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비상사태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4년 06월 26일(수) 00:00 가가
대통령이 국정을 운영하면서 특히 삼가고 조심해야 할 표현이 있는데 ‘부도’나 ‘비상사태’ 같은 극단적인 단어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해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우리 국민은 군사독재에 대한 트라우마 탓인지 비상사태 등의 용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심지어 유사한 용어만 들어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사전적 의미의 국가비상사태는 천재지변이나 중요한 재정 경제상의 위기, 또는 전시와 사변 및 이에 준한 사태가 벌어져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으로, 헌법은 제76조와 제77조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대통령은 국회 동의를 얻을 수 없는 경우에 한해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긴급처분 명령권과 계엄선포권을 가질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대통령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재정 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이에 관한 법률의 효력을 발할 수 있고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 따라서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경찰권의 집중과 강화, 정부의 통제와 개입 등의 수단이 강구된다.
우리나라에서 비상사태가 선포된 예로는 1971년 12월 박정희에 의한 비상사태선언과 1979년 10월 대통령 시해 사건,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때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제5공화국 헌법에는 대통령이 국정 전반에 걸쳐 헌법적인 효력을 갖는 비상조치권을 발동할 수 있게 되어 있었으나 1987년의 헌법개정 때 이 조문이 삭제됐다.
이번 대통령의 인구 국가비상사태 선언을 두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다. 국가 소멸에 대한 위기상황에 오죽하면 국가비상사태를 언급했겠느냐는 공감이 있지만, 국가비상사태로 규정할 정도의 비장한 각오에서 나온 정책이 말이 무색할 정도로 알맹이가 없어 ‘용두사미’에 그칠 우려가 커 보인다는 것이다.
결과를 단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동안 정부가 내놓았던 대책들이 성과를 거두지 못해 나온 결과인 만큼, 국가 위기인 저출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정책으로 국민을 안심시켜주길 바랄 뿐이다.
/bigkim@kwangju.co.kr
결과를 단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동안 정부가 내놓았던 대책들이 성과를 거두지 못해 나온 결과인 만큼, 국가 위기인 저출산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현실성 있는 정책으로 국민을 안심시켜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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