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토리오에 스며드는 ‘오월의 빛’
2024년 04월 30일(화) 19:35
(사)빛고을문화예술공연위원회, 5·18 44주년 기념 공연
9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
관현악 서곡 ‘아내의 노래’ 등 14곡

5·18 민중항쟁 44주년을 기념하는 오라토리오 ‘빛이여, 빛이여 빛고을이여’가 오는 5월 9일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사진은 빛고을문화예술공연위원회가 지난해 선보인 공연 장면. <(사)빛고을문화예술공연위원회 제공>

현대사의 가장 큰 아픔이자 슬픔인 ‘광주5·18 민중항쟁’이 올해로 44주년을 맞는다. 그날의 아픔을 재현하는 다양한 무대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연기나 무대장치 없이 오롯이 ‘목소리’로 메시지를 전하는 무대가 마련돼 눈길을 끈다.

(사)빛고을문화예술공연위원회가 5·18민중항쟁 44주년 기념 오라토리오 공연 ‘빛이여 빛이여 빛고을이여!’가 그것. 오는 9일 오후 7시 30분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17~18세기 성행한 ‘오라토리오’에 오케스트라 연주를 곁들여 채워진다.

일반적으로 오라토리오는 성서에 입각한 종교적 내용을 다룬다. 잘 알려진 작품으로 헨델의 ‘메시아’, 하이든의 ‘천지창조’, ‘사계’ 등이 있다. 무엇보다 무대장치나 배우들의 연기가 없어 가사에 집중하기 좋은 장르다.

이번 공연은 고(故) 문병란 시인의 5·18 관련 시편에 작곡가 김성훈이 합창과 관현악 반주를 붙인 총 14곡의 오라토리오로 구성된다. 예술감독은 기민정이 맡았다.

서막은 관현악 서곡 ‘아내의 노래’로 연다. 이어 압제의 세월에 희생당한 망자들의 넋을 ’꽃넋’에 빗댄 작품 ‘아아 광주여 5월이여 그날의 꽃넋이여’가 울려 퍼진다.

‘저는 그냥 죽었어요’, ‘아, 그날만은’, ‘광주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 등 세 곡은 각각 당시 희생자로 대변되는 ‘소년’과 ‘구두닦이’, ‘남편’ 역할을 맡은 배우가 부른다. 세 명의 솔리스트들은 모두 40여년 전 산화했던 무고한 광주 시민을 표상한다.

그중 어린 소년의 죽음을 극적 시어로 묘사해 광주민중항쟁의 비극을 드러내는 제3곡(‘저는 그냥 죽었어요’)은 주목받는 작품이다. 보이소프라노 한재연(살레시오초3)이 노래할 예정.

한편 공연의 특징은 초입에서 광주의 비극을 노래하고 말미에서 ‘부활’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 있다. ‘전라도 뻐꾸기’, ‘부활의 노래’를 비롯해 ‘아아 광주여 5월이여 그날의 일체감이여’ 등은 5·18에 깃든 신념과 의기, 재생과 부활의 바람을 담아낸 곡들이다.

희생자를 위무하는 칸타타(소규모 오라토리오)도 울려 퍼진다. 사련곡(思戀曲)이라는 부제를 갖는 ‘캄캄한 어둠이’가 바로 그것. 이외 연인의 2중창을 표방하는 ‘누가 우리를.., 일어나거라’, 결연의 의지를 드러내는 ‘아직은 슬퍼할 때가 아니다’도 이목을 끄는 작품들이다.

민주주의와 광주를 표상하는 ‘무등산’을 모티브로 한 독창 ‘무등산’, ‘무등을 향하여’도 레퍼토리에 있다. 어두웠던 역사에서 밝고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자는 주제를 담았다.

대단원의 막은 ‘빛이여 빛이여 빛고을이여!’가 장식한다. 이 노래는 빛고을 광주야말로 평화의 기수이며, 민주주의를 이룩해내는 선봉에 서 있다는 메시지를 환기한다.

대규모 지역 합창단들의 참여도 주목할만한 점.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반주)와 광양시립합창단, 나주시립합창단을 비롯해 여수시립합창단 등이 무대를 빛낸다.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졸업을 졸업하고 현재 조선대 외래교수로 있는 김선희(소프라노),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백재은(메조소프라노), 상명대 음악학부 교수로 있는 정의근(테너)이 출연하며 오페라 전문가수 김종표(바리톤)는 솔리스트로 독창, 이중창 등을 맡을 예정이다.

기민정 예술감독은 “5·18을 직접 경험하지는 않은 세대로서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데 대한 부담이 있었다”며 “이번 무대가 많은 관객들에게 광주의 아픈 역사를 반추하고, 고통의 세월을 살아온 유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적절한 연출 기법이 무엇인지 고민했지만 중요한 것은 ‘오라토리오’를 통해 희생자들의 아픔을 전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전석 무료, 티켓 현장 발권.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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