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동거울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4년 12월 01일(일) 21:30 가가
고조선을 거쳐 한반도에 유입된 청동거울은 우리나라 청동기 시대를 대표한다. 거울로 불리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얼굴을 보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반사경이다. 고고학계에서는 샤먼이 태양빛을 가슴에서 반사함으로써 신비한 힘을 과시하는 의례용품으로 해석한다.
청동거울에는 끈을 매는 ‘뉴’(紐)라는 구멍이 뚫린 꼭지가 달려 있다. 구멍에 줄을 꿰어 목에 걸면 꼭지가 있는 부문이 안쪽이고 바깥으로 보이는 면이 전면이다. 일반적으로 다뉴조문경, 다뉴세문경으로 불리는데, 구분의 기준은 표면 가공과 세공기술의 차이다. 우리말로 전자를 거친무늬 거울, 후자를 잔무늬 거울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친 무늬 거울이 초기에 제작됐고 3세기에 들어서면 정교한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진 잔무늬 거울이 유행한다.
청동거울은 고분에서 종종 파손된 채로 발굴된다. 지난 5월 경북 경주에서 발굴된 기원전 1세기 청동거울 조각도 마찬가지다. 거울 조각은 무덤에 매장된 사람의 가슴 부근에서 발견됐다. 깨진거울은 이른바 무덤 부장품을 파손하는 훼기(毁器) 의례의 하나다. 부장품을 깨뜨리거나 파손하는 행위는 죽은 사람과 이별의 의미를 담았다고 해석된다. 이승과 저승은 반대라는 관념이 반영된 것으로도 간주된다. 이 풍습이 현재 부부간 결별을 뜻하는 쓰이는 파경(破鏡)의 연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훼기 의례와 반대로 천으로 정성스럽게 싸서 죽은 이의 곁에 두기도 했다. 가족의 건강기원 등 소망을 담은 글씨와 문양을 거울의 뒷면에 정성스럽게 새기기도 했다.
국립나주박물관이 최근 개막한 기획특별전 ‘빛, 고대 거울의 속삭임’을 내년 2월 9일까지 개최한다. 삼한~삼국시대 거울과 함께 최근 출토된 전시품 등 모두 270여 점을 선보인다. 전국에서 출토된 청동거울을 모두 모은 국내 최초의 대규모 거울 전시다. 국보로 지정된 거울 2점(화순 대곡리 정문경, 무령왕릉 의자손수대경)과 최근 발굴된 함평 엄다리 제동고분, 고흥 신호리 동호덕고분 유물도 포함돼 있다.
저물어 가는 한 해, 청동거울에 깃든 고대인의 흔적과 심성을 더듬어보고 삶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penfoot@kwangju.co.kr
저물어 가는 한 해, 청동거울에 깃든 고대인의 흔적과 심성을 더듬어보고 삶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