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해’ 용 그림으로 비상을 꿈꾸다
2023년 12월 28일(목) 21:05
‘미르, 나르샤’ 은암미술관
김생수·김창덕·김혜민 등 참여
박하용 작가 ‘새해맞이 용 그림 전’
29일부터 민 아트갤러리

은암미술관에서 열리는 ‘미르, 나르샤’전의 전시실 모습.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다. 예로부터 용은 상상 속 영물로 인식돼 왔으며 다양한 설화를 비롯해 속담, 격언 등에 비유됐다. 특히 용은 잠재적 가능성을 내재하는 의미로 표상돼 왔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신분 상승을 용이 날아오르는 것에 빗댄 비유로 많이 활용된다. 등용문을 거쳐 입신출세를 하게 되는 상황을 그와 같은 속담과 연관할 만큼 용을 신성시했다.

청룡의 해를 맞아 용의 의미를 다채롭게 고찰해 보는 2개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미르, 나르샤’와 ‘새해 맞이 용 그림 전’이 그것.

먼저 은암미술관(관장 채종기)의 ‘미르, 나르샤’는 사람들의 염원이 투영된 상상 속 동물인 용을 초점화한다. 용은 순 우리말로 ‘미르’라고 불린다. 또한 갑진(甲辰)은 푸른색을 상징하는 ‘갑’, 용을 상징하는 ‘진’이 결합해 청룡(靑龍)의 의미로 수렴된다.

28일부터 개막돼 내년 1월 15일까지 진행되는 전시는 상상과 간절한 바람이 투영된 용을 현실 속으로 불러들인다. 모두 5명의 초대작가와 1명의 연구자로 구성돼 있다. 김생수, 김창덕, 김평준, 김혜경, 임종두 작가는 자신만의 화풍으로 용을 선보이며 손희하 국어학자는 용의 의미를 세세하게 풀어낸다.

도자에 그려진 김창덕 작가의 ‘용이 나르샤’는 구름을 헤치며 하늘을 나는, 역동적인 용을 포착한 작품이다. 도자를 휘감은 몸체와 신령한 기운은 승천이 지니는 의미는 물론 도약과 전진을 함의하고 있어 약동의 기세를 느끼게 한다.

김창덕의 ‘청화운룡’에서는 강렬한 기세가 배어나온다. 성큼성큼 내달아 하늘로 날아오르려는 용의 치켜 뜬 두 눈과 갈퀴 같은 날카로운 발톱은 지상의 어느 동물과는 견줄 수 없는 강인함과 신성함을 준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색해온 임종두 작가는 용의 의미에 중점을 둔 작품을 선보인다.

김혜민 학예연구원은 “이번 전시는 용과 관련된 다양하면서도 독창적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라며 “저마다 비상하는 용처럼 내년에는 모두의 바람이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손희하 국어학자는 용을 매개로 한 지명이 기록된 지도를 선보인다. 농경사회에서 구름과 비를 주관했다고 믿었던 용을 모티브로 한 지명은 인문학적 상상력을 갖게 한다.

민 아트 갤러리서 열리는 박하용 그림전-‘청룡’
박하용 작가의 ‘용 그림 전’은 민 아트 갤러리(광주 상무 민주로)에서 볼 수 있다. 29일부터 2024년 1월 6일까지.

작가는 인간은 태어나면서 누구나 갖게 되는 띠, 그 가운데 용의 띠를 주목했다. 12간지 중 하나인 용이 인간의 삶에 깊이 투영된 흔적과 자연과의 결합 속에서 드러나는 다채로운 양상 등을 들여다본다.

푸른 색 무늬와 붉은 비늘이 인상적인 ‘청룡’이 오색의 구름을 헤치고 하늘로 비상하는 모습은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성난 듯 크게 벌린 입과 부릅뜬 두 눈은 기세등등해 압도당할 정도다.

박하용 작가는 “국내외 적으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새해는 모든 사람들에게 평화와 안정이 깃들기를 기원한다”며 “용이 발하는 상서로운 기운에 힘입어 만사형통, 성취, 행운 등이 함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