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끝, 예술의 판
2025년 11월 03일(월) 12:55
국립남도국악원 8일 진도 진악당 ‘명인전-끝:판’

이윤석 명인의 ‘말뚝이춤’(왼쪽)과 조오환 명인의 ‘엿타령’.<국립남도국악원 제공>

한 사람의 몸짓이 세월을 말하고, 한 줄의 소리가 인생을 그린다. 삶을 닮은 예술은 끊임없이 쌓이고 다듬어져 마침내 완성의 자리에 선다. 시대를 대표하는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 예술의 ‘끝판’을 펼친다.

국립남도국악원이 오는 8일 오후 3시 진도 진악당에서 기획공연 명인전 ‘끝:판’을 선보인다. 이름 그대로 우리 전통예술의 정점을 보여줄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매년 국악원이 마련하는 명인전은 명창·명무·명인을 초청해 그 기량의 정수를 무대 위에서 확인하는 자리다. 올해 공연은 ‘국악이 좋다’ 토요상설공연의 일환으로 무용·기악·판소리·연희를 아우르며 전통의 깊이와 흥을 한 무대에 펼친다.

공연의 문은 최경자 명무가 연다. 전 국립국악원 안무자이자 국가무형유산 학연화대합설무와 승전무 이수자인 그는 조선 순원왕후를 위해 초연된 궁중무 ‘춘앵전’을 재해석해 무대에 올린다.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춤사위로 고전의 품격과 절제미를 전한다.

이어 김일구 명인이 무대를 잇는다.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인 김 명인은 판소리와 기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김일구류 아쟁산조’를 선보인다. 낮게 깔리는 현의 울림과 함께 아쟁의 깊은 호흡이 전통의 묵직한 울림을 보여준다.

송재영 명창은 ‘춘향가’ 중 ‘신연맞이’ 대목을 들려준다. 전북무형유산 심청가 예능보유자이자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인 그는 세밀한 감정선과 밀도 있는 소리로 춘향의 마음을 정갈하게 그린다.

이후 조오환 명인이 등장해 전라도 특유의 해학과 흥을 더한다. 전남무형유산 조도닻배노래 예능보유자이자 진도엿타령 보유자인 조 명인은 ‘비는소리’ ‘장타령’ ‘뱀타령’ ‘엿타령’ 등을 잇달아 선보이며 생활의 정서를 유쾌하게 풀어낼 예정이다.

공연의 대미는 이윤석 명인이 장식한다. 국가무형유산 고성오광대 예능보유자인 이 명인은 ‘말뚝이춤’과 ‘덧배기춤’을 통해 익살과 풍자를 품은 연희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경쾌한 장단과 익살스러운 몸짓 이번 공연의 이름처럼 흥겨움의 ‘끝판’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경 국악원장은 “이번 명인전은 오랜 세월 무대를 지켜온 예술가들이 선보이는 절정의 순간”이라며 “전통의 품격과 흥을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끝판’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관람료 무료.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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