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배추? 배추농민들 속은 시커멓게 탑니다”
2024년 10월 06일(일) 20:20 가가
르포 - 해남 배추 농가 가 보니
폭염·폭우 이상기후에
배추 뿌리 못내리고 썩어
생산비 못 건지고 포기할 판
유통과정에 배추값 뛰고
중국산까지 수입 ‘한숨’
폭염·폭우 이상기후에
배추 뿌리 못내리고 썩어
생산비 못 건지고 포기할 판
유통과정에 배추값 뛰고
중국산까지 수입 ‘한숨’


지난 5일 해남군 황산면에서 농민 임두만씨가 폭우 등 이상 기후 피해가 발생한 배추밭을 둘러보고 있다. 임씨는 “이맘 때면 이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배추가 자라야 하지만 생육이 더디기만 하다”고 말했다.
“배춧값이 2만원을 넘어가니 남들은 ‘떼부자 됐겠다’고 하지만 속모르는 소리고 오히려 농사가 망할 판이여.”
광주일보 취재진이 지난 5일 찾은 해남군 황산면의 배추밭에는 군데군데 붉은 흙이 드러나 있었다. 일부 배추는 밑동까지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평소 이맘때면 생육의 절반 이상 진행된 푸른색 가을배추가 이랑이 안보일 정도로 자라지만, 올해는 이상기후로 배추들이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해남 배추는 수확철이면 장비를 이용해 뿌리를 잘라내야 할 정도로 단단한 품질을 자랑한다. 그런데 건드리기만 해도 뿌리가 뽑혀 나갈 정도로 썩어서 상품성이 없는 상태였다.
해남군 황산면에서 29년째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임두만(52)씨는 바람이 부는 날이면 밭에 나가 하루종일 배추를 살피고 있다. 가벼운 바람에도 생육이 좌우될 정도로 위태롭기 때문이다.
임씨는 “9월초 모종을 옮겨심은 사람은 좀 낫지만, 나 같이 비오기 직전인 9월 말께 배추를 심은 농민은 피해가 크다”며 “어린 배추가 착근되지 않아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휘청이다 뿌리째 뽑혀 나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달 21일 하루 동안 해남에 쏟아진 298㎜ 폭우는 재앙이 됐다.
배추밭이 폭우에 쓸려간데 이어 무름병이 도졌고, 일부 배추는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배추가격 안정화를 위해 배추 수입을 늘리겠다고 발표해 농민들은 가을·겨울 배추를 출하해도 제값을 받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다.
해남은 전국 배추 재배 면적의 25.7%를 차지한다. 전국 가을 배추의 15%, 겨울 배추의 63%를 해남배추 농가가 공급하고 있다.
해남 농민들은 “정작 농민은 생산비 보전도 어려워 허덕이는데 수입산 배추가 들어와 가격까지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올해 김장 배추가격이 높을 것으로 기대했기에 실망감이 더욱 큰 분위기다.
올해 이상기후 탓에 배추모종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데다 생산비도 올라 오히려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무진 해남군농민회장은 “올해 기름, 거름,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전반적으로 늘어난데다 특히 폭염 때문에 모종이 쉽게 죽으면서 169구짜리 모판 가격이 7000원대에서 2만원대까지 크게 올랐다”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데 가격까지 폭락하면 생산비를 건지지 못하는 것은 물론 농사 자체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남지역 배추 농가는 “국내산 배추만으로도 김장 배추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배추 주산지인 강원도와 해남 외에도 전북 고창, 충남 계룡 등 중부지역에서도 최근 배추 농사를 짓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지난 2022년 기록적 폭우로 인해 여름 고랭지 배추 공급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중국산 배추를 대량 수입했지만, 정작 해남 가을 배추가 가격 경쟁에서 밀려 판로를 잃었다는 것이다.
해남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2022년 당시 해남에서는 팔지 못한 가을 배추가 넘쳐나 발체 채였을 정도”라며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까 걱정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농민들은 “배춧값이 올랐다지만 농민들이 공판장에 넘길 땐 1포기에 1300원 받으면 잘 받았다고 한다”면서 “어떻게 소매 가격이 2만원대로 오를 수 있나. 무작정 공급을 늘리기 전에 중간 유통 과정을 살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말 중국산 배추 초도물량 16t을 긴급 수입하고, 10월 한달 동안 매주 200t씩 총 1100t을 수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민간수입업자를 통해서도 배추 3000t을 추가로 들여온다.
/해남=글·사진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광주일보 취재진이 지난 5일 찾은 해남군 황산면의 배추밭에는 군데군데 붉은 흙이 드러나 있었다. 일부 배추는 밑동까지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해남 배추는 수확철이면 장비를 이용해 뿌리를 잘라내야 할 정도로 단단한 품질을 자랑한다. 그런데 건드리기만 해도 뿌리가 뽑혀 나갈 정도로 썩어서 상품성이 없는 상태였다.
해남군 황산면에서 29년째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임두만(52)씨는 바람이 부는 날이면 밭에 나가 하루종일 배추를 살피고 있다. 가벼운 바람에도 생육이 좌우될 정도로 위태롭기 때문이다.
배추밭이 폭우에 쓸려간데 이어 무름병이 도졌고, 일부 배추는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배추가격 안정화를 위해 배추 수입을 늘리겠다고 발표해 농민들은 가을·겨울 배추를 출하해도 제값을 받지 못할까 우려하고 있다.
해남은 전국 배추 재배 면적의 25.7%를 차지한다. 전국 가을 배추의 15%, 겨울 배추의 63%를 해남배추 농가가 공급하고 있다.
해남 농민들은 “정작 농민은 생산비 보전도 어려워 허덕이는데 수입산 배추가 들어와 가격까지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올해 김장 배추가격이 높을 것으로 기대했기에 실망감이 더욱 큰 분위기다.
올해 이상기후 탓에 배추모종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데다 생산비도 올라 오히려 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무진 해남군농민회장은 “올해 기름, 거름,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전반적으로 늘어난데다 특히 폭염 때문에 모종이 쉽게 죽으면서 169구짜리 모판 가격이 7000원대에서 2만원대까지 크게 올랐다”며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데 가격까지 폭락하면 생산비를 건지지 못하는 것은 물론 농사 자체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해남지역 배추 농가는 “국내산 배추만으로도 김장 배추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배추 주산지인 강원도와 해남 외에도 전북 고창, 충남 계룡 등 중부지역에서도 최근 배추 농사를 짓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지난 2022년 기록적 폭우로 인해 여름 고랭지 배추 공급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중국산 배추를 대량 수입했지만, 정작 해남 가을 배추가 가격 경쟁에서 밀려 판로를 잃었다는 것이다.
해남에서 배추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2022년 당시 해남에서는 팔지 못한 가을 배추가 넘쳐나 발체 채였을 정도”라며 “이번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까 걱정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농민들은 “배춧값이 올랐다지만 농민들이 공판장에 넘길 땐 1포기에 1300원 받으면 잘 받았다고 한다”면서 “어떻게 소매 가격이 2만원대로 오를 수 있나. 무작정 공급을 늘리기 전에 중간 유통 과정을 살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말 중국산 배추 초도물량 16t을 긴급 수입하고, 10월 한달 동안 매주 200t씩 총 1100t을 수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민간수입업자를 통해서도 배추 3000t을 추가로 들여온다.
/해남=글·사진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