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믿고서 먹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흙은 농약에, 제초제에 병들어 가고 거기에서 나온 농산물은 믿고서 먹을 수가 없다고들 한다. 이런 문제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직접 재배해서 만들어 먹으면 된다. 바로 귀농을 말하고자 함이다.

귀농은 단순한 농촌으로 삶의 자리를 옮겨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해가는 삶의 장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광주·전남 귀농학교에 입학했다. 귀농학교는 귀농하는 시민을 위한 곳이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고 농사에 대해 관심있는 시민에게도 도움을 주는 곳이다. 2개월간 자연이 주는 수많은 기쁨과 혜택은 귀농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수입이었다.

현장 수업의 일환으로 녹색농촌체험 마을로 선정된 화순군 이서면 안심마을에서의 뽕나무밭 일손도와주기 체험과 청풍면 한지리에 있는 공방에 가서 농민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 허심탄회한 시간 속에서 아름다운 또 하나의 생명의 터전을 일구고자하는 창조적인 희망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물질적인 풍요와 삶의 편리함을 추구하며 살아가다보니 생명경시 풍조와 환경 생태계의 파괴로 인한 생존위기와 인간성 파괴라는 병리현상이 날로 심화되어 가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생명의 모태인 흙과 분리되어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불안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

결국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물질가치 중심에서 생명가치 중심으로, 대립과 분열, 경쟁과 갈등의 구조에서 조화와 일치, 협동과 화해의 구조로, 쓰고 버리는 삶이 아니라 물건을 소중히 여기며 다시 쓰는 삶으로, 그래서 죽임과 단절의 문명에서 상생과 순환의 문명으로 새롭게 바꾸어 내야 하는 것이다.

누가 이 일에 나서야 하는가. 누군가는 이 의식적인 창조사업에 동참해야만 이러한 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다.

농촌으로 귀농하는 것은 단순히 농촌에서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자연친화적, 생태적으로 새롭게 바꾼다는 의미로서 곧 새로운 삶의 선택인 것이다.

나주시 동강우체국장으로 8년 전 은퇴한 나로서는 귀농도 하나의 새로운 삶이다.

귀농학교에서 배운 농사와 관련 전반 지식과 경험은 이후 귀농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내가 먹을 음식은 내가 직접 재배해 먹을 때의 행복감은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인가.

카톨릭 선교사로 활동하는 아내와 함께 귀농해 알콩달콩한 남은 삶을 자연과 함께 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생명농사를 실천하는 이들에게 적은 것에서 행복을 나누고 살아가는 생명운동가들이라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은 분명 건강한 삶이다. 풍족함 속에서 병들어가는 세상에서 가치를 두고 서로서로 나누고 살아가는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싶고 그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아름다운 삶을 찾아서 떠나는 행복의 파수꾼들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