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5·18기념재단이 요청한 5·18 역사왜곡 대응 지원사업비를 전액 미반영했다.

극우 논객, 보수 유투버 등이 5월을 왜곡·폄훼하는 궤변을 일삼는 데다 SNS에 가짜 뉴스가 범람하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왜곡 대응 사업에 큰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24일 광주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8일 2024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8727억원을 편성해 광주시의회에 제출했다.

이 가운데 5·18기념재단이 예산 추가 편성을 요구한 역사왜곡 대응 지원사업비는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광주시는 2015년부터 5월 왜곡 대응 예산을 재단에 지원해오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시 민주인권평화국에 역사왜곡 대응 지원사업비 명목으로 왜곡대응 예산 6000만원, 오월길사업단 운영 예산 7000만원 등 총 1억 3000만원을 추경안에 편성해줄 것을 요구했다. 본예산에서 삭감돼 4650만원만 반영된 왜국대응 예산으로는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서다.

하지만, 광주시 예산담당관실은 해당 예산을 전액 미편성했다.

시 관계자는 “본예산 편성 당시 시의회에서 삭감한 예산을 광주시에서 같은 명목으로 재차 올리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반영하지 않았다”며 “이번 추경은 본예산을 중심으로 증액을 최소화하고 지방채 발행을 최소화하자는 기조로 짜여져 중요도가 낮은 사업의 예산은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광주시의회는 2024년도 광주시 본예산을 심의하면서 5·18기념재단에 교부할 1억 4000만원 중 66.7%를 감액하고 4650만원만 반영<2023년 12월 14일자 광주일보 7면>한 바 있다. 5·18기념재단이 왜곡대응 사업을 통해 편법으로 오월안내해설사(오월지기) 활동비 등 인건비를 지급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5·18기념재단은 기존 시비로 충당하던 왜곡·모니터링 예산을 국비 지원금으로 충당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5·18기념재단은 지난 1월 예산 부족으로 왜곡 대응·모니터링 요원 1명과 재계약을 포기했으며 현재 부장급 1명, 팀장급 1명 2명만이 왜곡 대응 사업을 맡고 있다.

세부 사업 중 민주언론시민연합과 협력해 인터넷 뉴스 포털 댓글을 모니터링하는 비용 500만원(시비)은 국비로 전환했다. 이마저도 4~6월 3개월 동안만 운영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각종 웹사이트에 게시되는 글과 댓글 등을 모니터링하는 비용 1000만원도 기존에는 시비로 충당했으나, 올해부터는 법률대응자금으로 쓰이던 국비를 끌어와 충당할 방침이다. 유튜브 영상을 AI 기술로 모니터링하는 사업 역시 자금 부족으로 5월에만 운영할 계획이다.

왜곡·폄훼에 맞서 진실을 알리는 국제 다큐멘터리 등 제작을 지원하는 ‘왜곡 폄훼 대응 콘텐츠 제작 사업’은 아예 중단될 예정이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가뜩이나 한정된 예산을 쪼개 왜곡 대응을 해 왔는데, 지자체마저 도와주지 않으니 사업 추진을 못할 상황에 처했다”며 “최근 지만원씨가 수감 중에도 5·18 왜곡 도서를 출판하고, 모 신문사에서 5·18을 왜곡하는 기사를 쏟아내는 등 날이 갈수록 5월을 폄훼하려는 세력들의 왜곡 양상이 교묘해지는데 기존 사업조차 하나 둘 접어야 할 처지라 답답하다”고 밝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