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노미의 시대- 정유진 코리아컨설트 대표
2024년 11월 25일(월) 00:00 가가
요즘 마트나 식료품 가게에 들어서면 지역 이름이 들어간 상품들이 부쩍 눈에 띈다. 여수, 제주, 서울 등 제품에 도시명이 들어간 건 물론이고 ‘진도 파 크림 크로켓’, ‘해남 녹차 빼빼로’ 등 지역이 강조된 ‘로코노미’ 상품들이 인기다.
로코노미는 지역(local)을 의미하는 로컬과 경제(economy)를 뜻하는 이코노미의 합성어로 지역의 고유한 특색을 활용한 상품과 서비스를 일컫는다. 전에 없던 것이 아닌 지역의 특산물이 이렇게나 주목을 받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도 MZ세대의 취향 덕분이다. 비대면 소비가 확산하면서 가치에 의미를 두고 소비하는 MZ 세대의 ‘미닝아웃(Meaning Out)’ 트렌드는 로코노미를 트렌드로 급부상시켰다.
로코노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사람들이 동네 소매점과 국내 여행을 대안으로 선택하면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상품과 콘텐츠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마련했다. 실제로 한 카드사의 빅데이터 연구자료에 의하면 2019년부터 부산, 제주, 전주 등 지역명이 들어간 가맹점이 증가했다고 한다.
이전부터 지역 특산물이 있어 왔음에도 로코노미를 다르게 바라보는 이유는 로코노미에는 콘텐츠와 가치에 대한 선순환과 MZ세대와 연결하는 상호 공감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는 이런 소비를 통해 지역을 새롭게 경험함으로써 그 지역에 대한 친밀함과 유대감을 갖게 된다. 동시에 지역은 지역 문화와 전통을 보존하면서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전국의 시·군·구 절반 이상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이 시대에 로코노미 트렌드의 등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반갑다. 물론 이 트렌드로 지역 소멸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이라는 범국가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부르고 국가 발전을 위해 누구도 쉽게 소비에는 동참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공감을 얻지 못하면 이 또한 한 시절의 유행으로 끝나고 말 수도 있다.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이 트렌드다. 유행은 한 사회의 한 시점에서 있는 특정한 현상이며 그 사회에 침투 또는 확산해 가는 상태를 나타낸다. 그래서 더 이상 새롭고 흥미롭고 멋진 것으로 인식되지 않으면 사라지고 마는 경향이 있다.
유행으로 끝나지 않는 로코노미의 좋은 사례들이 세계 곳곳에 있지만 그중 20세기에 들어선 후 인구가 도심으로 집중되면서 지방소멸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일본 사례들을 들여다 보는 것은 의미 있다.
그중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자신의 디자인 철학으로 지역의 중요성을 오래 전부터 강조해온 한 디자이너의 활동이다. 스스로 ‘새롭게 물건을 만들지 않는 디자이너’가 된 나가오카 겐메이는 오래 쓸 수 있는 ‘훌륭한 디자인’을 꼽아 소개하고 판매 활동을 하며 일본의 지역을 소개하는 특별한 여행 잡지를 발행해 왔다.
잡지는 방문한 지역의 숙식에서부터 물건에 이르기까지 직접 체험한 경험을 감동이라는 기준으로 소개하며 표지에도 지역 작가의 작품을 사용하는 등 최대한 지역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데 중점을 둔다.
여행 잡지를 통해 이주까지 생각하게 하는 그의 잡지는 일본 대도시에서 활동하는 젊은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지역으로의 이주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실제로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모든 활동의 최종 목표는 ‘ 이주’라고 밝힌 바 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정보 이용이 어느 곳에서든 가능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고르는 것도 전보다 자유로워졌다. 그가 신념을 갖고 하는 일은 꼭 도시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다.
새로운 트렌드의 신조어를 접할 때마다 시대가 변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지역의 삶이 각광받는 시대가 곧 오지 않을까란 기대를 해본다. 다만 로코노미가 단순한 트렌드로 끝나지 않고 지역의 가치 상승, 그리고 이주에까지 연결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협력과 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같은 새로운 유행이 지속 가능한 가치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과 철학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로코노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본격적으로 확산되었다. 사람들이 동네 소매점과 국내 여행을 대안으로 선택하면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상품과 콘텐츠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마련했다. 실제로 한 카드사의 빅데이터 연구자료에 의하면 2019년부터 부산, 제주, 전주 등 지역명이 들어간 가맹점이 증가했다고 한다.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이 트렌드다. 유행은 한 사회의 한 시점에서 있는 특정한 현상이며 그 사회에 침투 또는 확산해 가는 상태를 나타낸다. 그래서 더 이상 새롭고 흥미롭고 멋진 것으로 인식되지 않으면 사라지고 마는 경향이 있다.
유행으로 끝나지 않는 로코노미의 좋은 사례들이 세계 곳곳에 있지만 그중 20세기에 들어선 후 인구가 도심으로 집중되면서 지방소멸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일본 사례들을 들여다 보는 것은 의미 있다.
그중 한 가지를 소개하자면 자신의 디자인 철학으로 지역의 중요성을 오래 전부터 강조해온 한 디자이너의 활동이다. 스스로 ‘새롭게 물건을 만들지 않는 디자이너’가 된 나가오카 겐메이는 오래 쓸 수 있는 ‘훌륭한 디자인’을 꼽아 소개하고 판매 활동을 하며 일본의 지역을 소개하는 특별한 여행 잡지를 발행해 왔다.
잡지는 방문한 지역의 숙식에서부터 물건에 이르기까지 직접 체험한 경험을 감동이라는 기준으로 소개하며 표지에도 지역 작가의 작품을 사용하는 등 최대한 지역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데 중점을 둔다.
여행 잡지를 통해 이주까지 생각하게 하는 그의 잡지는 일본 대도시에서 활동하는 젊은 디자이너들로 하여금 지역으로의 이주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갖게 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실제로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모든 활동의 최종 목표는 ‘ 이주’라고 밝힌 바 있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정보 이용이 어느 곳에서든 가능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고르는 것도 전보다 자유로워졌다. 그가 신념을 갖고 하는 일은 꼭 도시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다.
새로운 트렌드의 신조어를 접할 때마다 시대가 변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지역의 삶이 각광받는 시대가 곧 오지 않을까란 기대를 해본다. 다만 로코노미가 단순한 트렌드로 끝나지 않고 지역의 가치 상승, 그리고 이주에까지 연결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협력과 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같은 새로운 유행이 지속 가능한 가치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과 철학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