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영산강을 매개로 인생 뒤안길을 돌아보다
2026년 02월 23일(월) 16:45 가가
문순태 소설가 자전적 장편 ‘영산강 칸타타’ 펴내
형식 초월…무등에서 영산강 이르는 여정 담아
형식 초월…무등에서 영산강 이르는 여정 담아
시와 에세이, 소설을 접목해 영산강과 함께해온 삶을 유장하게 풀어내다.
문순태 소설가는 한의 정서를 토대로 개성적이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열어왔던 남도를 대표하는 소설가다. 그의 작품에 드리워진 한(恨)은 민초들의 아픔, 슬픔, 눈물을 대변한다.
그에게 ‘영산강’은 삶의 시원이자 문학세계를 이루는 가장 원초적인 공간이다. 아마도 그를 키운 것은 ‘팔할이 영산강이었을 것’이다.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전 9권)에서 문 작가는 억압받는 민초들과 기층민중들의 핍진한 삶을 광주학생독립운동 등과 연계해 근대사를 깊이 있게 풀어낸 바 있다.
젊은 시절 그는 신문기자로, 소설가로, 대학교수로 다양한 영역에서 의미있는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가장 문순태를 적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바로 ‘소설가’라는 타이틀이다.
올해 87세인 문 작가가 영산강을 모티브로 장편소설 ‘영산강 칸타타’를 펴내 ‘화제’다. ‘소설을 쓰지 않는다면 작가의 본분을 망각하거나,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견지하기 어렵다’는 그의 말대로 여전히 현역작가로 창작에 매진하고 있다.
문 작가는 23일 전화 통화에서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썼다. 부끄러운 내 삶의 뒤안길이다”며 “6·25의 체험, 생오지 시절의 추억, 그리고 인생 만년에 영산강 인근으로 와서 살게 된 이야기 등을 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설 제목을 ‘영산강 칸타타’라고 한 것은 바흐가 작곡한 곡 가운데 ‘커피 칸타타’라는 작품에서 차용했다. ”며 “작품 속 화자는 영산강가에 살며 커피를 매개로 지나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작가에 따르면 그는 젊은 시절 스승인 김현승 시인으로부터 커피를 배웠다. “내 삶의 상당한 부분을 커피가 차지하고 있을 만큼 커피가 큰 영향을 주었다”는 말에서 보듯, 창작을 하는 동안 그가 커피에 심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학적 관점에서 커피는 그에게 ‘검은 눈물’로 다가온다. “제 3세계 국가인 과테말라는 군부독재 시절 많은 민초들이 학살을 당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며 “검은 커피는 억울하게 죽어갔던 농민들이 흘렸던 ‘검은 눈물’이다”고 문 작가는 말했다.
또한 “과테말라 안티구아 커피는 특유의 향기, 냇내가 진하다”며 “그것의 향기는 창작에 대한 열망, 민초들에 대한 원혼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기제”라고 부연했다.
이번 자전적 소설은 형식을 초월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시와 소설, 에세이 등이 융합돼 있는데, 말 그대로 붓이 흘러가는 대로 작품을 썼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번 장편을 완성하기 위해 하루에 두 시간씩 글을 썼다. 당초 1500매 분량이었는데 조금 줄여 1200매로 완성했다고 한다.
문 작가는 지난 2006년 대학(광주대 문창과)에서 정년을 마치고 탯자리 담양 생오지로 들어갔다. 유년의 기억과 전쟁의 상흔, 가난의 고통이 서린 무등산 뒷자락에서 인생의 후반전을 계획했던 것이다. 그러다 2024년 나주 ‘타오르는 강 문학관’ 개관과 맞물려 영산강 인근으로 거처를 옮겼다.
영산강이 운명의 강이자, 인생의 강, 작가 자신으로 치환되는 이유다. 작가로서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하는 시기 ‘타오르는 강’을 집필했고 인생 만년에 이른 작금에는 아침저녁 영산강을 바라보며 자연의 순리, 예술과 인생 등을 사유하며 “마지막 삶을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영산강을 바라보며 아내와 함께 마시는 커피는 무엇에 비할 수 없는 행복감을 준다”며 “사람이 기호품 하나 가지고 사는 것은 행복한 일인데 내게 홍어와 커피는 소올 푸드나 마찬가지”라고 그는 밝혔다.
그칠 줄 모르는 문 작가의 창작 열정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전라도적인 정서와 무등산과 영산강을 닮은 웅숭깊은 기질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다.
향후 계획을 물었더니 그는 젊은 시절 ‘소설 스승’인 김동리 작가가 써준 ‘자강불식’(自强不息)을 얘기했다. ‘스스로 힘써 쉬지 않는다’는 말은, 살아 있는 한 글을 쓰겠다는 다짐과 겹쳐진다.
“김동리 선생은, 작가는 ‘죽을 때까지 붓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 말은 작가는 쓰고 있어야 작가라고 할 수 있다는 뜻이겠죠. ‘쉬지 말고 갈고 닦으라’는 자강불식을 늘 생각하며 살아 있는 한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하느님이 허락해주시면 앞으로 또 한권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문순태 소설가는 한의 정서를 토대로 개성적이며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열어왔던 남도를 대표하는 소설가다. 그의 작품에 드리워진 한(恨)은 민초들의 아픔, 슬픔, 눈물을 대변한다.
젊은 시절 그는 신문기자로, 소설가로, 대학교수로 다양한 영역에서 의미있는 활동을 펼쳐왔다. 그러나 가장 문순태를 적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바로 ‘소설가’라는 타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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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양 생오지에서 포즈를 취한 문순태 소설가. <광주일보 자료> |
그러면서 “소설 제목을 ‘영산강 칸타타’라고 한 것은 바흐가 작곡한 곡 가운데 ‘커피 칸타타’라는 작품에서 차용했다. ”며 “작품 속 화자는 영산강가에 살며 커피를 매개로 지나온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작가에 따르면 그는 젊은 시절 스승인 김현승 시인으로부터 커피를 배웠다. “내 삶의 상당한 부분을 커피가 차지하고 있을 만큼 커피가 큰 영향을 주었다”는 말에서 보듯, 창작을 하는 동안 그가 커피에 심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학적 관점에서 커피는 그에게 ‘검은 눈물’로 다가온다. “제 3세계 국가인 과테말라는 군부독재 시절 많은 민초들이 학살을 당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며 “검은 커피는 억울하게 죽어갔던 농민들이 흘렸던 ‘검은 눈물’이다”고 문 작가는 말했다.
또한 “과테말라 안티구아 커피는 특유의 향기, 냇내가 진하다”며 “그것의 향기는 창작에 대한 열망, 민초들에 대한 원혼을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기제”라고 부연했다.
이번 자전적 소설은 형식을 초월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시와 소설, 에세이 등이 융합돼 있는데, 말 그대로 붓이 흘러가는 대로 작품을 썼다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는 이번 장편을 완성하기 위해 하루에 두 시간씩 글을 썼다. 당초 1500매 분량이었는데 조금 줄여 1200매로 완성했다고 한다.
문 작가는 지난 2006년 대학(광주대 문창과)에서 정년을 마치고 탯자리 담양 생오지로 들어갔다. 유년의 기억과 전쟁의 상흔, 가난의 고통이 서린 무등산 뒷자락에서 인생의 후반전을 계획했던 것이다. 그러다 2024년 나주 ‘타오르는 강 문학관’ 개관과 맞물려 영산강 인근으로 거처를 옮겼다.
영산강이 운명의 강이자, 인생의 강, 작가 자신으로 치환되는 이유다. 작가로서 활발하게 창작활동을 하는 시기 ‘타오르는 강’을 집필했고 인생 만년에 이른 작금에는 아침저녁 영산강을 바라보며 자연의 순리, 예술과 인생 등을 사유하며 “마지막 삶을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영산강을 바라보며 아내와 함께 마시는 커피는 무엇에 비할 수 없는 행복감을 준다”며 “사람이 기호품 하나 가지고 사는 것은 행복한 일인데 내게 홍어와 커피는 소올 푸드나 마찬가지”라고 그는 밝혔다.
그칠 줄 모르는 문 작가의 창작 열정은 어디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전라도적인 정서와 무등산과 영산강을 닮은 웅숭깊은 기질 때문일 수도 있겠다 싶다.
향후 계획을 물었더니 그는 젊은 시절 ‘소설 스승’인 김동리 작가가 써준 ‘자강불식’(自强不息)을 얘기했다. ‘스스로 힘써 쉬지 않는다’는 말은, 살아 있는 한 글을 쓰겠다는 다짐과 겹쳐진다.
“김동리 선생은, 작가는 ‘죽을 때까지 붓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 말은 작가는 쓰고 있어야 작가라고 할 수 있다는 뜻이겠죠. ‘쉬지 말고 갈고 닦으라’는 자강불식을 늘 생각하며 살아 있는 한 글쓰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하느님이 허락해주시면 앞으로 또 한권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