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여름 ‘이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 곽성구 전 광주일고 교사
2024년 09월 19일(목) 00:00 가가
‘올해가 제일 덥지 않을 거다’는 기상 예보는 반갑지가 않다. 이렇게 견디기 힘든 날씨가 계속되고 9월인데도 폭염 주의보가 계속되는 상황인데 제일 덥지 않을 거라니 내년에는 어떻게 살라는 예보인지 참 얄밉다. ‘날씨와 싸우지 말자’는 나의 마음 자세는 어느새 무너지고 짜증스러운 24년 여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기대만 가득하다.
옛 선현들은 이런 어려움을 어떻게 이겨내셨을까를 생각하다가 정다산 선생의 불역쾌재를 펼치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제1편에 “跨月蒸淋積穢분(과월증림적예분) : 한 달 넘게 찌는 장마에 쌓인 곰팡내/ 四肢無力度朝훈(사지무력도조훈) : 팔다리로 맥이 없이 아침 저녁 보내다가/ 新秋碧落澄寥廓(신추벽락징요곽) : 가을 되어 푸른 하늘 맑고도 넓어/ 端軒都無一點雲(단헌도무일점운): 하늘 땅 어디에도 구름 한 점 없다면/ 不亦快哉行(불역쾌재행) : 이또한 통쾌하지 않은가?”라는 문장이 있었다.
‘아 그렇구나.’ 선조들도 이런 고통을 어렵게 이겨내시고 맑은 하늘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계셨구나. 나 또한 이런 통쾌한 경험을 따라가면 통쾌한 경험을 쉽게 얻을 것 같았다.
“장마 내내 자랐던 잡초들을 바라보다 / 얼마나 자라는가 어디 두고 보자 /장마가 지나고 보니 제멋대로 자라서 /내 키를 훨씬 넘게 자랐는데도 /언제 어떻게 깎아볼까 생각만 하다가/ 팔월 가고 구월 되어 큰 맘 먹고 시작하니/ 게으른 내 얼굴에 땀방울은 그침 없네/ 잠깐 눈을 들어 먼 하늘 바라보니/ 그래도 구월이라 구름 한 점 없이 흐르는구나/ 서늘한 한 줄기 바람이 내 얼굴을 스쳐간다/ 이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
그동안 이리 저리 게으름 피웠던 작업을 제법 깨끗이 치우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더구나 우리집 차갑고 맑은 물로 지친 몸에 흠뻑 적시니 공포스럽게 깜짝 깜짝 놀랐던 어린 시절 등물했던 짜릿한 추억까지 불러 왔다. 이 또한 얼마나 통쾌하냐.
몸을 씻고 내친김에 다산 선생의 불역쾌재를 공감하며 읽어갔다. 그런데 내 눈을 의심하는 구절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제15수는 “飛雪漫空朔吹寒(비설만공삭취한) : 날리는 눈보라 찬 하늘에 삭풍 차갑게 불고/入林狐兎脚??(입림호토각반산) : 숲 찾아든 여우와 토끼 다리 절고 있을 때/ 長槍大箭紅絨帽(장창대전홍융모) : 긴 창에 큰 화살로 홍전립 모자 눌러 쓰고/ 手生禽側掛鞍(수설생금측괘안) : 산 채로 손에 잡아 안장 곁에 꿰어찬다면/ 不亦快哉(불역쾌재) : 이 또한 유쾌하지 아니한가.”다.
마지막 결구 手?生禽側?鞍(수설생금측괘안) : 산 채로 손에 잡아 안장 곁에 꿰어찬다면은 다산 선생의 의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산 선생님도 그 짐승들을 불쌍하게 여기셨을 거라고 짐작했다. 추위에 떨고 있는 가여운 짐승들이 짠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산 채로 손에 잡아 안장 곁에 꿰어 찬다면’을 ‘짐승을 살려주려 조심스레 손으로 보듬어 안장 곁에 실어 왔다’라고 해석을 하고 나니 내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다산 선생도 ‘그래 자네 생각이 더 인간적이네’ 하시는 음성이 들리는 듯 하였다. 이 또한 얼마나 통쾌한가?
내 2024년 견디기 힘들었던 무더위와 한 바탕 어려움을 남기고, 이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를 남기고, 이렇게 지나가려나 보다. 어느새 가을 귀뚜라미는 창문 가까이서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그동안 이리 저리 게으름 피웠던 작업을 제법 깨끗이 치우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더구나 우리집 차갑고 맑은 물로 지친 몸에 흠뻑 적시니 공포스럽게 깜짝 깜짝 놀랐던 어린 시절 등물했던 짜릿한 추억까지 불러 왔다. 이 또한 얼마나 통쾌하냐.
몸을 씻고 내친김에 다산 선생의 불역쾌재를 공감하며 읽어갔다. 그런데 내 눈을 의심하는 구절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제15수는 “飛雪漫空朔吹寒(비설만공삭취한) : 날리는 눈보라 찬 하늘에 삭풍 차갑게 불고/入林狐兎脚??(입림호토각반산) : 숲 찾아든 여우와 토끼 다리 절고 있을 때/ 長槍大箭紅絨帽(장창대전홍융모) : 긴 창에 큰 화살로 홍전립 모자 눌러 쓰고/ 手生禽側掛鞍(수설생금측괘안) : 산 채로 손에 잡아 안장 곁에 꿰어찬다면/ 不亦快哉(불역쾌재) : 이 또한 유쾌하지 아니한가.”다.
마지막 결구 手?生禽側?鞍(수설생금측괘안) : 산 채로 손에 잡아 안장 곁에 꿰어찬다면은 다산 선생의 의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산 선생님도 그 짐승들을 불쌍하게 여기셨을 거라고 짐작했다. 추위에 떨고 있는 가여운 짐승들이 짠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산 채로 손에 잡아 안장 곁에 꿰어 찬다면’을 ‘짐승을 살려주려 조심스레 손으로 보듬어 안장 곁에 실어 왔다’라고 해석을 하고 나니 내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다. 다산 선생도 ‘그래 자네 생각이 더 인간적이네’ 하시는 음성이 들리는 듯 하였다. 이 또한 얼마나 통쾌한가?
내 2024년 견디기 힘들었던 무더위와 한 바탕 어려움을 남기고, 이 또한 통쾌하지 아니한가를 남기고, 이렇게 지나가려나 보다. 어느새 가을 귀뚜라미는 창문 가까이서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