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많은 지게차 사고, 생명 앗아가는 주범
2025년 01월 22일(수) 20:10
고용부 ‘중대재해 사고백서’ 보니
광주·전남 중대재해 3건 모두 초래
부딪힘·끼임·떨어짐 사고 잇따라
관습적 무면허 운전 등 ‘안전 사각’
전국 연평균 34명 사망·1144명 부상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전남지역 산업 현장에서 지게차가 노동자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주범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 등록된 건설기계 수 1위로 높은 편리함을 자랑하지만, 그 이면에는 제조업 현장에서 가장 많은 재해를 유발시킨다는 오명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무면허로 지게차를 운전하는 경우 운전자 뿐 아니라 동료들의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의 목소리가 높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전국 12개 중대재해 사고 사례를 집약해 분석해 공개한 ‘중대재해 사고백서’에는 광주·전남에서만 총 3건의 지게차로 인한 사망사고가 언급됐다.

지난해 1월 9일에는 광주시 광산구 하남산업단지 내 금속 제조업에서 일하던 30대 필리핀 국적 A(34)씨가 같은 기숙사를 쓰던 베트남 출신 후 B씨가 몰던 지게차에 치여 숨졌다. A씨는 2017년 입사 이후 귀국을 불과 며칠 앞둔 상태였다.

사고가 난 현장은 300㎏이 넘는 원자재를 인양하는 작업이 이뤄지는 곳으로, 원자재 입고·투입, 교체작업 과정에서 작업반경이 수시로 중복돼 작업자와 차량 간 충돌 위험이 상존했다.

조사 결과 후 B씨는 지게차 운전면허가 없는 상태였으며, 마찬가지로 무면허인 A씨에게 지게차 운전을 배운 사실이 확인됐다. 업무 특성상 지게차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작업자의 무면허 운전을 묵인하고 있던 것으로, 해당 사업장 내 직원 145명 중 지게차 운전면허증이 있는 이들은 11명에 불과했다. 또 사고 이후로도 B씨는 의무 이수해야 하는 특별안전보건교육(16시간)을 한 번도 듣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4월 20일에는 전남의 한 파이프 생산 공장에서 50대 C씨가 지게차와 거치대 사이에 있다가 머리가 파이프 사이에 끼여 숨졌다. 업체 측은 작업자가 거치대 밖에 있다가 굴러오는 파이프를 멈추기 위해 거치대 안으로 뛰어들어갔다가 변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노동청이 조사한 결과 관행적으로 작업자가 거치대 내부에 들어가 지게차에 고임목을 놓아주는 작업을 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의 한 항구에 있는 물류센터에서도 화물 검수를 하는 D씨가 이동하던 지게차에 치였다. 8.4t의 컨테이너가 실려있던 상태에서 후진하던 중 다른 컨테이너의 검수를 위해 이동하던 D씨가 부딪힌 것이다. D씨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이틀만에 숨졌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 원인으로 작업지휘자의 부재를 지목했다. 사고 현장은 건물 3~4층 높이, 4.3t의 중량물을 옮기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지만 작업 지휘자나 신호수는 배치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 단계적으로 해야 할 컨테이너 입고, 화물 검수 작업이 동시에 이뤄졌고, 지게차와 사람이 혼재돼 사고가 나기 쉬운 작업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처럼 사고 위험이 상존하고 있음에도 지게차 이용률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전국 지게차 대수는 2022년 21만 1977대, 2023년 21만 5804대, 2024년 21만 6774대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두 번째로 많이 등록된 굴착기(17만 5830대)와는 4만 대 넘게 차이가 났다.

최근 5년간(2017~2021) 지게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연평균 34명 수준이며, 상해를 입은 경우도 연평균 1144명에 달했다. 지게차로 인한 사망사고 유형으로는 부딪힘, 끼임, 떨어짐, 물체 맞음, 깔림 및 뒤집힘 등 다양했다.

잦은 사고로 인해 지게차는 제조업 12대 기인물(재해가 일어난 근원이 되었던 기계, 장치 또는 기타 물건 또는 환경 ) 중 1위로 가장 위험한 장비로 이름을 남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관리감독자가 현장 감독을 철저히 해 야한다고 강조한다.

심창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산업안전보건감독관은 “평소에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고 문제가 없었다고 판단하면 상급자들이 관리감독자에게 다른 업무를 부과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설명했다.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게차에 대한 과도한 적재, 용도 이외의 사용은 기술의 문제가 아닌 운전자와 작업자가 서로 지켜야 할 안전 수칙으로, 관리감독자는 위반 사항에 대한 현장 감독을 철저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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