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봉사원들의 마음이 닿는 곳 - 박재홍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회장
2025년 01월 19일(일) 22:00
2024년 12월 29일,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힘차게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던 때,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소식은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181명의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대부분 우리의 이웃이었기에 지역 사회는 슬픔에 잠기게 되었다.

사고 직후 대한적십자사는 법정 재난구호책임기관이자 구호지원기관으로서 담요·생수 등 구호 물품과 회복 지원 차량·샤워 차량 등 특수차량, 심리적 지원을 위해 광주전남지사 직원, 재난대응봉사회를 비롯한 적십자 봉사원, 재난심리상담가 등 136명을 긴급 소집하여 현장으로 투입했다.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유가족이 머무를 수 있는 쉘터를 설치하고, 유가족 및 현장 지원 인력들을 위한 무료 급식 운영을 결정하였다. 긴급구조통제단 회의에 참석하여 필요 사항을 꼼꼼히 챙기고, 현장을 돌아보며 유가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경황 없이 달려온 유가족들이 공항 내에서 머무는 동안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기 위해 긴급히 전국 각지의 후원처를 찾았다. 희생자 가족들을 향한 많은 관심이 모여 여행용 키트, 활동복 및 속옷, 양말 등 생필품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리고 노란 조끼의 봉사원들이 추위를 이겨내며 만든 급식은 유가족들과 현장 관계자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밥 한 끼가 되었다.

광주·전남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의 심리활동가들은 갑작스런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고 심리적 응급처치와 심리상담을 펼쳤다. 활동가들은 유가족들의 마음을 보듬기 위해 하루 두 번 쉘터를 돌아다니며 안부를 물었고, 불편 사항을 확인했다. 유류품 확인, 시신 검안과 인도까지 가장 깊은 슬픔의 순간에 유가족의 곁을 지키며 부축했다. 사고 이후 6일째부터는 유가족들이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심리상담을 병행했다.

이 모든 일은 누군가의 비극을 나의 일처럼 느끼고, 함께 극복하겠다는 연대의 마음으로 이루어졌다. 헤아릴 수 없는 슬픔에 빠진 유족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라며 선결제, 자원봉사, 기부 등 각자의 방식으로 애도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함께 돕고 싶지만, 여러 제약으로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며 자신이 직접 구매한 생필품을 들고 현장으로 찾아온 사람도 있었다. 한 유가족은 익명의 쪽지를 통해 다함께 발 벗고 나서 봉사하는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우리의 비극이라 여기며 이웃들을 돕기 위해 나서는 모습은 지역 사회에 녹아있는 인도주의 정신과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보여주었다.

따뜻한 관심과 위로의 마음을 가지고 현장을 찾아주신 시민분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17일간 유가족과 작업 관계자가 현장에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쉘터 150동과 담요 3965장, 샤워차량과 회복지원차량을 지원하였고 7320인분의 급식과 2153건의 심리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했다. 이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장에서 활동해 준 1132명의 봉사원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지금도 무안공항이 위치한 망운면 일대의 주민들을 직접 찾아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합동 추모제에 재난심리상담 활동가를 파견하며 유가족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힘쓰고 있다.

힘든 상황 속에서는 누군가 나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희망이 피어난다. 대한적십자사는 유가족 곁을 지키며 슬픔을 위로하고 삶의 작은 버팀목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활동은 바로 지금까지 적십자 회비 모금을 통해 전달된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의 작은 기부가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되었고, 앞으로도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슬픔을 함께 나누고, 희망을 전하는 적십자 회비 모금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대한적십자사는 앞으로도 소외된 이웃 없이 모두가 무탈하고 평온한 보통의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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