현황과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자.
◇ 질 낮은 일자리 양산,현실과 동떨어진 취업률=호남지방통계청이 내놓은 ‘2009년 11월 호남권 고용동향’에 따르면 이달 광주지역 취업자는 66만2천명으로 전년보다 1만7천명(2.6%) 늘어났고 전남도 91만7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천명(0.1%) 증가했다.
실업자는 광주는 1만8천명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5천명(23.1%) 줄었고 전남은 1만2천명으로 5천명(28.0%) 감소했다. 실업률도 광주는 2.6%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8%p, 전남은 1.2%로 전년 동기 대비 0.5%p 떨어졌다.
일자리가 늘어난 만큼 취업자도 증가하면서, 결국 실업자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실업자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동시장에 아예 나서지 않아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어 있는 실업자’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실업률은 통계청이 조사를 하는 기간을 기준으로 최근 4주 동안 구직활동을 했는데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밝힌 응답자를 실업자로 간주해 산출한다. 그전까지는 구직활동을 했는데도 조사 전 4주 동안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 것.
대학을 졸업한 뒤 아예 구직 활동을 포기했거나,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의 경우 실업률에는 반영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일자리도 비슷하다. 광주시는 박광태 시장이 선거 공약에 따라 지난 2006년 1만6천141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2007년 2만4천778개, 2008년 2만3천438개, 2009년 3만2천606개(3분기까지) 등 모두 9만6천963개의 일자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공약에서 내놓은 13만4천369개의 72.1% 수준이다.
반면, 속내용을 들여다보면 사뭇 거리가 있다. 안정된 직장에 들어간다는 것을 취업이라고 본다면 일자리로 보기 힘들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이 증가 수치에는 ‘공공부문 청년인턴제’, ‘희망근로사업’ 등 공공부문 일자리가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광주시가 창출한 9만6천963개의 일자리 중 8만216개(82.7%)가 공공부문 일자리로, 고용 기간이 6개월∼1년 안팎인 단기 일자리를 제공한 수준에 그쳤다. 결국 단순 업무 보조나 아르바이트 성격이 짙어 고용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젊은층의 실질적인 취업난 해소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 고용 없는 성장, 고용 없는 수출= 통계청이 파악한 경제 성장률 추이는 광주가 2001년 3.4%에서 2002년 9.5%, 2003년 1.6%, 2004년 1.5%, 2005년 6.5%, 2006년 6.5%, 2007년 3.7%를 기록하고 있다.
또 광주의 지난 2008년 지역내 총생산(명목)은 22조5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2천억원(5.5%) 증가했고 전남도의 경우 지역내총생산 규모는 52조7천770억 원으로 1년 전의 47조210억 원에 비해 12.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같은 경제 성장과 고용의 연관성도 약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기가 살아나도 취업자가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수출의 취업유발 효과도 낮아졌다.
삼성광주전자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 2조3천657억, 영업이익 494억원 등 사상 최대규모의 성과를 냈지만, 고용 증가는 300명 정도에 그쳤다. 기아차 광주공장도 지난해 쏘울의 해외 주문이 밀려들면서 600억원을 투자, 생산체제를 42만대에서 50만대로 늘려 잡을 계획이지만 고용 인원을 늘린다는 소식은 없다. 성장해도 고용은 그만큼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 자료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큰 폭의 일자리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내년 경제에 고용없는 회복이 현실화할 경우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위축과 내수 기업의 투자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서울로, 서울로, 텅비는 지방= 일자리가 없다보니 젊은이들은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려가고 있다.
서성우(29)씨는 지난해 2월 전남대 기계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한 뒤 삼성물산㈜ 상사부문 해외영업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씨와 함께 졸업한 72명의 같은 학과 동료들 중 54명(88.5%)이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광주·전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료들이 많다. ‘선호하는 괜찮은 일자리’가 없다는 것, 이들이 타향살이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서씨는 “공대생들의 경우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광주·전남에는 삼성광주전자와 기아차 광주공장을 빼면 거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내놓은 지난해 초 ‘광주·전남지역 인구와 경제성장간 관계 분석’ 에 따르면, 광주·전남 인구는 410만명에서 330만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광주는 65만명에서 145만명으로 늘어난 반면, 전남은 345만명에서 189만명으로 급감했다. 특히 지난 2000년∼2007년 사이에도 인구유출 비율(총인구 대비)은 8.0%로, 전북(10.0%)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고 유출인구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광주가 36%, 전남이 41%에 달한다. 전남의 청년층 타지역 전출 비율은 54.7%로 광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은 광주전남본부 관계자는“ 2000∼2007년중 광주·전남의 GRDP(지역내 총생산) 성장률이 각각 2.8%와 1.5%인 반면, 같은 기간 청년층 취업자는 광주 -1.8%, 전남 6.3% 감소하는 등 고용부진이 청년층의 탈 광주·전남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 부문 일자리가 축소되는데다, 올 2월이면 50만∼60만명에 달하는 고교·대학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불투명한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들의 명예퇴직 바람까지 불면서 고용 시장은 찬바람이 불 가능성이 크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기업 투자를 고용으로 연결시키고 청년층의 유출을 막아야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담보할 수 있다”면서 “이제 말뿐인 대책이 아닌, 실질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
광주·전남의 일자리 현황과 기본적인 문제에 대해서 살펴보자.
일자리가 늘어난 만큼 취업자도 증가하면서, 결국 실업자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실업자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동시장에 아예 나서지 않아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어 있는 실업자’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실업률은 통계청이 조사를 하는 기간을 기준으로 최근 4주 동안 구직활동을 했는데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고 밝힌 응답자를 실업자로 간주해 산출한다. 그전까지는 구직활동을 했는데도 조사 전 4주 동안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실업자에 포함되지 않는 것.
대학을 졸업한 뒤 아예 구직 활동을 포기했거나, 도서관에서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의 경우 실업률에는 반영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일자리도 비슷하다. 광주시는 박광태 시장이 선거 공약에 따라 지난 2006년 1만6천141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2007년 2만4천778개, 2008년 2만3천438개, 2009년 3만2천606개(3분기까지) 등 모두 9만6천963개의 일자리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이 공약에서 내놓은 13만4천369개의 72.1% 수준이다.
반면, 속내용을 들여다보면 사뭇 거리가 있다. 안정된 직장에 들어간다는 것을 취업이라고 본다면 일자리로 보기 힘들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이 증가 수치에는 ‘공공부문 청년인턴제’, ‘희망근로사업’ 등 공공부문 일자리가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광주시가 창출한 9만6천963개의 일자리 중 8만216개(82.7%)가 공공부문 일자리로, 고용 기간이 6개월∼1년 안팎인 단기 일자리를 제공한 수준에 그쳤다. 결국 단순 업무 보조나 아르바이트 성격이 짙어 고용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젊은층의 실질적인 취업난 해소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 고용 없는 성장, 고용 없는 수출= 통계청이 파악한 경제 성장률 추이는 광주가 2001년 3.4%에서 2002년 9.5%, 2003년 1.6%, 2004년 1.5%, 2005년 6.5%, 2006년 6.5%, 2007년 3.7%를 기록하고 있다.
또 광주의 지난 2008년 지역내 총생산(명목)은 22조5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조2천억원(5.5%) 증가했고 전남도의 경우 지역내총생산 규모는 52조7천770억 원으로 1년 전의 47조210억 원에 비해 12.2%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같은 경제 성장과 고용의 연관성도 약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경기가 살아나도 취업자가 늘지 않는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수출의 취업유발 효과도 낮아졌다.
삼성광주전자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액 2조3천657억, 영업이익 494억원 등 사상 최대규모의 성과를 냈지만, 고용 증가는 300명 정도에 그쳤다. 기아차 광주공장도 지난해 쏘울의 해외 주문이 밀려들면서 600억원을 투자, 생산체제를 42만대에서 50만대로 늘려 잡을 계획이지만 고용 인원을 늘린다는 소식은 없다. 성장해도 고용은 그만큼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이 자료에서 “올해 한국 경제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큰 폭의 일자리 창출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내년 경제에 고용없는 회복이 현실화할 경우 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위축과 내수 기업의 투자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 서울로, 서울로, 텅비는 지방= 일자리가 없다보니 젊은이들은 지방을 떠나 수도권으로 몰려가고 있다.
서성우(29)씨는 지난해 2월 전남대 기계시스템공학부를 졸업한 뒤 삼성물산㈜ 상사부문 해외영업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서씨와 함께 졸업한 72명의 같은 학과 동료들 중 54명(88.5%)이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광주·전남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료들이 많다. ‘선호하는 괜찮은 일자리’가 없다는 것, 이들이 타향살이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서씨는 “공대생들의 경우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하지만 광주·전남에는 삼성광주전자와 기아차 광주공장을 빼면 거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내놓은 지난해 초 ‘광주·전남지역 인구와 경제성장간 관계 분석’ 에 따르면, 광주·전남 인구는 410만명에서 330만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광주는 65만명에서 145만명으로 늘어난 반면, 전남은 345만명에서 189만명으로 급감했다. 특히 지난 2000년∼2007년 사이에도 인구유출 비율(총인구 대비)은 8.0%로, 전북(10.0%)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고 유출인구에서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광주가 36%, 전남이 41%에 달한다. 전남의 청년층 타지역 전출 비율은 54.7%로 광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은 광주전남본부 관계자는“ 2000∼2007년중 광주·전남의 GRDP(지역내 총생산) 성장률이 각각 2.8%와 1.5%인 반면, 같은 기간 청년층 취업자는 광주 -1.8%, 전남 6.3% 감소하는 등 고용부진이 청년층의 탈 광주·전남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 부문 일자리가 축소되는데다, 올 2월이면 50만∼60만명에 달하는 고교·대학 졸업생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불투명한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들의 명예퇴직 바람까지 불면서 고용 시장은 찬바람이 불 가능성이 크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기업 투자를 고용으로 연결시키고 청년층의 유출을 막아야 지역 경제의 활성화를 담보할 수 있다”면서 “이제 말뿐인 대책이 아닌, 실질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지을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