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망칩니다”…단속 50분만에 대낮 음주운전 적발
2025년 11월 06일(목) 19:45
광주시 서구 신서창교 인근 주간 음주단속 현장 가보니
혈중알코올농도 0.072% ‘면허 정지’ 수치…‘2진 아웃’에 면허 취소
경찰 “처벌 받고도 재범 잇따라…음주운전 근절 위해 특별 단속 실시”

6일 오후 광주시 서구 신서창교 인근에서 광주경찰이 음주 단속을 진행한 가운데, 단속에 적발된 한 운전자가 신원조회 결과 과거 음주로 적발된 이력이 확인돼 ‘2진 아웃’으로 면허 취소 안내를 받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음주 감지! 음주 감지! 지원 바람!”

6일 오후 2시 50분께, 광주시 서구 서창동 신서창교 인근에서 날카로운 ‘삐’ 신호음이 울려퍼졌다.

이곳에서는 광주경찰청의 주간 음주운전 특별단속이 이뤄지고 있었다. 아직 햇볕이 쨍쨍하게 내리쬐는 대낮인데도, 단속 시작 50여분만에 음주운전자가 적발돼 음주감지기가 작동한 것이다.

경찰의 안내를 받으며 갓길에 차를 세운 60대 남성 운전자 A씨가 차에서 내리자, 술 냄새가 확 풍겨왔다.

1시간여 전에 송정역 인근에서 지인과 반주를 했다는 A씨는 “얼마 안 마셨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A씨가 음주측정기에 길게 숨을 불어 넣자, 측정기에는 ‘(혈중알코올농도) 0.072%’라는 숫자가 떴다. 운전면허 정지 수치였다.

또 경찰이 A씨의 신원을 조회하자, A씨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과거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던 이력이 확인돼 꼼짝없이 ‘2진 아웃’ 면허 취소 처분을 받게 된 것이다. 경찰은 A씨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하고 대리운전사를 불러 귀가 조치시켰다.

이날 광주 5개구에서 실시한 주간단속에서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1명이었으며, 32명이 안전띠·안전모 미착용, 끼어들기, 꼬리물기 등 통보처분을 받았다.

최근 가을 행락철을 맞아 밤 뿐만 아니라 대낮까지 음주운전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일선 경찰서에서 음주단속을 할 때마다 하루 한 명 이상 무조건 음주단속에 적발되는 운전자들이 나오는 상황이다”며 “날씨가 선선해 외출하기 좋고 연말 연시가 가까워질수록 음주운전자가 늘어난다. 음주운전으로 처벌을 받고도 재범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고 말했다.

최근 광주·전남뿐 아니라 전국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 서울 동대문역 인근에서는 만취 상태로 차량을 몰던 30대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일본인 관광객 모녀를 들이받아 50대 어머니가 숨지고 30대 딸이 크게 다쳤다. 지난달 25일 강남구 논현동의 한 교차로에서도 30대 음주운전자가 보행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 2명을 치어 한국계 캐나다인 남성이 숨지고 한국인 여성은 중상을 입었다.

광주에서도 6일 음주·무면허운전을 한 30대 B씨가 구속됐다. B씨는 지난달 4일 새벽 북구 임동 미소래아파트 앞 도로에서 면허취소 수준의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달 28일에는 광주시 서구 쌍촌동 운천저수지 사거리에서는 음주운전을 하다 신호대기 중 잠든 30대 지명수배범이 시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같은 달 13일에는 광주시 광산구 수완지구의 한 아파트에서 음주운전을 한 40대가 붙잡혔으며, 4일에는 광양 남해고속도로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의해 5중 추돌 사고가 나기도 했다.

음주운전 건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광주에서 적발된 음주운전 건수는 2020년 4327건, 2021년 4031건, 2022년 4403건, 2023년 4581건, 2024년 3853건이었다. 전남에서는 2020년 5709건, 2021년 5583건, 2022년 5722건, 2023년 6574건, 2024년 6124건이 적발됐다.

경찰은 반복되는 음주운전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 특별 단속에 나섰다.

광주경찰청과 광주시자치경찰위원회는 6일 광주 일대에서 교통외근·순찰대·암행순찰대 등 경찰관 64명과 순찰차·오토바이 등 장비 30여 대를 투입해 끼어들기, 꼬리물기 등 5대 반칙행위도 함께 집중 단속을 펼쳤다.

조창익 광주서부경찰 교통안전2팀장은 “이번 주간 음주단속은 단순한 적발 목적이 아니라 ‘한순간의 실수가 평생의 후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시민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가을 행락철 광주 시민 모두가 안전하게 도로를 이용할 수 있도록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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