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말라죽는 농작물...농심도 바짝 타들어간다
2025년 07월 07일(월) 20:40
감·복숭아 과일 낙과·갈라짐 피해…벼·밭작물도 상태 좋지 않아
꽃 말라 벌먹이 실종 양봉업 초비상…가뭄 길어지면 대규모 피해

열과 피해를 입은 복숭아의 표면이 갈라져 내부가 드러나 있다. <독자 제공>

광주·전남지역에 11일 연속 폭염특보가 이어지면서 농작물이 버티지 못하고 말라 죽고 있어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7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대봉감’ 주산지인 영암 금정면 부월·와운기동마을 등 농가에서 폭염으로 인한 감 낙과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영암군 금정면의 500여 농가 400㏊에서 열린 대봉감 중 85%가 낙과했으며, 영암읍·덕진면·신북면 등 대봉감 50여 농가에서도 100㏊ 규모의 낙과 피해 신고가 들어왔다.

영암군은 이상고온 등 급격한 온도변화에 따라 낙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산림청에 재해인정을 요청했다.

여름철 수확을 앞둔 과일 농가에서도 열과(껍질 갈라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올 봄 이상저온으로 열매 표면에 냉해를 입었는데, 최근 낮에는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고 밤에는 습한 날씨가 반복되면서 냉해를 입었던 표면이 갈라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30여년간 화순군 능주면에서 복숭아 농사를 지어온 노상현(64)씨는 “봉지를 열어보면 복숭아 10개 중 3개는 쩍쩍 갈라져 있다”며 “나중에 수확해서 선별해보기 전까지는 피해가 얼마나 될지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올해는 꽃이 늦게 피었고 열매도 줄었는데, 그나마 남은 복숭아들도 열과나 습한 밤에 나타나는 벌레 피해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노씨는 “지난 3~4월에 복숭아 겉피부 세포가 상하면서 살짝 죽어버린 상태였다. 봄철에는 온도 편차가 너무 커서 생육에 문제가 많았고, 꽃도 평년보다 일주일 정도 늦게 피었다”며 “여름 들어선 열대야가 계속돼 밤에도 26도 이상으로 오르면서 복숭아가 쉬지 못하고 과도한 생육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물고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자 벼 농가에서도 벼 이파리가 빨개지며 타들어가는 현상을 겪고 있다. 화순에서 벼농사를 짓는 이모(44)씨는 “현재 모가 손 한뼘 정도 자랐는데, 고온 현상으로 이파리가 빨갛게 탔다”며 “고온 현상으로 논에 들어가 있는 물도 뜨거워서 더 심하다”고 말했다.

양봉업자들도 초비상이다. 기온이 너무 높아서 꽃이 말라버려 꽃가루 생산이 안 되고, 벌들이 먹을 식량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광주시 광산구 평동에서 40년째 양봉업을 하는 이준경 광주시농민회 회장은 “벌이 먹을 꽃가루가 없어 인공으로 꽃가루를 공급하는 상황이다. 지난해에도 너무 더워서 벌집이 녹아내리고 여왕벌 산란도 되지 않았는데 올해도 막심한 피해를 입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은 비가 11일째 오지 않고, 예보된 소나기마저 단 한 차례도 내리지 않은 상황이라 폭염을 뚫고 지하수를 끌어와 한없이 물을 뿌리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더욱이 이상기온으로 인한 피해는 태풍 등 재해처럼 눈에 띄는 피해가 아니다 보니 섣불리 피해 신고를 하기도 조심스럽다는 것이 농민들 입장이다.

이준경 회장은 “비가 내리지를 않아 고추, 깨, 수박 등 밭작물이 다 가물어 있는 상태라 폭염 피해에 더욱 취약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일주일 가뭄이 더 이어진다면, 농작물의 상품성이 떨어지는 건 물론 대규모 피해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광주·전남 대부분 지역에서는 최고체감온도 35도 안팎의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광주와 전남 19개 시·군(나주·장성·화순·보성·광양·영암·순천·광양·구례·곡성·완도·고흥·여수·강진·무안·영광·장흥·함평·해남)에 폭염경보가, 목포·신안·진도, 거문도·초도 폭염주의보가 발효돼 유지 중이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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