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승리 - 윤현석 경제·행정 부국장
2024년 11월 06일(수) 22:00
가장 아름다운 조각상을 하나 뽑으라면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꼽겠다. 다비드는 무시무시한 거인 골리앗을 돌팔매로 쓰러뜨렸던 그 다윗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해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작은 국토 면적과 적은 인구에 사방이 적으로 둘러쌓여 있는 이스라엘은 마치 다윗처럼 훨씬 큰 국가, 핵을 가지고 있는 국가와의 전쟁도 불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중거리 미사일 방어 시스템은 ‘다윗의 돌팔매(David’s Sling)’라 부른다. 다윗처럼 이스라엘도 그리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그러나 지금의 이스라엘은 3000년 전 다윗처럼 혼자도, 약자도 아니다. 초강대국 미국이라는 뒷배가 있고, 유럽 여러 국가의 지원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방어 시스템은 한 번 가동할 때마다 1조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노동조합은 18세기 산업혁명과 함께 급증한 노동자가 자본가·정부라는 ‘강자’에 대항하기 위해 조직됐다. 처음에는 상호부조가 목적이었지만, 살인적인 노동시간과 임금 착취 등에 처하자 단체행동에 나섰다. 20세기 들어 노동자들이 공산주의 혁명에 가담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자본주의 국가들도 서둘러 노조를 인정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후 여러 갈등이 있었지만 노조의 필요성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노조의 천국’이라는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노조가 국가 또는 지역의 경제 성장·발전을 막거나 지나치게 단체 행동에 나서는 것은 고민해볼 문제다. 천신만고 끝에 노사민정이 만들어낸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자본가의 이익을 우선하는 기업이 아니다. 직원들은 사전에 충분히 이를 인지했고, 다른 이들과의 경쟁을 거쳐 지역에서 꽤 좋은 일자리를 얻었다. 그러나 이 연약하기만 한 기업은 현대자동차에 100% 의존하고 있고,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도 필요하다. 그것이 상생협약서에 명기된 총생산량 35만대일 수도 있다.

노조가 자신들이 살아갈 지역과 앞으로 취업할 후배들을 위해 이 약속을 지키겠다고 천명한다면 좋겠다. 그것이 그 기업과 노조를 지속가능하게 할 것이고, 후일 모두의 승리로 평가될 것이다.

/윤현석 경제·행정 부국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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