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 불투명…한전 3분기 연속 흑자에도 ‘한숨’
2024년 06월 04일(화) 19:25
200조원대 채무 하루 이자만 122억원…지출 줄이기 발버둥
고환율·고유가에 희망퇴직 법적 대응 예고 등 악재 잇따라
한전이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도 여전한 200조원대 채무로 허리끈을 죄고 있는 가운데 갖은 악재에 직면했다.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있지만, 전기요금 인상 시기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인건비 감축을 위해 실시한 희망퇴직자 접수에서, 퇴직자로 선정되지 못한 신청자들이 경영진 고발을 예고하면서 뒤숭숭한 모양새다.

4일 한전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2조 4502억원으로, 하루 이자만 122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는데, 최근 중동발 국제 정세 악화로 인한 고환율과 전기 생산 및 구매단가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유가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엔저 현상과 함께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까지 뛰는 등 하반기 중에도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최근 석유수출국기구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유가 안정을 위해 오는 2025년 말까지 감산 연장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기름 공급 부족 문제로 하반기 중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전기 생산비도 오르면서 한전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한전의 전체 매출 중 전기판매 사업은 63%로, 한전 입장에서는 재무구조 개선에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김동철 한전 사장 역시 취임 직후 꾸준히 ‘전기요금 정상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 여부 혹은 그 시기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지난달 27일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다”며 정확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전의 최근 연속 3분기 흑자 행진이 전기요금 인상 없이는 유지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한전이 흑자 전환에는 성공했지만,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지난해 3분기(1조9966억원)→4분기(1조8843억원)→올해 1분기(1조2993억원)로 매 분기 감소하고 있다.

또 연속 흑자 기록으로 부채 규모가 2조원가량 줄었지만, 올 한 해 이자 규모만 4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자회사 배당금을 당겨 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가 하면, 한전기술 지분을 일부 매각하고, 매년 지급해왔던 직원 명절 상여금과 기념일 지원비, 유급휴무 제도를 폐지하는 등 지출 줄이기에 발버둥을 치고 있다.

한전이 창사 이래 두번째로 실시한 희망퇴직 신청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전은 지난 4월 30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전체 직원 중 ‘입사 20년차 이상’ 직원이 304명(82%), ‘입사 4~19년차’ 직원이 65명(18%)이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이 가운데 149명이 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희망퇴직 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일부 고연차 간부들을 우선 선정해 위로금을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노사간 내홍이 불거졌다.

한전은 ‘2022년 경영평가성과급 반납에 동의하지 않은 자’는 희망퇴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희망퇴직자 위로금 재원 이상(150명)으로 신청자가 몰리는 경우 ▲희망퇴직 위로금이 적은 순 ▲정년 잔여기간이 짧은 순 ▲근무 기간이 긴 순 등을 순차 적용해 희망퇴직자를 결정하기로 했다.

희망퇴직 신청자가 재원수준을 초과했기 때문에 퇴직 위로금이 적은 저연차 직원이 뽑혀야 되지만, 고연차 간부들을 중심으로 희망퇴직자가 선정되면서, 일부 직원들은 선정 기준의 불투명성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탈락자들은 사측에 명확한 탈락 사유 공개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탈락된 일부 직원들은 경영진을 고발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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