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처럼 번지는 대학가 시국선언-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 우석대 석좌교수
2024년 12월 09일(월) 00:00
전국 70여 개 대학에서 시국선언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또한 세상에 대한 걱정이 담긴 선언문을 읽게 된다. 한두 대학도 아니고 몇십 명의 교수도 아니고 수천 명의 교수들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있으니 이것이 어찌 예사로운 일인가. 더구나 학교 밖에서는 1466명의 사제들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개신교 목사들 또한 집단으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하였다. 지역으로도 전국에서 모두 참여하고 숫자에 있어서도 과거의 어느 때보다 많은 수의 교수들이 참여하고 있다.

선언문에 담긴 내용 또한 큰 차이 없이 대통령의 실정을 상세하게 나열하면서 그런 잘못을 저질렀으니 지금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러지 않으면 이 나라는 반드시 망가지고 말리라는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나랏일에 무관심해도 사는데 크게 지장을 받지 않는 교수사회에서 국가의 장래와 국민의 삶을 걱정해서 그런 주장을 펴고 있으니 일반 국민으로서는 참으로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 어려운 시대에 이처럼 다행한 일이 어디에 또 있겠는가. 더구나 교수들의 주장은 너무나 옳고 바른 내용이 많을뿐더러 정정당당한 그들의 외침은 시대의 암흑을 뚫어주는 너무도 밝은 내용이어서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주기에 충분하다.

대통령의 모교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에는 더욱 우리를 슬프게 하는 내용이 가득해서 마음이 참으로 불편하다. 자신들이 근무하는 학교의 출신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 오죽이나 컸다면 자신들이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심정의 글을 발표할 수 있었겠는가. “서울대가 교육과 연구에서 제대로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가르치지 못한 채 ‘영혼이 없는 기술 지식인’을 양산해 온 곳은 아닌지 참담하고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읽어보면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교의 졸업생에 대한 부끄러움이 얼마나 컸던 것인가를 알게 해준다. 이렇게 모교 교수들까지 죄스러움을 느끼게 한 대통령이라면 다시 한번 자신의 잘못함에 대한 심도 깊은 반성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서울대는 527명의 교수들이 동참하여 선언문을 발표했다.

1466명의 사제들 이름으로 발표한 선언문의 내용에는 우리를 더욱 불편하게 하지만 공감할 내용이 가득하다. “대통령 윤석열 씨는 있는 것도 없다 하고 없는 것도 있다고 우기는 ‘거짓의 사람’입니다. 꼭 있어야 할 것은 다 없애고 쳐서 없애야 할 것은 유독 아끼는 ‘어둠의 사람’입니다. 무엇이 모두에게 좋고 무엇이 모두에게 나쁜지조차 가리지 못하고 그저 주먹만 앞세우는 ‘폭력의 사람’입니다. 있어야 할 것은 싹둑 끊어버리고 하나로 모아야 할 것은 마구 흩어버리는 ‘분열의 사람’입니다”라고 말하여 거짓, 어둠, 폭력, 분열의 사람이라 전제하고 “자기가 무얼 하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국민이 맡긴 권한을 여자에게 넘겨준 사익의 허수아비요 꼭두각시다. 그러잖아도 배부른 극소수만 살찌게, 그 외는 모조리 나락에 빠뜨리는 이상한 지도자입니다”라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수백 명의 서울대 교수연구자들, 천오백여 명에 가까운 사제들이 우리가 떠받들고 살아가는 대통령에 대한 실망을 토로했다. 어떤 대학에서는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고, 어떤 대학에서는 파면한다, 퇴진하라, 자리에서 물러나라 등등 온갖 극단의 말을 동원하여 이대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주장을 강력하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 대통령이 권력을 행사하는 나라에서 살아가는 백성의 한 사람으로 참으로 가슴 아픈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5년 임기의 대통령직, 이제 절반의 임기를 넘겼는데도 시작할 때부터 아무런 변화 없이 위에서 지적한 잘못된 정치만 계속하고 있으니 이제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가.

광화문에서는 촛불이 밝혀지고 있고, 전국의 곳곳에서도 퇴진의 목소리는 높아만 간다. 더구나 뜬금없는 비상계엄령 선포의 이후로는 내란죄의 범죄자라면서 체포해서 처벌하자는 목소리가 세상을 깨우는 대로 바뀌고 말았다. 어찌하여 이런 지경까지 이르고 말았단 말인가. 대전환을 통해 잘못을 뉘우치고 국정을 바로잡아주기를 바라던 사람으로서는, 백성을 두려워하지 않은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는 말밖에 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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