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급증에 미세먼지까지…지역민 건강 ‘적신호’
2025년 01월 21일(화) 20:45
병원마다 호흡기 질환자 북적…중국발 미세먼지에 비염 극성
23일까지 대기질 ‘매우 나쁨’…마스크 다시 쓰고 외출도 자제

21일 오후 전일빌딩 에서 바라본 무등산이 뿌연 미세먼지로 흐릿하게 보인다. 이날 광주는 미세먼지 농도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수준을 보였다.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겨우 감기가 다 나았다 싶었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밖에 나오자마자 목이 따끔거리고 기침이 나옵니다.”

광주 지역에 독감(인플루엔자)이 확산하는 가운데 최근 미세먼지로 인해 대기질까지 악화하면서 지역민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역민들은 코로나 이후 치워뒀던 마스크를 다시 꺼내고 따뜻한 물을 끓여마시며 호흡기 관리에 나섰지만, 여전히 병원마다 콜록이는 환자들의 기침소리로 가득한 상황이다.

21일 오전 11시께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광주시 남구 주월동 한 이비인후과에는 10여명의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마스크를 쓴 채 기침을 하고 코를 훌쩍이며 독감 증상을 호소했다.

이날 병원을 찾은 김병우(68)씨는 여러차례 기침을 하고 목이 아픈 듯 보온병에 담아 온 따뜻한 물을 연거푸 들이켰다. 김씨는 “최근 계속 기침을 하고 몸살 걸린 것처럼 몸이 으슬으슬해 병원을 찾았다”며 “그렇지 않아도 독감이 유행한다고 해서 오랜만에 마스크를 꺼내 쓰고 다녔는데도 독감 증세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인근 다른 이비인후과 역시 호흡기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로 북적였다. 간호사 박설희(여·43)씨는 “평소 하루 내원환자가 40~50명이었는데 최근에는 80명까지 늘었다. 대부분 목감기나 콧물, 몸살 증상을 호소한다”며 “과거에는 이 시기에 예방주사를 맞으러 오는 환자가 거의 없었지만 최근에는 독감이 유행하면서 뒤늦게라도 예방주사를 맞겠다며 오는 환자들도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또 “독감환자 뿐 아니라 건조한 날씨와 미세먼지로 인해 비염환자도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광주는 미세먼지가 하늘을 뿌옇게 뒤덮어 탁한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미세먼지를 뚫고 산책에 나선 주민들 역시 KF마스크로 단단히 무장한 모습이었다. 광주시 남구 주월동 푸른길을 산책하던 전은영(여·52)씨는 “겨울인데도 그다지 춥지 않아 산책을 나왔는데 미세먼지가 심해 아쉽다”며 “기관지가 약해 공기가 안좋은 날이면 금방 목이 따갑고 기침을 하는 편이라 이만 집에 돌아가야할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박모(65)씨는 연신 기침을 하고 있었다. 마스크를 미처 챙기지 못했다는 박씨는 “오늘따라 밖에 나오자마자 목이 간지럽고 기침이 나오더니만 미세먼지가 심해서 그런가보다”며 “아들도 감기에 걸려 일주일 꼬박 고생했다. 아들에게 외출할 때 꼭 마스크 챙기라고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광주 지역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일평균 57㎍/㎥, 미세먼지(PM10)는 73㎍/㎥를 기록했다. 특히 초미세먼지 농도는 최고 82㎍/㎥까지 치솟았으며, 대기환경기준 35㎍/㎥를 웃돌아 ‘나쁨’ 단계를 기록했다. 대기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36~75㎍/㎥일 경우 ‘나쁨’, 75㎍/㎥를 초과할 경우 ‘매우 나쁨’ 단계에 해당한다.

광주지방기상청은 중국 상하이 부근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이동성고기압의 영향으로 중국발 미세먼지가 서해를 타고 광주·전남 지역을 덮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광주·전남에 많은 눈과 강추위를 불러왔던 대륙고기압이 약화돼 이동성고기압으로 변화하면서 따뜻한 남서풍이 기온 상승과 함께 미세먼지까지 불러온 것이다.

광주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당분간 대기 정체가 이어지면서 ‘나쁨’, ‘매우 나쁨’ 수준의 미세먼지 농도는 23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한편 환경부는 “22일 오전 6시부터 밤 9시까지 광주 지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고 21일 밝혔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50㎍/㎥를 넘고, 다음 날 역시 5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지면 행정·공공차량 2부제가 실시되고 배출가스등급 5등급 차량의 운행이 제한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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