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고 싶어서” 김도영의 하소연…KIA,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에 ‘깜짝’
2024년 08월 10일(토) 16:36
부상 우려 ‘벌금 1000만원’ 강수에도 몸 날린 플레이
이범호 감독 “무리한 안타 하나보다 내일이 더 중요”

KIA 김도영이 지난 9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9회말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오늘의 안타 하나 보다 내일 경기가 더 중요하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지난 9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7-8로 뒤진 9회말 선두타자 김선빈이 좌중간 2루타로 출루하면서 KIA가 추격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어 타석에서는 김도영이 섰다. 앞선 4타석에 안타 없이 2개의 볼넷만 기록했던 김도영이 이번에는 내야 땅볼을 친 뒤 1루 베이스로 전력 질주를 했다. 두 번 바운드 된 뒤 유격수 이재현에게 잡힌 공, 김도영의 스피드로는 넉넉한 내야 안타가 예상됐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장면이 나왔다. 김도영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한 것이다.

김도영은 지난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다가 좌측 엄지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 부상을 입었다.

부상 이후 김도영은 “반성 많이 했다. 부상 생각해서 100%로 안 할 수는 없지만 부상 위험 요소가 있는 것들 1루 슬라이딩 같은 것은 안 하려고 하겠다. 부상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1루에서 슬라이딩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었다.

김도영의 굳은 다짐이 간절했던 승리 앞에서 무너졌다.

다행히 김도영이 부상 없이 슬라이딩을 완료했고, 팀은 나성범의 동점적시타에 이은 서건창의 행운의 안타로 9-8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해피엔딩으로 하루가 마무리됐지만 김도영은 경기가 끝난 뒤 코치진과 선배들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용서를 구해야 했다.

지난 시즌 박찬호도 간절함에 1루에서 슬라이딩을 하다가 손목을 다치기도 했던 만큼 선수단은 부상 방지를 위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금지와 함께 벌금 ‘1000만원’을 책정해놨다.

승리를 부른 2루타를 날렸던 베테랑 김선빈까지 ‘벌금 1000만원’을 외치면서 김도영의 플레이에 대한 경각심을 줬다.

10일 이범호 감독은 “금지 조치를 하고, 1000만원이라는 벌금도 걸었는데 몰입도가 상당한 건지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서 살고자 하는 의욕이 강했던 것 같다”며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다 도영이에게 이야기했는데 많이 참았다면서 이번 한번은 봐주라고 했다. 그래도 다칠까 봐 슬라이딩하면서 손목도 들고 들어가더라”고 웃었다.

또 “슬라이딩보다는 발이 빠른데 팀 분위기를 살리고자 했는지 모르겠는데 그런 플레이가 나왔다”며 “고참들도 이기기 위해 집중력을 가지고 해주고 있어서 힘든 상황도 버텨내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부상 방지다. 부상 안 당하게 플레이를 해야 한다. 무리하게 만드는 안타 하나 보다는 내일이 더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벌금 집행’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김도영은 “벌금보다 승리가 더 중요했다”고 심재학 단장에게 문자를 보내는 등 승리에 대한 간절함을 강조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선수들의 집중력과 간절함으로 승리를 만들었던 KIA는 10일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다.

이날 대체 선발로 좌완 김기훈이 선발로 나서 삼성 레에스와 마운드 맞대결을 벌인다. 김기훈의 최근 선발 등판은 2020년 10월 23일 광주 LG전, 1387일 만의 선발 등판이다.

이범호 감독은 “60개 정도 투구수를 생각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70~80개 정도를 던졌다. 상황에 따라서 스피드가 안 떨어지거나 공이 괜찮으면 투수 코치와 기훈이랑 이야기해서 조절하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KIA는 이날 경기에 앞서 엔트리에 변화를 줬다.

사이드암 임기영과 좌완 최지민을 엔트리에서 빼고, 우완 이형범과 좌완 김사윤을 콜업했다.

이범호 감독은 임기영이 3연투를 한 만큼 토·일 경기까지 쉬어야 하고, 다음 주 좌타자가 많은 키움과 LG와의 일정이 예정된 만큼 휴식 차원에서 엔트리에서 말소했다고 설명했다.

최지민도 경기력 조정과 긴 이닝을 소화할 좌완의 필요성에 따라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임기영과 최지민은 열흘 뒤 복귀할 예정이다.

또 전날 득녀를 하면서 경조사 휴가를 갔던 박찬호가 복귀한다. 박찬호를 대신해 콜업 돼 유격수로 선발 출장하면 프로 데뷔전을 치렀던 김두현은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한편 KIA는 이날 박찬호(유격수)를 시작으로 최원준(중견수)-김도영(3루수)-나성범(우익수)-소크라테스(지명타자)-김선빈(2루수)-이우성(1루수)-한준수(포수)-이창진(좌익수)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해 승리 사냥에 나선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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