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 “지금 할 수 있는 예술을 하는 것이 행복이죠”
2024년 03월 28일(목) 19:55
광주예술의 전당 ‘예술가의 클래식’ 첫 회 출연
드보르작 ‘사이프러스’·피아졸라 ‘망각’ 등 4곡 소개
현악4중주 연주 곁들여…5월 28일 배우 강석우 출연
소설가 김영하<사진>가 26일 광주를 찾았다. 일반적인 북토크나 강연 대신, 그가 마음에 담은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고 연주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들려주는 이색적인 컨셉의 공연이었다. 광주예술의 전당이 기획한 ‘예술가의 클래식’ 첫번째 주자로 나선 그는 책과 음악,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며 관객들과 호흡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인데다 TV 프로그램 ‘알쓸신잡’ 등에 출연하며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답게 티켓은 인터넷 예매 3분만에 전석이 매진됐고 주최측은 추가 좌석을 오픈했다. 관객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그는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가 상무대에서 근무, 광주에서 국민학교 1학년을 다녔다고 광주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음악칼럼니스트 국지연 컴퍼니연 대표가 김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첼리스트 이호찬 등으로 구성된 현악4중주단이 김 작가가 선정한 곡을 연주했다.

“글을 쓰기 전에 빗소리를 들려주는 어플을 틀어놓고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 때가 있어요. 모두들 경험하셨겠지만 방문했던 어떤 장소나 그때의 기분이 떠오르지 않을 때 당시 들었던 음악을 주제가처럼 틀어놓으면 그 때의 상황들이 떠오르곤 하죠. 음악은 그런 역할을 합니다.”

날씨와 개인의 상황, 분위기에 맞게 가요,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을 듣는다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모두 4곡을 추천했다. 첫 곡으로 선정한 드보르작의 ‘사이프러스’ 중 ‘5번 안단테’는 “200년전 사랑의 원형 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곡”이라며 “예술가들은 무언가에 마음이 흔들릴 때 작품이 나오는데, 늘 불안정하고 불안한 사랑의 감정이야말로 좋은 소재”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연희동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는 그에게 주택은 계절의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는 공간이다. 매년 집에서 피는 꽃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다는 그가 두번째 선곡한 곡은 “사뿐사뿐 봄이 오는 소리 같은” 모차르트의 ‘현악4중주 제14번 봄’ 1악장이었다.

유명한 피아졸라의 탱고 음악 ‘망각’을 소개하면서는 예술가의 ‘전복’에 대해 들려줬다.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대담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가들에게는 모두 ‘전복’의 야심이 있죠. 남들이 다 하는 걸로 승부를 내는 것은 쉽지만 전혀 새로운 작업으로 승부를 내는 건 어렵죠. 길거리에서 춤추는 사람들 반주나 해주는 음악에 머물렀던 탱고를 클래식 음악의 경지로 끌어올린 피아졸라를 좋아합니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손예진 주연의 영화 ‘내 머리속의 지우개’ 각색 작업을 하며 떠올렸던 아이디어를 10여년 후에 현실화시킨 장편소설 ‘살인자의 기억법’과 대표작 ‘빛의 제국’에 대해서는 “강한 힘을 가졌다고 여겨지던 사람이 기억을 잃어가며 무너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자, 잊혀져가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어떤 행사장에서 서투르게 경기민요를 공연하던 10여명의 할머니들의 모습이 너무도 행복해 보였다”며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예술을 하는 것,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발전시키려는 향상심 같은 것을 갖는 게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추천곡 가운데 이번에 실제 연주로 처음 듣는 작품도 있다는 그는 “공연장에 올 때마다 문명의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며 “많은 분들이 이런 기분을 맛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5월 28일 광주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예술가의 클래식에는 배우 강석우가 출연한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