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않는 산업재해…재앙이 된 코리안드림
2024년 06월 30일(일) 20:10
긴급점검-광주·전남 외국인노동자 안전한가 <상>
위험한 현장에 내몰린다
외국인 산재 사망 5년새 29명
부상자도 연 평균 300여명 달해
제조·건설분야에서 사고 많아
절단·고공작업 외국인에 전담
“언제 다칠지 몰라” 불안 속 노동

지난 30일 경기도 화성시청에 설치된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추모 분향소에서 추모객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 18명이 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의 배터리 제조업체(아리셀 공장) 화재로 희생됐다.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외국인노동자가 숨진 참사로 기록됐다. 고령화가 심화하고 인구소멸이 가속화 되고 있는 광주·전남에서는 이미 외국인노동자의 노동력은 필수가 된 지 오래다.

이른바 3D업종에 종사하는 광주·전남 외국인 노동자들의 안전 실태를 긴급 점검한다.

광주·전남 산업현장에서 지난해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의 12.1%가 외국인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전남에 등록된 외국인노동자는 6만 명을 넘어섰고,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하면 광주·전남의 산업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총 1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가족들을 잘 부양하기 위해 고국을 떠나 머나먼 광주·전남의 산업현장의 일꾼이 됐던 외국인노동자가 차가운 시신으로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30일 더불어민주당 박홍배(비례)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광주·전남지역 외국인노동자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2019~2023년)새 광주·전남의 산업현장에서 숨진 외국인노동자는 총 29명(광주 5명, 전남 24명)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 2019년 10명, 2020년 9명이 숨졌지만, 코로나19로 외국인 노동자가 입국하지 못한 시기인 2021년과 2022년에는 각 3명과 2명으로 산업재해 사망자가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다시 사망자가 5명으로 늘었고 지난 3월까지 전남에서 1명의 외국인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숨졌다.

지난해 광주·전남 산업재해 사망자 41명 중 5명의 외국인노동자가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같은 기간 광주·전남의 산업현장에서 산업재해로 다친 외국인 노동자는 241명(2019년)→258명(2020년)→259명(2021년)→256명(2022년)→289명(2023년)으로 점차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3월까지 97명의 외국인노동자가 안전사고로 다쳤다.

노동계에서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위험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인노동자는 한국노동자보다 더 높은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노동력 부족을 외국인노동자들의 유입을 늘리는 것으로 해결하면서 이들의 안전에는 신경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외국인노동자들은 “힘들고 위험한 일들은 다 우리만 시킨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절단작업이나 화학약품 처리, 고공작업 등 한국노동자들이 맡지 않은 위험한 작업은 외국인노동자 전담이라는 것이다.

6년 전부터 광주지역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캄보디아 출신 A씨는 “건설현장에서 한국노동자보다 우리(외국인노동자)들에게 일을 더 많이 시킨다”면서 “특히 위험한 작업은 다 우리(외국인노동자) 몫이고 말로 표현하기도 벅차고 따질 수도 없는 입장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하고있다”고 호소했다.

1년 전 한국제조공장에서 조립작업을 하고 있는 B씨도 “언제 다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B씨는 “한국어가 미숙해 잘 알아들을 수 없는데 위험한 기계 사용법을 한국어로만 설명해줘 익히지 못한 상태로 일하고 있다”면서 “기계를 사용할때 마다 혹시 신체 일부가 빨려 들어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지만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조심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고 하소연했다.

현행 파견법상 제조업 분야는 파견을 금지하고 있어 고용허가제 없이는 일할 수 없지만 여전히 주조, 금형, 용접 등 어려운 제조업 분야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의존도가 높다.

이를 증명하듯 전남지역 외국인 노동자 ‘제조업’ 분야 사고 사망자는 5년간 10명, 부상자는 259명에 달했다. 위험도가 높은 건설업 분야도 사망자가 11명,부상자가 216명으로 집계됐다.

광주지역 제조업도 같은기간 사망자는 2명에 그쳤지만 부상자는 303명에 달했고 건설업도 사망자 3명, 부상자 244명으로 나타났다.

노동계는 전체 취업자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5% 미만이지만 산재사망자의 10%를 외국인노동자가 차지하는 것은 한국 노동자보다 사망 사고가 2~3배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외국인노동자는 한국의 산업현장에 죽으러 온게 아니다”면서 “필수인력인 외국인노동자도 우리의 이웃으로 인정하고 이들에 대한 안전을 꼼꼼히 살펴야한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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