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에서 ASF 검출…전남 양돈업계 ‘패닉’
2026년 02월 22일(일) 20:15
무안서도 발생 올들어 3건…축산농가 “사료가 되레 독 되다니” 당혹
농가에 사료업체 등 정보 전달 안돼…방역당국 소극적 대응 ‘도마에’

지난 20일 무안군 현경면 돼지 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하면서 전남도 등 방역당국이 해당 농장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고 해당 농장을 중심으로 반경 10㎞ 이내를 방역지역으로 설정해 이동 제한 조치와 함께 집중 소독 등을 진행했다. 〈전남도 제공〉

전남에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감염 경로로 사료가 지목되면서 양돈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돼지 사료에서 ASF가 검출된 건 전례가 없었던 일로, 어린 돼지를 건강하기 키우려 먹인 사료가 ASF 감염을 불러왔다는 점에서 양돈업계는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방역당국의 늑장 대응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ASF가 검출된 사료에 대한 정보 제공을 예고했지만 정작 현장 농민들은 아무런 내용을 전달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방역 당국이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전남도와 양돈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전남 무안군 현경면에서 돼지 3600여마리를 사육 중인 농장에서 ASF가 검출됐다. 방역당국은 평소보다 폐사 개체가 많다는 농장주의 신고를 접수, 정밀검사 결과 양성 판정이 내려졌다. 이로써 전남에서는 올 들어 ASF 감염 사례가 3건으로 늘었다.

전남에서는 지난 1월 올해 첫 ASF가 발생했는데, 당시 통상 남하(南下)하는 ASF 특성에 비춰, 충청과 전북 등 인접 지역을 건너뛰고 전남에서 감염사례가 발생한 것을 두고 감염 경로에 의문이 제기됐었다. 전남도 역시 멧돼지를 통한 전파 외에 수입 축산물을 통한 전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공개한 자료 내 ASF 바이러스 감염 사료 정보(맨아래 실선 안).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는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사료원료 제조업체에서 사료원료 검사기관에 의뢰한 보관 시료 중에서 ASF 유전자가 2건 검출됐다”고 밝혔다.

중수본은 사료를 통한 ASF 감염이 의심된다는 양돈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여 중점 조사를 벌인 결과, 사료에서 ASF 유전자 검출 사실을 확인했다. 멧돼지를 통한 전파가 아닐 것이라는 예측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무엇보다 무안, 나주, 영광 등 전남 지역에서 발생한 ASF 바이러스(IGR-1)와 사료에서 검출된 유전자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농가의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양돈업계는 특히 어린 돼지에서 잇단 폐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혈장단백질에 대한 의구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혈장단백질은 어린 돼지의 면역력 증가와 성장 촉진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면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사료 공장에서 사료 배합 시 혼입하거나 농가에서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중수본은 “사료원료에서 ASF 유전자가 검출된건 국내 첫 사례이며, ASF에 오염된 돼지 혈액이 사료 공급망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오염된 사료 공급을 통한 ASF 유입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중수본이 사료를 통한 ASF 유입 가능성을 공식화했을 뿐 농가에서는 해당 제품이 농장에서 사용 중인 사료에 포함됐는 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

아울러 ASF 유전자가 검출된 사료가 무엇인지부터 생산일시, 원료성분 등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다는 게 농가들의 하소연이다.

전남도 등 지자체를 통해서 안내를 한 것도 아니고, 중수본이 일일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현황 정보공개’ 문서에 사료 제조사명을 익명으로 적어 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농림축산검역본부 홈페이지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역학조사서’ 메뉴를 일일이 찾아 들어가야 하는 방식이라 말 뿐인 공개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고령자가 많은 대부분 축사 농가가 일일이 홈페이지를 찾아가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지난달 26일 ASF 양성 판정을 받은 영광 피해 농장주 A씨는 “비통한 심정으로 자식 같은 돼지 2만여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며 “해남 등에서도 양돈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방역당국으로부터 어떤 사료들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안내 받지 못해 영광 농장과 같은 사료를 그대로 쓰고 있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9일 ASF 양성 판정을 받은 나주 피해 농장주 B씨도 “우리 농가의 경우 수입산 원료의 사료가 사용됐는데도 감염됐다”며 “재입식까지는 최소 2년이 소요되는데 고정 비용 등을 고려하면 그대로 주저 앉게 생겼다. 철저한 전수 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히고, 양돈 농가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안 피해 농장주 C씨도 “앞서 피해가 발생한 나주 농가와 사료 업체의 원료 구매처가 같다고 하더라”며 “건강하게 자라라고 준 사료인데 피해가 발생해 당혹스럽다. 정성을 다해 키운 돼지를 모두 떠나보내는 참담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렇자 방역당국이 나서서 사료 업체와 원료 공급 업체 등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농가에 알려 추가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문재 대한한돈협회 무안지부장은 “ASF 양성 판정이 나오면 사실상 문을 닫는 것과 다름없어 모든 농가가 두려움에 떨고 있지만, 문제가 발생한 사료와 원료 등의 정보에 대해서는 전혀 안내받지 못하고 있다”며 “가축 전염병 방역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역 농가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방역당국이 구체적이고 세밀한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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