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은 전라도인들의 힘이자 근기”
2024년 10월 29일(화) 22:15 가가
문순태 소설가 세 번째 시집 ‘타오르는 영산강’
소설 ‘타오르는 강’ 모티브로 다수 작품 수록
1~4부 걸쳐 영산강에서 얻은 시상·삶의 회고 등
소설 ‘타오르는 강’ 모티브로 다수 작품 수록
1~4부 걸쳐 영산강에서 얻은 시상·삶의 회고 등
소설가들이 쓴 시는 어떤 울림이 있을까? 평생 서사를 엮어온 소설가가 압축적인 시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문학은 원래 시에서, 노래에서 출발했다. 시인이든 소설가든 창작을 한다는 것은 시를 쓰는 행위이다. “모든 사람은 시인으로 태어났다”는 말이 있듯이 본질적으로 인간은 자신만의 시를 쓰며 한 생을 산다.
문순태 소설가가 세 번째 시집 ‘타오르는 영산강’(문학들)을 펴냈다.
나주 영산포 ‘타오르는 강 문학관’ 개관을 기념해 펴낸 작품집은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 등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 다수 실렸다. 현재 작가는 담양 생오지에서 영산포 인근으로 거주지를 옮겨 영산강과 벗하며 살고 있다.
문 작가는 시집을 펴내게 된 계기에 대해 “나는 영산강이 되살아나고 진정으로 강의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며 시집을 펴냈다”고 전했다.
그는 전라도 사람들 마음속에는 영산강이 흐른다고 생각한다. 영산강은 ‘전라도인들의 핏줄’과도 같다는 것이다.
“누대에 걸쳐 영산강은 전라도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안고 흘렀습니다. 빛과 그림자까지 투영돼 있지요. 영산강은 꺾일 줄 모르는 전라도 사람들의 힘이자 근기인 셈이죠.”
문 작가는 그렇게 영산강, 아니 ‘타오르는 강’을 바라보며 평생 원고지와 사투를 벌여왔다. 소설 ‘타오르는 강’은 노비들이 민중을 중심으로 발전해, 역사를 바꾼다는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그에 따르면 1886년 노비세습제가 풀려 노비들은 자유로운 몸이 되지만 주인을 떠나지 못한다. 조선조 때는 전체 인구의 40%가 노비였다는 기록도 있다. 작가는 노비들이 점차 세상에 눈을 뜨고 민중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꿔나가는 면들을 소설로 그렸다.
이번 시집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는 영산포로 옮겨온 후 강에서 얻은 시상을 담은 22편이 실려 있다. 2부는 세 번째 시집 ‘홍어’ 이후 쓴 홍어에 관한 작품이며, 3부는 작가 삶의 흔적들을 돌아본 시를 담고 있다. 마지막 4부는 젊었을 때 써두었던 연시들이다.
문 작가가 시를 쓰게 된 것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나의 시적 뿌리는 다형 김현승 시인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했다. 광주고 2학년 재학시절 김현승 시인을 만나 시의 씨앗이 잉태됐다는 것이다. 대학 4학년 때 김현승 시인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추천됨으로써, 시인이라는 ‘직함’으로 문단에 먼저 나왔다.
아마도 그는 시인으로 출발해 다시 시인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택한 듯하다. 아마도 긴 호흡이 필요한 소설을 쓰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올해 우리나이로 86세다.
지난 2013년 첫 시집을 펴낼 당시 그는 “나에게 소설이 논과 밭이라면 시는 꽃밭이다. 그동안 나는 고향의 산자락 묵정밭을 열심히 일구어 소설 농사를 지어왔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시심이 강파른 내 가슴을 몸살나도록 흔들어댔다. 이제 다 늙어서야 곡식 대신 꽃씨를 뿌리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홍어를 모티브로 100여 편의 시를 묶어 작품집을 펴냈다. 당시 시집은 홍어 예찬이자, 종합적인 홍어 인문서로 회자가 됐다.
이번 시집은 늘 영산강과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들이 눈에 띈다.
“영산강을 따라 걷는다/ 갈 곳을 잃은 사람에게/ 강물은 길이 되고/ 동반자가 된다/ 강의 마음으로/ 낯선 길 따라 걸으며/ 때 묻은 시간 헹구고/ 헛된 욕심 흘려보내고 나니/ 원한도 미움도 물거품 되고/ 발걸음 바람처럼 가벼워진다…”
‘영산강을 따라 걷다’는 작가가 인생 만년을 여전히 영산강과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생각하는 영산강은 높낮이 없는 ‘수평세상’이다. 그가 꿈꾸고 열망하는 세상은 영산강과 같은 세상인 것이다.
“강은 높은 곳보다 낮은 세상을 지향하고 비어 있는 것들을 채우는 속성을 지니고 있지요. 강의 흐름을 보며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고 숨 쉬는 거대한 생명체를 보게 됩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문학은 원래 시에서, 노래에서 출발했다. 시인이든 소설가든 창작을 한다는 것은 시를 쓰는 행위이다. “모든 사람은 시인으로 태어났다”는 말이 있듯이 본질적으로 인간은 자신만의 시를 쓰며 한 생을 산다.
나주 영산포 ‘타오르는 강 문학관’ 개관을 기념해 펴낸 작품집은 대하소설 ‘타오르는 강’ 등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 다수 실렸다. 현재 작가는 담양 생오지에서 영산포 인근으로 거주지를 옮겨 영산강과 벗하며 살고 있다.
문 작가는 시집을 펴내게 된 계기에 대해 “나는 영산강이 되살아나고 진정으로 강의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며 시집을 펴냈다”고 전했다.
“누대에 걸쳐 영산강은 전라도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안고 흘렀습니다. 빛과 그림자까지 투영돼 있지요. 영산강은 꺾일 줄 모르는 전라도 사람들의 힘이자 근기인 셈이죠.”
그에 따르면 1886년 노비세습제가 풀려 노비들은 자유로운 몸이 되지만 주인을 떠나지 못한다. 조선조 때는 전체 인구의 40%가 노비였다는 기록도 있다. 작가는 노비들이 점차 세상에 눈을 뜨고 민중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꿔나가는 면들을 소설로 그렸다.
이번 시집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는 영산포로 옮겨온 후 강에서 얻은 시상을 담은 22편이 실려 있다. 2부는 세 번째 시집 ‘홍어’ 이후 쓴 홍어에 관한 작품이며, 3부는 작가 삶의 흔적들을 돌아본 시를 담고 있다. 마지막 4부는 젊었을 때 써두었던 연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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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작가가 시를 쓰게 된 것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나의 시적 뿌리는 다형 김현승 시인으로부터 비롯됐다”고 했다. 광주고 2학년 재학시절 김현승 시인을 만나 시의 씨앗이 잉태됐다는 것이다. 대학 4학년 때 김현승 시인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추천됨으로써, 시인이라는 ‘직함’으로 문단에 먼저 나왔다.
아마도 그는 시인으로 출발해 다시 시인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택한 듯하다. 아마도 긴 호흡이 필요한 소설을 쓰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올해 우리나이로 86세다.
지난 2013년 첫 시집을 펴낼 당시 그는 “나에게 소설이 논과 밭이라면 시는 꽃밭이다. 그동안 나는 고향의 산자락 묵정밭을 열심히 일구어 소설 농사를 지어왔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시심이 강파른 내 가슴을 몸살나도록 흔들어댔다. 이제 다 늙어서야 곡식 대신 꽃씨를 뿌리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홍어를 모티브로 100여 편의 시를 묶어 작품집을 펴냈다. 당시 시집은 홍어 예찬이자, 종합적인 홍어 인문서로 회자가 됐다.
이번 시집은 늘 영산강과 함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들이 눈에 띈다.
“영산강을 따라 걷는다/ 갈 곳을 잃은 사람에게/ 강물은 길이 되고/ 동반자가 된다/ 강의 마음으로/ 낯선 길 따라 걸으며/ 때 묻은 시간 헹구고/ 헛된 욕심 흘려보내고 나니/ 원한도 미움도 물거품 되고/ 발걸음 바람처럼 가벼워진다…”
‘영산강을 따라 걷다’는 작가가 인생 만년을 여전히 영산강과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생각하는 영산강은 높낮이 없는 ‘수평세상’이다. 그가 꿈꾸고 열망하는 세상은 영산강과 같은 세상인 것이다.
“강은 높은 곳보다 낮은 세상을 지향하고 비어 있는 것들을 채우는 속성을 지니고 있지요. 강의 흐름을 보며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고 숨 쉬는 거대한 생명체를 보게 됩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