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시간…호남정치의 미래 - 장필수 논설실장
2025년 08월 20일(수) 00:00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되면서 정치 재개를 선언했다. 정치권에선 사면 복권 배경과 함께 벌써부터 내년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 분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선 사면 복권 배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면 복권을 결정한 배경이 무엇이냐에 따라 향후 여권 내 권력 지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반대 여론이 우세한데도 정치적 부담을 안고 사면을 결정한 것은 지지율이 높은 정권 초기에 털고 가겠다는 뜻이 담겼다는 분석이 많다. 수감생활의 3분의 1 밖에 안 마친 상황이라 부담이 있지만 절반을 채우는 연말에 해줄 경우 생색도 나지 않고 어차피 해줘야 할 일을 일찍 결정함으로써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을 안긴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사면 복권으로 정치 재개한 조국

차기 구도를 염두에 두고 유력 정치인 간 경쟁을 통해 여권 내 권력 구도를 재편하려는 의도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쟁을 통해 이기는 사람을 밀어주는 대통령의 특성으로 볼때 유력 주자인 조국을 조기 등판 시킴으로써 경쟁 효과를 노린 것이란 분석이다. 권력 구도 재편이라는 분석은 정권 초기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구심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어 액면 그대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합당과 같은 여권 내 권력 지형 변화라는 큰 틀에서 본다는 전제가 있을 경우 가능한 해석이다.

어찌 됐건 조국의 시간이 온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조국이 호남 정치에 미칠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점이다. 그는 정치 재개 첫 일정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18일은 DJ 서거 16주기라는 의미도 있지만 역경을 딛고 일어선 정치 리더의 이미지를 조 전 대표가 자신에게 투영하려는 뜻이 담겼다.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높은 호남을 염두에 둔 행보이기도 하다.

조 전 대표는 지방선거가 될지 아니면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가 될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내년 6월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어느 선거에 출마하던지 전당대회를 거쳐 당 대표로 복귀한 후 조국혁신당을 이끌고 내년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합당이나 연대, 경쟁 이란 선택지를 두고 고민을 하겠지만 당장 내년 지방선거에선 연대나 경쟁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지율이 놓은 호남에선 자당 후보를 내 민주당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이미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치러진 22대 총선에선 광주(47.7%), 전북(45.5%), 전남(43.9%) 등 호남 전역에서 40%가 넘는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로 민주당을 앞도했다. 10월 영광군수 재보궐 선거에선 간발의 차이로 패했지만 올해 4월 담양군수 재선거에선 조국혁신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담양군수 선거는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하고 김정숙 여사까지 지원사격에 나섰는데도 패했다는 점에서 충격이었다. 이는 텃밭이라는 이름으로 평상시에는 무관심하다 선거때만 되면 표를 호소하는 민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경고 였다.

민주당 일당 독점에서 벗어나려는 호남 유권자들의 열망은 늘 내재돼 있다. 그러다가 민주당이 오만해지거나 경쟁력 있는 타 당 후보가 나타나면 분출하곤 했다. 20대 총선에서 광주 지역구 8곳을 모두 국민의당 후보에게 몰아 줘 녹색바람을 일으킨 것도 호남 유권자들이었다.



호남에서 메기 역할 기대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유권자들은 정권 초기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능력 없는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조국혁신당이 이재명 정부에 힘을 실어준다고 판단하면 정당을 떠나 유능한 후보를 뽑을 것이다. 당원 주권주의를 표방한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모집한 신규 당원이 광주시당·전남도당 모두 15만명씩 30만명에 이를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였다. 지방선거 공천을 염두에 둔 예비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조직표 확보에 나서면서 빚어진 결과다. 민주당 전체 당원 수는 광주시당 42만명, 전남도당 60만명으로 시·도민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민주당 당원인 셈이다. 이 정도면 민주당의 줄세우기가 더 심화되고 민심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

호남 유권자들은 메기를 원하고 있다. 고여 있어 정체된 저수지를 한바탕 휘저어 유기물이 살아 숨쉬는 건전한 생태계로 만드는 메기 말이다. 메기는 저수지의 물고기에게도 긴장감을 불어 넣는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조국혁신당이 그런 메기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는 힘을 모으되 건전한 경쟁을 통해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일당 독점의 폐해를 극복하는 그런 역할이 조국과 조국혁신당에게 주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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