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원구성 3개월 만에 ‘운영위원장 사퇴 촉구’ 논란
2024년 11월 25일(월) 21:00
운영위원들, 정다은 위원장 사퇴 주장…‘탄핵’ 위한 조례 제정도 추진
민주당 조율로 지도부 꾸리고 스스로 부정…신 의장은 갈등 중재 ‘뒷짐’

<광주일보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감투싸움’으로 인한 파행 속에 시작된 제9대 광주시의회가 후반기 원 구성 4개월도 안 돼 또다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특히 상임위원회가 구성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회 운영위원회 일부 의원들이 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주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자진 사퇴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현재 조례에도 없는 상임위원장 사퇴를 위한 조례 제정까지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후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드러났던 의원들 간 갈등이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 의원들 간 갈등 중재에 나서야 할 시의회 의장은 ‘운영위원장이 의장인 자신과 소통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25일 광주시의회와 지역정가 등에 따르면 운영위원회 소속 위원 중 위원장을 제외한 모든 위원들은 최근 신수정 의장에게 정다은 운영위원장 사퇴를 요구했고, 이날 정 위원장에게는 직접 자진 사퇴를 요청했다.

운영위 소속 의원들은 의회 운영을 책임질 운영위원장이 의장과 운영위원, 의원들과 소통이 부족하고, 집행부인 광주시청 측을 두둔하면서 의회 운영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정 위원장은 위원들에게 “그동안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운영위원장 사퇴 요구’로까지 확대된 배경에는 제9대 광주시의회 후반기 원구성 과정에서 빚어진 의원들 간 갈등의 불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9대 광주시의회의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은 원 구성 과정에서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해 재투표를 하는 등의 잡음이 이어졌고, 본회의에서 이의 없이 가결된 예결위원 명단을 의원총회를 통해 독단적으로 바꾸는 ‘꼼수’를 부리는 등 일당 독점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처럼 각종 잡음으로 이어지면서 후반기 원 구성은 개원 49일 만에 일단락되는 촌극을 빚었다.

이처럼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시작된 후반기 광주시의회가 원 구성 3개월 만에 운영위원장 사퇴 요구로까지 이어진 셈이다. 이에 따라 시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국민의힘 의원과 무소속 의원을 배제한 채 ‘횡포’에 가까운 내부 조율과 투표를 거쳐 지도부를 꾸린 것을 스스로 부정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운영위원장 사퇴를 주장하는 A 위원은 “이번 행정사무감사 과정에서 집행부의 자료 부실 등 안일한 대응에 대해 의회 차원의 입장문 발표를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정 위원장은 집행부를 견제해야 하는 의원이자 운영위원장이 집행부 편을 들며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 위원도 “정 위원장은 ‘의회 운영’을 하는 운영위원장으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고 위원들 간 의견 조율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위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내부에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에 운영위 유지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운영위원들은 정 위원장이 사퇴하지 않을 경우 ‘위원 전원 사퇴’에 의견을 모았고, 위원장 ‘탄핵’을 할 수 있는 조례 제정까지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 구성이 이뤄진 지 3개월 만에 몇 가지 지적사항을 이유로 임기가 2년인 위원장 사퇴를 주장하고, ‘탄핵’을 위해 조례 제정까지 나서는 것은 위원들 간 보이지 않는 ‘정치적 프레임’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후반기 원 구성이 이뤄진 지 3개월도 안 돼 위원장 ‘탄핵’은 어불성설이다”면서 “시간을 두고 위원들 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가야 할 문제를 일부 위원들이 담합해 위원장을 ‘축출’하려고 하는 것은 사실상 ‘패거리 정치’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시의회 의장의 ‘역할론’도 지적되고 있다. 의회 운영을 위해 의원들 간 갈등 중재에도 나서고 의회 내 ‘불협화음’을 해소해야 할 의장이 운영위원들의 위원장 사퇴 요구가 이뤄질 때까지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다은 위원장은 “위원들께서 제기한 문제에 대해 부족한 부분이 분명 있었다”며 “의회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지켜봐달라”고 말을 아꼈다.

/김해나 기자 kh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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