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 예방 하고 여러 종류 술 맛 볼 수 있어 좋아요”
2024년 06월 02일(일) 19:55
잔술 판매 합법화 첫 주말 광주 동명동 판매주점 둘러보니
소주 한잔 1000원 전통 청주 8000원…메뉴판 두가지 가격표
주점 곳곳 “여기 1잔이요” 주문 목소리…업주들도 “매출에 도움”

광주시 동구 동명동의 한 주점 메뉴판. 소주를 1잔 당 1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술을 잘 마시는 편이 아닌데 ‘잔술’을 주문할 수 있어 좋아요. 과음도 예방할 수 있고 여러 종류의 술을 맛 볼 수 있는 재미도 있습니다.”

지난 1일 밤 9시께 찾은 광주시 동구 동명동의 한 주점. 주점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자, 종업원이 건넨 메뉴판에서 흥미로운 내용이 눈에 띄었다.

이 곳에서는 3가지 종류의 소주를 판매 중이었는데, 각 소주마다 ‘1병 5000원’ ‘1잔 1000원’ 이라는 두 가지 가격표가 적혀 있었다.

점원에게 소주 잔술 1잔을 주문하자, 몇 분 지나지 않아 소주잔에 소주가 가득 담겨 나왔다. 360㎖들이 소주 한 병이면 7.5잔을 채울 수 있는데, 한 병을 모두 마실 경우와 비교하면 금액 면에서 손해이지만 주점 곳곳에서는 “00소주 1잔이요”라는 손님들의 주문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만난 손님 A(여·31)씨는 “메뉴판에 잔술이 있길래 흥미로워, 주문해 봤다”며 “주량이 소주 2잔 정도인데, 굳이 5000원짜리 한 병을 주문하고, 남기지 않아도 돼 좋다”고 웃어 보였다.

주점 운영자 배모(33)씨는 “소주와 맥주 한 병 가격이 5000원 이상으로 비싸지면서 ‘너무 비싸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다”며 “잔술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저가 식당’, ‘트렌디한 식당’ 등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어 장사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모든 술을 잔술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첫 주말, ‘잔술’을 주문하는 시민들이 주점가 일대에서 속속 목격됐다.

앞서 지난달 28일부터 ‘주류 면허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식당에서 모든 종류의 술의 잔술 판매가 허용됐는데, 호기심에 잔술을 주문하는 시민들은 물론,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업주들도 바뀐 술 문화를 빠르게 영업에 접목해 마케팅에 나서면서 매출에도 큰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동명동 일대 주점가를 살펴본 결과, 잔술을 판매하는 곳은 4곳으로, 아직까지 동명동 주점가 전체로 확대되지는 않은 모양새였다.

그러나 잔술 영업에 나선 주점과 이들 주점을 찾은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날 찾은 인근의 또 다른 주점에서는 소주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국산 증류주를 잔술로 판매하고 있었다. 한국 전통주 위주로 판매하는 곳으로, 한 병에 2만5000원~3만원 짜리 전통주를 한 잔에 7000~9000원에 판매 중이었다.

주점 업주 양모(36)씨는 “기존에도 암암리에 전통주 ,사케, 동동주 등의 주종은 잔술로 파는 경우도 주변에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며 “자영업자들이 주종 별 잔술 판매 가능 여부를 자세히 알기도 어렵고, 기준도 모호했었는데 최근 정부가 확실하게 선을 그어줘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MZ세대’는 잔술 인증샷을, 업주들도 잔술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양씨는 “고가의 전통주 잔술 매출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에 달하는데, 가게를 처음 찾은 손님들은 전통주 가격이 부담스러워 주문을 꺼렸었다. 잔술 판매가 시작되자 찾는 이들이 늘었다”며 “잔술로 한 병을 소진할 경우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고 말했다.

잔술 판매 매장 내에서는 잔술을 주문해 놓고 일행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뒤 SNS에 게시하는 20~30대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 손님은 “잔술 판매 소식을 듣고 재빨리 잔술 판매 주점을 찾아 친구들과 인증샷을 찍으러 왔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술을 잔술로 파는 곳을 찾아 인증샷을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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