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욕망 속에는 전갈이 산다 -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2024년 05월 13일(월) 00:00 가가
말 한마디가 세상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무너지게 할 수 있을까? 한마디의 말이 부추기는 파괴적 광기를 ‘맥베스’보다 더 보여주는 경우도 드물다. 맥베스는 인도와도 안 바꾼다는 영국의 작가 셰익스피어가 쓴 4대 비극 중 하나다. 요즘 같은 시절에 다시 읽어야 할 작품이다. 맥베스는 짧은 작품이지만 인간의 욕망, 그 욕망의 덫과 본질을 놀랍도록 날카롭게 파헤치며 우리 자신의 욕망을 돌아보게 한다. 맥베스는 던컨 왕의 충실한 신하로서 왕의 명을 받고 절친인 뱅코 장군과 함께 반란을 제압하고 돌아가는 길에 세 명의 마녀를 만나서 놀라운 예언을 듣는다. 맥베스가 영주가 되고 곧 스코틀랜드 왕이 된다는 것이다.
“장차 왕이 되실 맥베스 만만세!”라는 마녀들의 예언은 맥베스를 사로잡았다. 그는 예언의 덫에 걸린 포로가 되었다. 하지만 맥베스가 처음부터 악인의 모습을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충직한 신하로 권력을 탐하지도 않았고, 반란 세력을 막는 자신의 임무에 성실했다. 하지만 맥베스는 마녀들의 예언대로 정작 왕이 영주의 작위를 하사하자 예언을 믿기 시작한다. “장차 왕이 되실 분”이라는 이 한마디가 맥베스를 압도한 것이다. 맥베스는 예언을 부인에게 말하고, 부인은 단호하게 왕의 살해를 설득한다. “제가 당신을 위해 기꺼이 몸을 바칠 테니까요. 당신의 머리에 왕관을 씌우는 데 방해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제 손으로 제거할게요”라고 말한다. 심지어 ‘겉으로는 청순한 한 떨기 꽃잎처럼 보이되, 속에는 뱀을 숨기세요’라는 술수까지 건넨다. 자신이 왕비가 되는 길은 남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부인이 어찌 모르겠는가. 결국 맥베스는 왕을 초대해서 ‘독사’처럼 살해하고는 그 죄는 경비병들에게 뒤집어씌운다.
지금까지 잘 살아온 맥베스와 부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이들의 광기 가득한 변화는 맥베스가 마녀들의 예언을 들은 후부터, 부인은 맥베스가 예언을 전해줬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이 마녀들의 예언에 맥베스의 무의식 속 욕망이 깨어난 것일까?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채 어딘가에 깊이 숨겨졌던 욕망이 마녀의 입을 통해서 공표되는 순간 맥베스는 자신의 욕망을 필연의 운명이라고 믿은 것일까? 또 맥베스의 부인은 어떤가. 남편에게 듣기 전까지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강렬한 욕망, ‘왕비’라는 환상에 휩싸인다. 무의식적 욕망은 언어로 표현되는 순간 현실적 요구가 되어서 우리의 의식과 행위와 삶을 지배한다. 마녀들의 달콤한 예언은 말이 된 순간부터 맥베스와 부인은 더 이상 이전과 같은 사람들이 아니다. 즉, ‘짓궂은 그들의 말장난이 맥베스의 마음속으로 침투해서 그를 허물기 시작하자’ 맥베스 부부는 욕망을 주인으로 섬기며 자신은 노예가 된 것이다
욕망을 추구할수록 맥베스는 명예롭고 용맹한 장군에서 심지어 가까운 친구인 뱅코, 그리고 자신마저 죽이는 파국과 맞닥뜨린다. 이 불행과 고통을 “내 마음은 전갈들로 가득 차 있소”라는 표현으로 고백한다. 왕좌를 얻은 마음이 만족 대신 전갈에게 고통받는 것과 같다고 말한 것이다. 맥베스의 부인 역시 욕망대로 왕비가 되었지만 “바라는 것은 얻었으나 만족을 얻지 못하니, 모든 걸 바쳤으나 얻은 건 아무것도 없구나”라는 탄식과 함께 삶을 포기한다.
이제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끝에서 모든 것을 잃고 혼자 남은 맥베스는 “인생이란 걸어 다니는 그림자에 불과하지. 잠시 무대 위에서 거들먹거리고 돌아다니거나 종종거리고 돌아다니지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욕망과 탐욕에 휘둘린 자신이 바로 ‘아무 의미도 없는 바보 천치’임을 고백한다. 욕망에 지배당할 때 맥베스가 그랬듯이 쉽게 “아름다운 것은 추한 것이요, 추한 것은 아름다운 것”으로 착각하고 왜곡한다.
누구나 자신의 어딘가에 맥베스의 모습이 있다.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고자 한다. 문제는 욕망에 대한 우리의 깨달음과 태도다. 맥베스와 부인이 마녀들의 예언에 홀리듯, 사고와 판단이 무너진 자리에 공허하고 부당하며 어리석은 욕망만 자란다. 그리고 이 욕망의 끝에는 전갈의 고통뿐이다. 욕망은 결코 원하는 대로 채워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욕망을 추구할수록 맥베스는 명예롭고 용맹한 장군에서 심지어 가까운 친구인 뱅코, 그리고 자신마저 죽이는 파국과 맞닥뜨린다. 이 불행과 고통을 “내 마음은 전갈들로 가득 차 있소”라는 표현으로 고백한다. 왕좌를 얻은 마음이 만족 대신 전갈에게 고통받는 것과 같다고 말한 것이다. 맥베스의 부인 역시 욕망대로 왕비가 되었지만 “바라는 것은 얻었으나 만족을 얻지 못하니, 모든 걸 바쳤으나 얻은 건 아무것도 없구나”라는 탄식과 함께 삶을 포기한다.
이제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끝에서 모든 것을 잃고 혼자 남은 맥베스는 “인생이란 걸어 다니는 그림자에 불과하지. 잠시 무대 위에서 거들먹거리고 돌아다니거나 종종거리고 돌아다니지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욕망과 탐욕에 휘둘린 자신이 바로 ‘아무 의미도 없는 바보 천치’임을 고백한다. 욕망에 지배당할 때 맥베스가 그랬듯이 쉽게 “아름다운 것은 추한 것이요, 추한 것은 아름다운 것”으로 착각하고 왜곡한다.
누구나 자신의 어딘가에 맥베스의 모습이 있다.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고 그 가치를 인정받고자 한다. 문제는 욕망에 대한 우리의 깨달음과 태도다. 맥베스와 부인이 마녀들의 예언에 홀리듯, 사고와 판단이 무너진 자리에 공허하고 부당하며 어리석은 욕망만 자란다. 그리고 이 욕망의 끝에는 전갈의 고통뿐이다. 욕망은 결코 원하는 대로 채워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