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공원·감금실·해부실…식민지 설움 ‘고통의 상징’
2025년 07월 20일(일) 21:00
벽돌공장 터 등 현존…일부 역사교육·추모공간 활용

소록도 형무소

고흥 소록도에 남아있는 유적은 일제강점기 당시 한센병 환자 강제노역과 인권침해의 역사를 고스란히 증언한다.

소록도는 1930년대부터 일제가 조선 각지의 한센병 환자들을 강제로 이송·격리하고, 이들을 동원해 대규모 요양소(소록도갱생원) 확장공사와 전쟁물자 생산에 투입한 현장이다.

대표적인 유적으로는 중앙공원, 소록도형무소(감금실), 해부실, 벽돌공장 터, 가마니 작업장, 송진 채취 흔적, 신사(神社)터, 원장 동상 터, 구 자혜의원 건물 등이 남아 있다.

소록도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는 중앙공원은 1940년 환자들이 거대한 암석을 운반해 조성한 상징적 공간이다. 당시 환자들은 “죽어도 놓고”라는 처절한 말을 남길 만큼 고된 노동에 시달렸고 지금도 공원 내 암석과 소나무, 조경 일부에서 그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식민통치의 치적을 과시하기 위해 공원을 만들었지만 환자들에게는 고통의 상징으로 남았다.

소록도형무소와 감금실은 도주나 규칙 위반 환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설치됐다. 현재도 일부 건물과 감금실이 남아 있으며 내부는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당시 환자들은 감금실에 갇히면 10명 중 7~8명은 죽어 나온다고 기억할 만큼 혹독한 처벌의 공간이었다.

한센병 환자들이 사망하면 가족의 동의 없이 시신을 해부·검시하던 해부실 역시 현존한다. 일제는 한센병 치료법 개발, 병리 연구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곳에서는 환자 인권을 무시한 생체 실험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외에도 벽돌공장과 가마니 작업장, 송진 채취 흔적 등은 일부 건물과 작업장 터, 산림에서 그 자취를 찾을 수 있다. 신사터와 주방원장 동상 터는 일본의 식민통치와 황국신민화 정책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신사참배, 동상참배 등 강제 동원된 환자들의 집단 의식이 이뤄졌던 장소로, 터만 남아 있다.

구 소록도 자혜의원 건물, 병동, 공동생활 호(戶) 등 일부 건축물은 리모델링돼 현재도 사용 중이다. 당시 구조와 공간 배치가 일부 보존돼 있어, 방문객들은 일제강점기 소록도의 생활상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현재 일부 유적은 역사교육과 추모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작업장·생활동 등은 철거되거나 용도 변경된 곳도 많아 원형이 완전히 보존된 것은 아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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