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공 경험 살려 브라질 타악기 직접 만들었죠”
2024년 12월 02일(월) 20:35 가가
‘퍼커션팩토리:토노’ 김누리 대표
트럭포장 천막·폐현수막 등으로
전통악기 ‘수르드’·‘헤삐끼’ 제작
‘설치예술+음악’ 퍼포먼스
스토리 있는 거리극 등 계획
다양한 레퍼토리·악기로
타악기 한계 극복하고파
트럭포장 천막·폐현수막 등으로
전통악기 ‘수르드’·‘헤삐끼’ 제작
‘설치예술+음악’ 퍼포먼스
스토리 있는 거리극 등 계획
다양한 레퍼토리·악기로
타악기 한계 극복하고파
“수년 전 한 태양광 회사에서 2년가량 용접공으로 일한 적 있습니다. 여러 가지 모양의 ‘지그(제작틀)’를 활용해 구조물을 만드는 것이 주 업무였는데, 남는 고철이나 쇳조각으로 모양을 잡으면서 실력을 키웠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업사이클링 타악기를 제작하게 됐네요.”
팔뚝만 봐도 ‘타악기 좀 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 양손에 든 용접기와 우악한 철제 마스크가 눈길을 사로잡지만 누구보다 섬세한 리듬감을 자랑하는 사람.
바로 지역에서 타악기 연주자로 활동 중인 김누리(29) 씨다.
광주 출신인 그는 전남대 음악교육과에서 클래식 타악을 전공한 뒤, 동 대학원 국악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동안 빅보스마칭밴드, 퓨전국악그룹 올라, 광주윈드오케스트라 소속 연주자로 활동했으며 현재 퍼커션팩토리: 토노 대표를 맡고 있다.
김 씨는 대학 시절 배웠던 용접 기술을 활용해 브라질 전통 ‘바투카다 악기’를 제작해 왔다. 어떻게 생소한 브라질 타악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일까.
그는 “처음에는 핸드퍼커션 레슨을 받기 위해 단체를 알아보다 ‘뽈레’라는 아프로 브라질리언 퍼커션 팀을 접했다”며 “일반적인 카혼이나 콩가, 봉고 같은 악기를 예상하고 찾아갔으나 알고 보니 처음 들어본 바투카다를 다루는 단체였다”고 회상했다. 이때 경험이 업사이클링 퍼커션 활동까지 연계된 것.
이어 “우연에서 시작됐지만 그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릴 정도로 바투카다는 매력적인 타악 장르”라며 “영혼 깊은 곳부터 끓어 오르는 브라질리언 리듬과 6시간 이상 진행되는 까미누(연행·합주)가 선사하는 격양된 기분, 다른 곳으로 전이된 듯한 트랜스 감각이 압권이다”고 했다.
김 씨는 트럭포장 천막 등으로 브라질 전통악기 ‘수르드’, ‘헤삐끼’를 만들어 이목을 끌었다. 깨진 징 두 개를 붙여 장구를 제작하거나 폐현수막과 장구를 혼합해 헌 악기에 새 생명을 부여해 왔다.
김 씨는 빅보스마칭밴드 소속으로 오는 24일 ‘2024 양림&크리스마스 문화축제’에서 타악기로 크리스마스 이브닝 공연을 장식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서구문화센터 환경음악회 ‘공존’, 광주프린지페스티벌, 남구 친환경에너지전환 축제 등에서 관객을 만났다.
지난 7월, 11월 바투카다를 기반으로 ‘뉴비 스테이지’에 참여해 ACC 예술극장과 광주공연마루서 공연을 펼친 바 있다. 이 밖에도 서울남산국악당 무대에 전남대 국악과 대표로 출연, 타악기의 신명을 선사했다.
국악·타악연주자 김민철과 지난해 12월 만든 타악단체 ‘퍼커션팩토리:토노’는 작품은 물론 악기까지 스스로 생산한다는 컨셉의 업사이클 퍼커션 단체다.
김 씨는 “향후 스토리가 있는 극 형식의 ‘논버벌 거리극’이나 무대장치와 악기가 구별되지 않는 ‘설치예술+음악’ 퍼포먼스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토노가 율격없는 타악이 익숙한 타악 연주자 두 명으로 구성됐기에 소리가 발생하는 순간의 악상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어려움도 뒤따른다고 한다. 김 씨는 “이 같은 타악적 한계를 다양한 레퍼토리, 악기로 극복하는 것이 남겨진 과제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들은 올해 울산쇠부리축제에서 전문연주단체부문 금상을 수상한 것을 촉매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뮤직 컬랙터 한결이 합류해 음율이 가미된 작품을 만드는 중이다.
한편 김 씨는 타악기 연주자로서 평소 웨이트 트레이닝과 주짓수, 복싱을 익혀왔다고 한다. 좋은 음색을 위해 근육의 많고 적음은 크게 중요치 않으나 “악기의 역량을 이길 수 있는 몸을 만들고 싶다”는 설명에서 그가 추구하는 음악 철학이 가늠된다.
“아직 하고자 하는 일의 1%도 보여주지 못한 상황입니다. 스트링, 브라스 중 ‘타악’이 주는 매력은 확장성과 직관성, 비교적 낮은 진입 장벽에 있는 것 같아요. 생각과 감정을 두드림으로 승화시키는 퍼커션이 되고자 합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바로 지역에서 타악기 연주자로 활동 중인 김누리(29) 씨다.
광주 출신인 그는 전남대 음악교육과에서 클래식 타악을 전공한 뒤, 동 대학원 국악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동안 빅보스마칭밴드, 퓨전국악그룹 올라, 광주윈드오케스트라 소속 연주자로 활동했으며 현재 퍼커션팩토리: 토노 대표를 맡고 있다.
그는 “처음에는 핸드퍼커션 레슨을 받기 위해 단체를 알아보다 ‘뽈레’라는 아프로 브라질리언 퍼커션 팀을 접했다”며 “일반적인 카혼이나 콩가, 봉고 같은 악기를 예상하고 찾아갔으나 알고 보니 처음 들어본 바투카다를 다루는 단체였다”고 회상했다. 이때 경험이 업사이클링 퍼커션 활동까지 연계된 것.
김 씨는 트럭포장 천막 등으로 브라질 전통악기 ‘수르드’, ‘헤삐끼’를 만들어 이목을 끌었다. 깨진 징 두 개를 붙여 장구를 제작하거나 폐현수막과 장구를 혼합해 헌 악기에 새 생명을 부여해 왔다.
김 씨는 빅보스마칭밴드 소속으로 오는 24일 ‘2024 양림&크리스마스 문화축제’에서 타악기로 크리스마스 이브닝 공연을 장식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서구문화센터 환경음악회 ‘공존’, 광주프린지페스티벌, 남구 친환경에너지전환 축제 등에서 관객을 만났다.
지난 7월, 11월 바투카다를 기반으로 ‘뉴비 스테이지’에 참여해 ACC 예술극장과 광주공연마루서 공연을 펼친 바 있다. 이 밖에도 서울남산국악당 무대에 전남대 국악과 대표로 출연, 타악기의 신명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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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만든 업사이클링 타악기들. 왼쪽 위부터(시계방향) 마라카성, 쇳소리 장구, 마칭 키트, 수르드. |
김 씨는 “향후 스토리가 있는 극 형식의 ‘논버벌 거리극’이나 무대장치와 악기가 구별되지 않는 ‘설치예술+음악’ 퍼포먼스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토노가 율격없는 타악이 익숙한 타악 연주자 두 명으로 구성됐기에 소리가 발생하는 순간의 악상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어려움도 뒤따른다고 한다. 김 씨는 “이 같은 타악적 한계를 다양한 레퍼토리, 악기로 극복하는 것이 남겨진 과제라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들은 올해 울산쇠부리축제에서 전문연주단체부문 금상을 수상한 것을 촉매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뮤직 컬랙터 한결이 합류해 음율이 가미된 작품을 만드는 중이다.
한편 김 씨는 타악기 연주자로서 평소 웨이트 트레이닝과 주짓수, 복싱을 익혀왔다고 한다. 좋은 음색을 위해 근육의 많고 적음은 크게 중요치 않으나 “악기의 역량을 이길 수 있는 몸을 만들고 싶다”는 설명에서 그가 추구하는 음악 철학이 가늠된다.
“아직 하고자 하는 일의 1%도 보여주지 못한 상황입니다. 스트링, 브라스 중 ‘타악’이 주는 매력은 확장성과 직관성, 비교적 낮은 진입 장벽에 있는 것 같아요. 생각과 감정을 두드림으로 승화시키는 퍼커션이 되고자 합니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