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오디세이 - 정유진 코리아컨설트 대표
2024년 12월 23일(월) 00:00
‘하룻밤만 자고 나면 또 한 발자국 나아간다.’ 이 수수께끼 같은 문장은 지난 며칠 AI관련 기사들을 보며 든 생각이다. 한 주간의 종이 신문을 펼쳐 놓고 AI 관련 기사만 모아 보니 광고를 제외하고도 무려 30개가 넘는다.

근래 기술 발전이 유독 특별했던 것일까. 지난 월요일에는 챗GTP가 2025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과목에서 고작 한 문제를 틀리고 ‘만점’을 받았다는 기사가 게재되었다. 국어 점수의 변화만 보더라도 AI의 자가 학습하는 일취월장의 기세는 놀랍기 그지없다. 지난해 GTP 모델이 16점을 득점한 반면에 올해 5월 출시된 GTP-4o 모델은 75점까지 점수를 높였다. 결국 해를 넘기기 전인 12월 초 등장한 새로운 GTP가 거의 만점을 받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젠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지적 범위를 가진 AI를 뜻하는 ‘초인공지능(ASI·Artificial Super Intelligence)’의 등장은 초읽기 수준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10일 노벨상 수상식에서는 우리의 한강 작가 말고도 인류에 큰 울림을 전해준 이가 있었다. 토론토대 제프리 힌턴 명예교수는 자신의 물리학 노벨상 수상 소감을 통해 “최근의 개발 속도를 보면 ASI 개발 시기는 향후 5~20년이면 될 것 같다”며 과연 우리가 AI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AI를 제어할 수 있을지 파악하기 전까지는 지금의 개발을 더욱 확장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2023년 구글을 그만두면서 AI 개발은 멈출 수 없는 과열 경쟁으로 관리가 어려우며 AI가 초래할 부정확한 오류의 범람과 일자리 상실 등에 대한 위험을 언급한 바 있다. 지난 주 아마존에서는 2026년까지 AI를 사용하여 사내 중간 관리직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발표했으니 그야말로 힌턴 교수를 비롯한 세계 석학들이 AI에 대해 우려했던 문제들이 현실에서 하나 둘 실증되는 셈이다.

과연 이런 급속한 개발을 예견할 수나 있었던 걸까. 194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은 인공적인 두뇌의 가능성을 논의했었다. 1956년 다트머스 컨퍼런스에서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연구명의 이론이 발표된 뒤로 AI는 학문의 한 분야가 되었다. 스스로 학습이 가능한 AI 등장으로 AI 기술 역사상 큰 전환점으로 평가받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2016년에 있었고 그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SF영화의 장면이 현실처럼 그것도 모든 분야에서 일어나는 그 비약적인 발전의 결과를 경험하고 있다.

우주와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가 제작된 건 AI가 체스와 바둑 게임의 세계 챔피언들을 이기기 훨씬 이전인 1968년이다. 아서 C. 클라크와 스탠리 큐브릭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존재를 상상했고 과학적인 사실성을 바탕으로 영화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SF영화를 만들었다. 영화가 제작된 해가 인간의 최초 달 착륙 전이며 핸드폰은 커녕 개인 컴퓨터도 없던 시대란걸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이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초인공지능의 존재 HAL 9000이다.

지루하다고 느낄 정도의 영화 속 긴 장면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불안감,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니체의 철학과 음악을 정교하게 짜 맞춘 이 어려운 영화는 쉽게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며 오랜 여운을 남긴다. 이처럼 인간의 진화와 기술의 진보에 대한 질문이 던져진 건 오래전이다. 그럼에도 가시지 않는 영화의 여운처럼 AI와 살고 있는 2024년 우리 사회에도 그 질문은 유효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 어느 때보다 당연하게 생각해온 민주주의에 대한 함의를 생각해본 한 해였다. AI의 개발과 사용에 대한 제재 없는 현실 속에서 그야말로 준비도 논의도 부실한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의 사안만을 보더라도 우리가 당면한 AI에 대한 함의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과연 사람보다 더욱 지능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사용하는 문제를 어떻게 바라 보아야 하는 것일까. 시스템을 사용하기 전 시급한 사색의 필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