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같은 비극 되풀이 돼선 안된다는 절박함 투영했죠”
2026년 01월 06일(화) 19:20
나주 출시 박선욱 시인 시집 ‘무등산’ 펴내
박선욱 시인
12·3 비상계엄은 우리 현대사에 또 다른 상흔과 역사적 교훈을 남겼다. 무장한 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뇌리에 또렷이 각인됐다. 특히 80년 5월 참혹한 학살의 피해자인 광주시민들에게 12·3 비상계엄은 잊을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박선욱 시인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언어도단의 시대가 도둑처럼 왔다. 말문이 막히고 숨마저 막히는데 온갖 헛소리가 하늘을 찔렀다”고 했다. 그러면서 “형형색색 응원봉 흔들며 빛의 혁명으로 악귀를 물리쳤지만 천공을 찢는 더러운 소음은 여전하다”며 12·3과 이후의 혼란스러웠던 시간을 기억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만 1년이 지나고 새해를 맞았지만 5·18의 아픈 시간을 통과해온 지역민들의 내면에는 여전히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 일상이 무너졌지만 그럼에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힘은 아마도 ‘광주정신’으로 대변되는 의로움이 아니었을까.

최근 박 시인이 펴낸 시집 ‘무등산’(평사리)은 12·3 계엄 등을 모티브로 한 작품집이다. ‘무등산’이라는 제목을 전면에 내건 데는 남도 출신 시인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는 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집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2부, 3부는 12·3 계엄 이후의 치유와 회복, 일상을 다룬 시들로 채워졌다”며 “4부는 5·18 광주항쟁을 개괄하는 한편 12·3 계엄을 반추하자는 의미에서 23편의 연작시로 구성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박 시인은 “1982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늘 내면에는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었다”며 “당시 무크지로 발행되던 ‘실천문학’의 첫 번째 시인으로 문단에 나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가 이번 시집을 발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12·3 내란이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지만 “5·18에 관한 연작시를 쓴 것은 다시는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 돼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함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오열하는 무등산’이라는 시는 무등산을 광주시민으로 의인화한 작품이다. 당시 비극을 지켜봤던 무등산의 오감을 빌어 “양민을 도륙하는 국가 폭력”을 명징하게 고발한다.

“맨손으로 길거리에 나왔던 시민들을/ 무차별 구타하고 대검으로 찌르고/ 심지어는 도청 앞에서 애국가 소리에 맞춰/ 시민들을 향해 집단 발포까지 하는 마당에/ 어느 누가 양민을 도륙하는 국가폭력 앞에서/ 그저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오열하는 무등산’ 중에서)

독자들은 특히 광주시민들은 12·3계엄에서 80년 광주의 오월이 환기되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시민들에게 ‘윤석열’이 ‘전두환’으로 치환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마지막으로 박 시인은 “우리 후세들에게 12·3 내란에 대해 정확히 알리고 싶었다”면서 “나아가 80년 광주 항쟁이 오늘의 시대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도 숙고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 시인은 80년대 조진태, 이승철, 정삼수, 고규태, 김호균 시인들과 창작활동을 펼쳤다. 그동안 시집 ‘다시 불러보는 벗들’, ‘세상의 출구’, ‘회색빛 베어지다’ 등과 동화집 ‘모나리자 누나와 하모니카’, 청소년소설 ‘고주몽:고구려를 세우다’, 장편소설 ‘조선의 별빛: 젊은날의 홍대용’ 등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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