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특산품 지도 바뀐다
2024년 11월 08일(금) 08:00 가가
스페셜 리포트-기후위기, 달라지는 전남 농어업 지도 보니
해수면 온도 55년간 1.15도 상승…양식장 집단폐사 빈번
삼치·오징어 등 난류성 어획량 증가…명태 사라진지 오래
늦더위에 벼멸구 극성…고흥 커피·해남 바나나 등 눈길
파파야·망고 아열대 작물 재배 늘고 배추·배 농사 ‘타격’
해수면 온도 55년간 1.15도 상승…양식장 집단폐사 빈번
삼치·오징어 등 난류성 어획량 증가…명태 사라진지 오래
늦더위에 벼멸구 극성…고흥 커피·해남 바나나 등 눈길
파파야·망고 아열대 작물 재배 늘고 배추·배 농사 ‘타격’
이상기후 현상으로 전남의 농·어업 재해가 일상화 되고 있다.
올해 한해도 전남의 해수면 온도가 꾸준히 상승해 양식장에는 집단폐사가 발생했고, 늦더위 때문에 벼멸구가 극성을 부려 피해가 이어졌다. 전남의 밭과 과수원도 폭염피해를 면하지 못했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버린 탓에 전남의 농·어업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아열대 작물 재배면적이 늘고 난류성 어종이 그물에 잡히고 있다. 아열대 작물에서 미래를 찾는 농민도 부쩍 늘어 전남도는 '아열대 농업 육성 및 지원조례'를 제정해 지원에 나섰다.
해수면 온도 55년간 1.15도 상승…양식장 집단폐사 빈번
삼치·오징어 등 난류성 어획량 증가…명태 사라진지 오래
◇전남 해역 난류성 어종 밀려든다= 전세계적으로 고수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전남지역 해수면도 매해 온도가 오르고 있다.
해양생물은 해수 온도에 민감하다. 미세한 온도변화에도 특정 어종이 출현하고 먹이사슬의 변화까지 생긴다. 이에 전남 어민들의 어업환경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55년간 (1968년~2023년) 남해안의 표층 수온이 평균 1.15도 상승했다.
전남에는 난류성 어종이 부쩍 늘고 있다. 고수온에 사는 대표어종인 ‘삼치’ 어획량은 2022년 생산량 1만 2926t에서 2023년 1만 7008t으로 증가했다. 삼치는 보통 제주에서 많이 잡히지만 따뜻한 물을 따라 이동하면서 최근 서남해안에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기후변화 보고서 2024’를 보면 삼치는 2000년대 초반~2010년대 초반에는 어장 분포 범위 및 중심에서 큰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2010년대 후반과 2020년대 초반에 거쳐 서해로 어장분포가 북상하고 있는 것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2050년 서해에서는 겨울철에도 삼치가 잡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와 멸치, 오징어 생산량도 늘었다. 고등어는 2022년 2484t이 잡혔지만 지난해 5366t을 어획하며 전년 대비 생산량이 82.7% 늘었다. 멸치는 6906t에서 2만 8048t으로 32.7% 증가했다.
살오징어(오징어)는 전국적으로는 생산량이 35% 감소했으나 전남해역에서는 2022년 2632t에서 지난해 2850t으로 증가했다.
반면 한류성 어종인 대구의 경우 61t에서 33t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고수온 현상이 지속될 경우 한반도에서 보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말이다. 바다 표면의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명태가 수면 위에 알을 낳을 경우 더운물에 부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조류 양식도 변화하고 있다. 전국 생산량의 77%를 차지하는 전남 지역 김 생산량도 1만 t 가까이 줄었다. 2022년 42만 5689t을 생산했지만 지난해는 41만 9475t에 그쳤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은 올해 전남 해역이 평년보다 2~4도 높은 수온을 보이는데 따라 김 채묘 적기가 평년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평년 9월 초에 채묘되던 잇바디돌김의 경우 올해 9월 말 이후, 9월 말에 채묘되던 일반김과 모무늬 김은 10월 초 이후로 예상된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수온에 따라 수역의 어종이 달라질 경우 장기적으로 먹이사슬에도 변화가 생겨 멸절(해역에서 사라짐)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잘 잡히는 어종이 달라지면 해당 수역 어민들의 어업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전남지역 고수온 양식 수산물 피해는 10개 시·군(여수, 순천, 고흥, 보성, 장흥, 강진, 해남, 완도, 진도)에서 발생했다. 피해는 1152개 어가, 5100만마리로 추정된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늦더위로 벼멸구 극성…고흥 커피·해남 바나나 등 눈길
파파야·망고 아열대 작물 재배 늘고 배추·배 농사 ‘타격’
<>◇파파야, 망고 재배면적 늘어= 기후변화로 기존 작물 재배지가 한반도 북쪽으로 올라가고, 전남에서는 아열대 작물 등 새로운 품종을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전남 농민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작황이 나날이 달라지고 있어 몇 년 후면 전남의 특산품은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지역 경제 전반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을고 있다.
실제 전통적인 전남 지역 농작물의 생산 면적은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농업면적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남의 배 재배 면적은 2686㏊로 전년(2710㏊) 대비 0.89% 감소했고, 10년 전인 2014년(3457㏊)에 비해서는 22.3% 줄어들었다.
해남이 주산지인 가을배추 역시 재배 면적이 축소되고 있다. 전남 지역 가을 배추 재배면적은 2021년 3226㏊, 2022년 3289㏊, 2023년 3100㏊, 2024년 3017㏊로 감소추세다.
반면 망고, 바나나, 백향과, 커피, 파파야 등 아열대 작물 재배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전남의 아열대 작물 재배는 2018년 82.5㏊(454농가), 2019년 102.8㏊(566농가), 2020년 123.5㏊(521농가), 2021년 106.3㏊(1250농가), 2022년 1010.7㏊(1063농가), 2023년 2452.6㏊(4160농가)로 급증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1996.4㏊(3452농가)에서 아열대 작물 재배가 이뤄지고 있으며, 차나무 982.3㏊(781농가), 무화과 742.7㏊(1934농가), 석류 87.82㏊(182농가), 비파 83.82㏊(144농가), 여주 25.59㏊(93농가), 망고 23.24㏊(76농가), 강황 14.63㏊(156농가), 백향과 8.75㏊(50농가) 등이다.
고흥에서는 13개 농가가 커피를, 해남에서 4개 농가가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생산하고 있다. 곡성에서는 올해 처음 제주 지역 특산품인 아열대 과일 천혜향을 출하하기도 했다.
아열대 작물은 ‘월평균 기온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 가장 추운 달의 기온이 18도 이하’인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데, 광주·전남이 점차 이같은 아열대 작물 재배에 적합한 환경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973년 13.7도였던 광주·전남의 연평균 기온은 매해 증가해 2023년 14.8도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농촌진흥청 산하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우리나라의 아열대 기후 지역이 2020년 경지면적의 10.1%로 파악됐지만, 2060년 26.6%, 2080년 62.3%로 늘어나 한반도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에 속할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변화하는 기후에 적합한 품종을 육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나서는 것은 물론, 기존 작물재배 농가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응해 전남 지역에 도입 가능한 아열대 작물을 발굴하고, 농가 소득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올해 한해도 전남의 해수면 온도가 꾸준히 상승해 양식장에는 집단폐사가 발생했고, 늦더위 때문에 벼멸구가 극성을 부려 피해가 이어졌다. 전남의 밭과 과수원도 폭염피해를 면하지 못했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되버린 탓에 전남의 농·어업의 지도가 바뀌고 있다. 아열대 작물 재배면적이 늘고 난류성 어종이 그물에 잡히고 있다. 아열대 작물에서 미래를 찾는 농민도 부쩍 늘어 전남도는 '아열대 농업 육성 및 지원조례'를 제정해 지원에 나섰다.
삼치·오징어 등 난류성 어획량 증가…명태 사라진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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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55년간 (1968년~2023년) 남해안의 표층 수온이 평균 1.15도 상승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기후변화 보고서 2024’를 보면 삼치는 2000년대 초반~2010년대 초반에는 어장 분포 범위 및 중심에서 큰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2010년대 후반과 2020년대 초반에 거쳐 서해로 어장분포가 북상하고 있는 것이 뚜렷하게 확인됐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2050년 서해에서는 겨울철에도 삼치가 잡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난류성 어종인 고등어와 멸치, 오징어 생산량도 늘었다. 고등어는 2022년 2484t이 잡혔지만 지난해 5366t을 어획하며 전년 대비 생산량이 82.7% 늘었다. 멸치는 6906t에서 2만 8048t으로 32.7% 증가했다.
살오징어(오징어)는 전국적으로는 생산량이 35% 감소했으나 전남해역에서는 2022년 2632t에서 지난해 2850t으로 증가했다.
반면 한류성 어종인 대구의 경우 61t에서 33t으로 절반 가량 줄었다.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는 고수온 현상이 지속될 경우 한반도에서 보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말이다. 바다 표면의 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명태가 수면 위에 알을 낳을 경우 더운물에 부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조류 양식도 변화하고 있다. 전국 생산량의 77%를 차지하는 전남 지역 김 생산량도 1만 t 가까이 줄었다. 2022년 42만 5689t을 생산했지만 지난해는 41만 9475t에 그쳤다.
전남해양수산과학원은 올해 전남 해역이 평년보다 2~4도 높은 수온을 보이는데 따라 김 채묘 적기가 평년보다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평년 9월 초에 채묘되던 잇바디돌김의 경우 올해 9월 말 이후, 9월 말에 채묘되던 일반김과 모무늬 김은 10월 초 이후로 예상된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수온에 따라 수역의 어종이 달라질 경우 장기적으로 먹이사슬에도 변화가 생겨 멸절(해역에서 사라짐)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잘 잡히는 어종이 달라지면 해당 수역 어민들의 어업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전남지역 고수온 양식 수산물 피해는 10개 시·군(여수, 순천, 고흥, 보성, 장흥, 강진, 해남, 완도, 진도)에서 발생했다. 피해는 1152개 어가, 5100만마리로 추정된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늦더위로 벼멸구 극성…고흥 커피·해남 바나나 등 눈길
파파야·망고 아열대 작물 재배 늘고 배추·배 농사 ‘타격’
<>◇파파야, 망고 재배면적 늘어= 기후변화로 기존 작물 재배지가 한반도 북쪽으로 올라가고, 전남에서는 아열대 작물 등 새로운 품종을 재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전남 농민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작황이 나날이 달라지고 있어 몇 년 후면 전남의 특산품은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지역 경제 전반이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을고 있다.
실제 전통적인 전남 지역 농작물의 생산 면적은 꾸준히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농업면적조사에 따르면 올해 전남의 배 재배 면적은 2686㏊로 전년(2710㏊) 대비 0.89% 감소했고, 10년 전인 2014년(3457㏊)에 비해서는 22.3% 줄어들었다.
해남이 주산지인 가을배추 역시 재배 면적이 축소되고 있다. 전남 지역 가을 배추 재배면적은 2021년 3226㏊, 2022년 3289㏊, 2023년 3100㏊, 2024년 3017㏊로 감소추세다.
반면 망고, 바나나, 백향과, 커피, 파파야 등 아열대 작물 재배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전남의 아열대 작물 재배는 2018년 82.5㏊(454농가), 2019년 102.8㏊(566농가), 2020년 123.5㏊(521농가), 2021년 106.3㏊(1250농가), 2022년 1010.7㏊(1063농가), 2023년 2452.6㏊(4160농가)로 급증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1996.4㏊(3452농가)에서 아열대 작물 재배가 이뤄지고 있으며, 차나무 982.3㏊(781농가), 무화과 742.7㏊(1934농가), 석류 87.82㏊(182농가), 비파 83.82㏊(144농가), 여주 25.59㏊(93농가), 망고 23.24㏊(76농가), 강황 14.63㏊(156농가), 백향과 8.75㏊(50농가) 등이다.
고흥에서는 13개 농가가 커피를, 해남에서 4개 농가가 바나나와 파인애플을 생산하고 있다. 곡성에서는 올해 처음 제주 지역 특산품인 아열대 과일 천혜향을 출하하기도 했다.
아열대 작물은 ‘월평균 기온 10도 이상인 달이 8개월 이상, 가장 추운 달의 기온이 18도 이하’인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데, 광주·전남이 점차 이같은 아열대 작물 재배에 적합한 환경이 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1973년 13.7도였던 광주·전남의 연평균 기온은 매해 증가해 2023년 14.8도로 역대 1위를 기록했다.
농촌진흥청 산하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우리나라의 아열대 기후 지역이 2020년 경지면적의 10.1%로 파악됐지만, 2060년 26.6%, 2080년 62.3%로 늘어나 한반도 대부분이 아열대 기후에 속할 것이라 예측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변화하는 기후에 적합한 품종을 육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나서는 것은 물론, 기존 작물재배 농가에 대한 보호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응해 전남 지역에 도입 가능한 아열대 작물을 발굴하고, 농가 소득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