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정한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손배 패소에 ‘시끌’
2024년 06월 26일(수) 19:50
광주지법 “피고 JX금속, 옛 일본광업과 동일 회사 아니다” 이례적 기각
법조계 “피고 부정 안해 원고 입증 의무 없어” 반발…시민모임 항소키로
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유족이 전범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리자 시민사회단체와 법조계가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인정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의 주장을 전국 법원이 인용해온 것과 달리 처음으로 기각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광주지법 민사8단독 (부장판사 김정철)은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2명의 유족이 일본 기업 JX 금속(옛 일본광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청구를 기각했다고 26일 밝혔다.

유족들은 옛 일본광업 주식회사가 일제와 공모해 피해자들을 강제로 일본으로 데려가 노역을 하게 한 불법행위에 대해 1억 9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유족들은 지난 2009년 일제 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가 망인들인 A씨와 B씨를 일제강점하 강제동원 피해자로 인정한 결과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JX금속이 옛 일본광업과 동일한 회사가 아니며 원고들과 피해자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들의 주장을 배척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력(등기)사항전부증명서상으로는 JX 금속은 1929년에 설립된 일본광업이 아니라, 2002년에 설립된 회사”라며 “일본광업의 행위에 대해 (JX 금속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원고의 주장과 증명이 없다”고 봤다.

또 “원고들과 기록된 피해자들의 생일·강제노역 대상 지역 등이 달라 명부상 창씨개명한 이름의 인물과 강제동원 피해자가 동일인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일부 피해자는 퇴소 시 900엔을 받았다는 기록등을 보면 불법행위를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는 입장이다. 현재까지 진행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가 동일성이 없다고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고측이 굳이 입증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또 과거사 진상규명 결정이 법원에 판결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자들이 망인이 된 경우 결정문을 배척할 필요까지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 한 변호사는 “강제노역이라는 불법행위에 의한 위자료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임금 지급여부가 판시의 근거로 들어 간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 이사장도 “원고들의 창씨개명 이름을 보면 성만 바뀌고 이름은 한자까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면서 “노역장소가 다른 것은 당시 도주의 우려 때문에 일제가 알려주기 않거나 망인들의 기억이 희미해졌을 가능성을 모두 배제한 것으로 재판부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모임은 항소를 할 계획이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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