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의 눈물 - 김여울 체육부 차장
2024년 11월 08일(금) 00:00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KIA 타이거즈의 12번째 우승이 확정된 뒤 가장 많은 눈물을 쏟아낸 선수는 내야수 박찬호와 포수 김태군이었다. 동료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박찬호와 김태군은 오열했다. 일반적인 보통의 선수들은 아니다. 뻔한 립서비스성의 멘트보다는 자신의 소신과 야구 철학을 솔직하게 말하는, ‘듣고 싶어 하는’이 아닌 ‘하고 싶은’ 또는 ‘해야 하는’ 말을 하는 선수들이다.

우승이 확정된 뒤 가장 많은 눈물을 쏟아낸 선수, 사연과 인연 많은 박찬호에 대한 질문을 받은 이범호 감독은 “찬호의 플레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팀을 위한 마음과 열정은 큰 그릇의 선수라고 이야기한 이 감독은 “찬호 많이 사랑해 주세요”라는 당부의 말도 남겼다.

많은 지도자가 바라는 반듯한 플레이는 아니지만, 여전히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들뜬 모습도 보여주지만 이 감독은 박찬호라는 선수 자체를 인정하고 그의 능력을 존중해줬다. 그리고 누구보다 강한 승리 열망과 팀에 대한 애정은 한국시리즈가 ‘인생의 꿈’이었던 박찬호를 5차전 MVP로 만들었다.

공·수에서 최고의 활약을 하며 우승 일등공신이 된 김태군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프로’다. “밥값을 해야 한다”며 김태군은 그라운드에 있는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전임 단장 체제에서 포수 포지션 영입과 운영 문제가 계속됐고, 트레이드가 마뜩잖았던 이들의 시선까지 더해져 ‘이적생’ 김태군은 날 선 말들을 감내해야 했다. 또 스스로 “KIA에서 이런 캐릭터 처음 봤을 것이다”라고 할 정도로 ‘할 말은 하는’ 성격이기도 하다.

주입식 교육의 폐해로 정해놓은 ‘정답’에 익숙한, 개성 있는 개인보다는 안정적인 전체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속 이들의 솔직함은 불편함이 될 수 있다. 익명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악플을 쏟아내며 삶의 위안을 얻는 이들은 그냥 싫은 존재를 찾기도 한다.

쉽게 던지는 모진 말은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서는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달리는 그들도 동료와 가족의 사랑을 받는 보통의 사람이다. 우승이 간절했고, 프로답게 오로지 실력으로 증명하고 싶었던 두 사나이의 사연 많은 눈물이었다.

/김여울 체육부 차장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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