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의 재량권과 공무원의 전문성 - 노경수 광주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
2024년 11월 18일(월) 00:00 가가
지난 9월 29일 광주시 광산구가 동물 장묘시설 허가를 둘러싼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애완동물 장례업, 애완동물 화장장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A업체는 광산구에 제2종 근린생활시설로 건축허가, 신축, 사용승인을 마친 뒤 ‘동물 장묘시설(동물전용장례식장 등)’로의 용도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이에 대하여 광산구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세 차례 개최하여 심의했으나 부결되면서 용도변경(허가) 조건에 부적격하다는 이유로 불허가하는 처분을 하였다. 하지만 광주지법 재판부는 2022년 10월 A업체에 ‘용도변경 불허가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재판부가 A업체의 손을 들어준 것은 행정청의 처분이 사실 오인과 비례의 원칙 위반으로,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한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오인이란 ‘신청 시설’로부터 200m 이내 7호의 마을이 있으나 법적 기준인 300m 이내 20호 이상 인구밀집지역에 해당하지 않고, 배출가스도 기준을 충족해 A업체의 조치계획이 미흡하지 않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한 비례의 원칙 위반은 행정청의 처분에서 공익과 사익 상호간 비교하여 헤아림(비교교량)을 정당하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첫째 내용은 ‘신청 시설’이 반드시 혐오시설 또는 기피시설이라고 볼 수 없고, 단순히 다수의 주민 반대나 주변 주민과 촌락에 막연하게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이유로 불허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 ‘신청 시설’의 설치로 인해 환경오염이나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 보이지 않아 주변마을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셋째 반려동물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광주시 내에서도 동물 장묘시설의 수요와 시급성이 증가하고 있어 해당 신청을 허가할 공익상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판결에서 볼 수 있듯 도시계획위원회에서의 결정을 위법하게 하는 ‘하자’는 계획수립 주체인 행정청에 주어져 있는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와 관련된 계획 재량의 문제이다. 도시계획 관련 법령에서는 ‘이러한 경우에는 이렇게 하여야 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적시되어있지 않고, ‘행정청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수단들을 가진다’와 같이 단지 목적을 설정하고 그 목적 달성 수단과 방법을 종합·조정하는 것은 행정청에게 일임, 즉 재량권이 주어져 있다.
이로써 행정청는 구체적인 도시계획을 입안·결정함에 있어 비교적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계획재량권)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청이 갖는 이와 같은 형성의 자유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그 도시계획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익을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공익 상호간과 사익 상호 간에도 정당하게 비교하여 측정(비교교량)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다. 따라서 행정주체가 도시계획을 입안·결정함에 있어 이익형량을 전혀 행하지 아니하거나 이익형량의 고려 대상에 마땅히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한 경우 또는 이익형량을 하였으나 정당성·객관성이 결여된 경우에는 그 도시계획 결정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써 위법하게 된다.
재량권은 도시계획 행정에서는 필수불가결한 도구이며, 그 도구를 활용하는 공무원의 역량문제가 핵심이다. 계획재량과 관련해 각종 계획의 수립 및 결정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재량의 범위가 넓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보다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이 재량권을 행사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도시계획 전담부서 근무자가 순환보직에서 벗어나 장기 근무할 수 있도록 광주시의 ‘전보 제한 완화 제도’를 다시 살리는 것도 필요하다.
광산구의 동물 장묘시설(화장장) 불허가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로서 광주지역에 첫 동물 장묘시설이 들어설지 관심이 쏠린다. 광산구의 입장에서는 법원의 판결을 수용해서 이 시설을 허가할 수도 있고, ‘광범위한 재량’을 근거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새로운 사유를 들어 불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재량권이 많이 주어질수록 효율성,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는 있지만, 업무처리의 통일성 그리고 법적 안정성은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합리적인 도시계획은 재량권을 행사하는 공무원의 전문성이 관건이다.
재판부가 A업체의 손을 들어준 것은 행정청의 처분이 사실 오인과 비례의 원칙 위반으로,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한 위법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오인이란 ‘신청 시설’로부터 200m 이내 7호의 마을이 있으나 법적 기준인 300m 이내 20호 이상 인구밀집지역에 해당하지 않고, 배출가스도 기준을 충족해 A업체의 조치계획이 미흡하지 않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로써 행정청는 구체적인 도시계획을 입안·결정함에 있어 비교적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계획재량권)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청이 갖는 이와 같은 형성의 자유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라 그 도시계획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익을 공익과 사익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공익 상호간과 사익 상호 간에도 정당하게 비교하여 측정(비교교량)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다. 따라서 행정주체가 도시계획을 입안·결정함에 있어 이익형량을 전혀 행하지 아니하거나 이익형량의 고려 대상에 마땅히 포함시켜야 할 사항을 누락한 경우 또는 이익형량을 하였으나 정당성·객관성이 결여된 경우에는 그 도시계획 결정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써 위법하게 된다.
재량권은 도시계획 행정에서는 필수불가결한 도구이며, 그 도구를 활용하는 공무원의 역량문제가 핵심이다. 계획재량과 관련해 각종 계획의 수립 및 결정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공무원에게 주어지는 재량의 범위가 넓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보다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이 재량권을 행사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도시계획 전담부서 근무자가 순환보직에서 벗어나 장기 근무할 수 있도록 광주시의 ‘전보 제한 완화 제도’를 다시 살리는 것도 필요하다.
광산구의 동물 장묘시설(화장장) 불허가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로서 광주지역에 첫 동물 장묘시설이 들어설지 관심이 쏠린다. 광산구의 입장에서는 법원의 판결을 수용해서 이 시설을 허가할 수도 있고, ‘광범위한 재량’을 근거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새로운 사유를 들어 불허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재량권이 많이 주어질수록 효율성, 구체적 타당성을 기할 수는 있지만, 업무처리의 통일성 그리고 법적 안정성은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 결국 합리적인 도시계획은 재량권을 행사하는 공무원의 전문성이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