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가을로 떠나는 여행…자연·문학과 동행하다
2024년 10월 29일(화) 09:00
[굿모닝 예향]멋과 맛 함께 남도 유람-장흥
율산마을 ‘해산토굴’·정남진 해안도로
한승원·이승우·이대흠 작가 등 배출
편백숲 ‘우드랜드’·‘천관산 억새’ 등
자연 속 힐링·문학 추억 찾아 떠나볼까

‘정남진 천문과학관’ 인근 편백나무 숲에 마련된 맨발걷기 산책로.

장흥의 산과 들, 바다 그리고 ‘문림의향’(文林義鄕) 바탕 속에서 많은 예술인들이 배출됐다.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와 정남진 전망대, 천관산 억새, 선학동 메밀밭 등지에 여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정남진(正南津) 장흥은 ‘문화·예술·관광’ 부흥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가을의 정취가 물씬풍기는 요즘, 장흥의 ‘힐링’ 자연과 역사, 문화를 찾아 길을 나선다.

◇노벨문학상 한강 수상… ‘문학의 길’ 눈길=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10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 발표 직후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가 거주하는 장흥지역은 마치 축제같은 환희로 가득했다. 한승원 작가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세상이 꼭 발칵 뒤집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상 이후 한승원 작가의 집필공간인 장흥군 안양면 사촌리 율산마을 ‘해산토굴’(海山土屈)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968년 단편소설 ‘목선’으로 등단한 작가는 1997년 ‘서울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와 득량만 바닷가에 집필실을 마련하고 작품창작에 몰두해왔다.

또한 장흥군 관산읍 ‘정남진 전망대’부터 회진항~회진면 진목리 이청준 생가로 이어지는 ‘정남진 해안도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 길은 고(故) 이청준·송기숙 작가와 한승원, 이승우 작가, 이대흠 시인 등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배출하고 많은 작품을 탄생시킨 ‘문학의 길’이기도 하다.

하늘에서 바라본 ‘정남진 전망대’와 ‘통일광장’. 득량만 너머로 멀리 고흥반도가 보인다.
관산읍 삼산리 바닷가에 우뚝 서있는 ‘정남진 전망대’(높이 45.9m)는 위용만으로도 보는 이를 압도한다. 상층은 떠오르는 태양을, 중층은 황포돛대를, 하층은 역동적인 파도를 각각 형상화해 디자인했다. 전망대 입구에는 ‘통일 시작의 땅 장흥’이라는 대형 글귀가 세워져 있고, ‘통일 광장’에는 한반도 모양의 대형 바닥분수가 설치돼 있다. 중강진에서 경도를 따라 서울 광화문을 거쳐 정남진(장흥)까지 그어진 선이 눈길을 끈다. 10층 전망대에 오르면 득량만 푸른 바다와 고흥반도가 눈앞에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전망대 앞쪽에는 지름 7m 규모의 대형 원형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작품명은 ‘율려(律呂)-어울림의 시작’이다.

장흥 출신 이청준(1939~2008) 작가가 1979년 발표한 ‘선학동 나그네’는 영화로 널리 알려진 ‘서편제’의 뒷이야기이자 연작소설 ‘남도 사람’의 종결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임권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동명 소설을 지난 2007년 영화 ‘천년학’으로 만들었다. 장흥 회진면 바닷가에 선학동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 ‘천년학’ 개봉 이후 마을 명칭을 회진리 산저마을에서 선학동으로 바꾸었다. 회진항에서 선학동으로 이어지는 바닷가 도로명은 ‘천년학길’이다. 영화 ‘천년학’ 주막 장면에 사용된 세트장이 마을앞 바닷가에 실제처럼 보존돼 있다.

선학동 메밀밭 한복판에서 응당 이효석 작가의 ‘메밀꽃 밀 무렵’의 문장을 떠올리게 된다. 메밀밭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여행자는 소설 속 허생원이나 동이 같은 장돌뱅이가 된다. 흐뭇한 달빛에 ‘소금을 뿌린 듯이’ 하얀 메밀밭을 상상해본다.

선학동에서 멀지 않은 진목리에 이청준 작가의 생가(회진면 진목1길 9-9)와 묘소가 있다. 묘소는 생가에서 멀지않다. 작가는 펜 끝에서 힘차게 학을 비상시켰다.

천관산 기슭에는 ‘천관문학관’이 자리하고 있다. 장흥출신 문인들의 다양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장흥은 고전문학 기봉(岐峯) 백광홍과 존재(存齋) 위백규를 비롯해 현대문학 문인들을 배출해 ‘문림의향’(文林義鄕)과 ‘현대문학의 요람’으로 불리는 고장이다.

정남진편백숲 우드랜드 내 ‘소원을 비는 달’ 포토존.
◇자연과 더불어 숨쉬는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억불산(해발 517m) 자락 120㏊ 규모의 편백나무 숲속에 자리하고 있는 ‘정남진편백숲 우드랜드’는 자연 속에서 피톤치드를 호흡하며 걷고, 머무를 수 있는 데크길과 맨발 황토길, 편백소금집, 숙박시설 등을 두루 갖추고 있는 ‘치유의 숲’, 힐링 공간이다.

입구에서 억불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무(無)장애 데크길 명칭은 ‘말레길’이다. ‘말레’는 영어 ‘Malle’로 표기돼 있지만 한옥 대청(大廳)을 뜻하는 장흥지역의 옛말이라고 한다. 노약자나 휠체어 이용자도 이용할 수 있도록 경사를 완만하게 했다.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3.8㎞ 거리로, 1시간20분 가량이 소요된다.

‘정남진편백숲 우드랜드’ 공간은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위로의 빛구간’은 경관조명을 설치해 이색적인 야경을 즐길 수 있다. 구름다리 모양의 ‘하늘 오름길’에 오르면 시야가 툭 터짐은 물론 경사진 아래쪽으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사랑의 오솔길’에는 큼지막한 ‘I ♡ U’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연인들의 포토 존으로 인기가 높다. 계곡물이 시원스럽게 흘러내리는 ‘음이온 폭포’ 앞에 서면 절로 청량감을 만끽할 수 있다.

요즘 ‘정남진편백숲 우드랜드’에서 ‘맨발걷기 산책로’가 핫 플레이스이다. 장흥군이 편백나무 숲길에 최근 조성한 1.2㎞ 길이의 맨발 황토 길이다. 하늘을 향해 시원스레 뻗은 편백나무 숲을 맨발로 걷는 느낌은 각별하다. 산책로에서 지척인 ‘정남진 천문과학관’(운영시간 오후 2~밤 10시)을 찾아 별과 우주의 신비를 맛볼 수 있다.

◇가을 햇살에 은빛물결 일렁이는 ‘천관산 억새’=관산읍과 대덕읍 경계에 위치한 천관산은 호남 5대 명산중 하나로 손꼽힌다. 봄에 동백, 가을에 억새로 유명하다. ‘장흥군 향토지’(1975년)는 “산상에 오르면 북으로 광주 무등산이 보이며 청명한 날이면 남으로 멀리 수평선 너머 제주 한라산이 아스라이 보인다.

억새는 가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낸다. 매년 이맘때 장흥 천관산 정상(연대봉)~환희대 억새능선 일대에 백마 갈기같은 은빛 물결이 일렁인다. 억새 군락지 면적은 130만㎡에 달한다. 억새의 향연을 즐기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등산객들이 천관산을 찾는다. 오전 9시 이전이나 오후 5시 이후에 태양을 안은 억새가 가장 눈부시고 찬란하다. 억새군락과 가을 햇살, 산들바람이 어우러진다면 ‘와~!’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온다.

득량만 바다와 천관산 억새, 우드랜드 푸른 숲… 장흥의 가을빛깔이 찬란하다.

/글=송기동 기자 song@·장흥=김용기 기자 kyki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장흥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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