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오카 사건’은 1945년 6월 일제에 의해서 자행된 잔인무도한 학살 사건이다. 태평양 전쟁 말기 당시 일제는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해 하나오카 광산에 강제 연행된 조선인과 중국인 노동자를 투입했다. 그러나 당시 일본 군경에 의해 419명이 집단 학살을 당하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하나오카 사건’은 이후 시인과 화가 등이 당시 사건을 모티브로 목판화(하나오카 이야기)를 제작했다. 그리고 하정웅 명예관장이 작품들을 소장하게 됐으며 이를 기화로 2004년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전시를 펼쳤다. 아울러 일본 작가 마쓰다 도키코는 하나오카 사건을 모티브로 ‘땅 밑의 사람들’이라는 소설을 완성한 바 있다.

마쓰다 도키코는 양심적인 작가로 일본 동북부 지방에서 한·중·일 노동자연대 활동을 주도했다. 특히 그는 일본 제국주의 만행을 고발하는 작품을 쓰고 사죄의 마음을 전하는 데 주력했다.

하정웅컬렉션 ‘하나오카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국제 학술심포지엄이 열린다.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윤익)은 오는 18일(오후 2시) 하정웅미술관에서 ‘마쓰다 도키코의 문학과 생애’를 주제로 국제 학술심포지엄을 펼친다. 이에 앞서 ‘하나오카 이야기’ 연작 전시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하정웅미술관 1층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이번 프로그램은 시립미술관을 비롯해 일본 역사교육자협의회, 광주전남작가회의, 문병란시인기념사업회가 공동으로 주최·주관하며 5·18기념재단, 한일민족문제학회, 역사교사모임이 협력기관으로 참여한다.

윤익 시립미술관장은 12일 시내 모처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이번 국제 심포지엄은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아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기획됐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미술관은 미술과 문학, 미술과 학술대회 등 장르를 확장하고 교섭해 보다 더 확장된 콘텐츠로 시민들과 공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난해 마쓰다 도키코 삶과 문학 정리한 평론집(마쓰다 도키코와 조선)을 발간하기도 했던 김정훈 전남과학대 교수가 큰 역할을 했다.

고(故) 마쓰다 도키코 작가

김 교수는 “조선인을 모티브로 창작한 마쓰다 도키코의 문학작품들은 사실적이면서도 깊은 인간애가 담겨 있다”며 “학술심포지엄은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 광주에서 5·18민주화운동 45주년과 맞물려 진행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마쓰다 도키코 사후 20주년인데다, 마쓰다 도키코가 펴낸 책의 서문을 썼던 문병란 시인의 10주기가 되는 해라 여러모로 뜻 깊다”고 전했다.

특히 이 날 간담회에는 일본 아키타현역사교육자협회의 차타니 주로쿠 회장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다양한 자료를 준비해 온 차타니 주로쿠 회장은 지난 2007년 마쓰다 도키코를 김정훈 교수에게 소개한 바 있다.

18일 심포지엄에서는 다카하시 히데하루 아키타협립대 부총장이 ‘마쓰다 도키코의 문학과 생애’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 이어 에자키 준 마쓰다 도키코회 대표는 ‘나다쓰다테 사건과 하나오카 사건의 진상’을, 차타니 주로쿠 회장은 ‘한국으로 확장되는 마쓰다 도키코 문학과 생애’를, 김정훈 교수는 ‘문병란과 마쓰다 도키코의 저항정신’을 각각 발표할 예정이다.

차타니 주로쿠 회장은 “이번 심포지엄은 최근 출판된 ‘마쓰다 도키코와 조선’이 계기가 됐다”며 “인권과 민주화의 도시 광주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에 휴머니즘을 견지했던 작가의 삶과 생애를 조명하는 심포지엄을 열게 돼 감회가 깊다”고 전했다.

한편 이명한 문병란기념사업회 이사장은 “문병란 시인은 광주 5월을 모티브로 시를 창작하고 알렸던 남도의 대표 시인”이라며 “한일수교 60주년, 문 시인 10주기인 올해 5·18정신과 연계되는 학술대회는 뜻 깊은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