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온기 ‘본향을 찾아오다’…출향작가들 모임 ‘무진회’ 정기전
2023년 11월 22일(수) 19:40
26일까지 광주예술의전당 전시실
고완석·송용·정란순 등 43명 참여

출향화가들의 모임인 무진회가 제20회 정기전(26일까지)을 10년만에 광주에서 연다. 관람객들이 광주예술의전당 전시실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

‘고향’과 ‘본향’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전자는 태어나고 자란 곳을, 후자는 시조(始祖)가 난 곳 또는 본토를 뜻한다. 고향이 자신의 대까지만 한정한다면 본향은 좀 더 근원적인 의미까지 포괄하는 것 같다.

“사는 곳이 고향”이라는 말이 있지만, 사는 곳이 본향이라는 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 두 어휘의 무게감이 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다.

광주와 전남을 떠나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출향화가들이 10년만에 전시를 열어 화제다.

출향작가들 모임인 ‘무진회’(회장 정란숙)가 20회 정기전을 광주예술의전당 전시실에서 오는 26일까지 진행한다.

‘무진회, 본향(本鄕)을 찾아오다’라는 전시 주제는 전시의 의미를 오롯이 담고 있다. ‘고향을 찾아오다’로 하지 않고 ‘본향을 찾아오다’로 한 것은 그만큼 고향에 대한 애정이 깊음을 뜻한다.

정란숙 회장은 “고향은 모두의 꿈이다. 그리고 본향이기도 하다. 10년 만에 광주에서 전시를 갖게 돼 너무나 기쁘다”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다정한 온기는 잊을 수 없다. 그 온기를 느끼고자 10년 만의 광주 전시는 작가들의 마음 온도를 높여 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모두 43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서양화, 동양화, 조각 등 작품들도 다채롭다. 고완석, 공병, 곽봉수, 김봉빈, 김동희, 박현수, 송용, 정란순, 정애숙, 정회남, 하철경, 홍문규 등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당초 무진회는 지난 2001년 4월 창립됐다. 광주전남 출향작가들이 김영중 작가의 연희조형관에 모여 서로 소통하고 의지하며 창작활동을 도모하자는 취지였다. 그동안 코로나 등으로 2회 정기전을 열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전시를 개최해오고 있다.

광주에서는 지난 2013년 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에서 ‘무등+Dream’ 전시 후 10년 만이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벽면에 걸린 다양한 작품들이 ‘고향 사람들’을 맞이한다. 오랫동안 작가의 길을 걸으며 자신만의 화풍을 구축한 이들의 작품은 그 자체로 빛을 발한다.

곽봉수 작가의 ‘정화수’(井華水)는 화사한 동양화로 눈길을 끈다. 새벽나절 고향 부뚜막에 정화수를 떠놓고 집안과 자식의 복을 빌던 어머니와 할머니를 연상하게 하는 작품이다. 까만색의 우물 정(井), 파란색의 물, 그리고 주위를 물들인 붉은색은 복을 빌던 옛 어른들의 간절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김승근 작가의 ‘相生’은 푸른색 계열의 추상화다. 하얀 꽃과 흩날리는 푸른 잎, 전체적으로 생동감이 느껴지는 화면은 보는 이에게 편안함과 쉼을 준다. ‘相生’이라고 제목을 정한 이유가 가늠된다.

송용 작 ‘시.공.새’
송용 작가의 ‘시.공.새’는 철학적이지만 무겁지 않고 경쾌하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그 사이를 비행하는 새의 이미지를 묘사했는데 구분할 수 없는 시공간이 모호하지만 아름답게 다가온다. 파란색의 하늘을 향해 높다랗게 솟은 육지는 산과 바다 등이 오색으로 겹쳐져 독특한 분위기를 발한다.

정란숙 회장은 “80대 작가들의 작품도 몇 점 있는데 관람객들이 보고 젊은 화풍에 깜짝 놀란다”며 “무진회는 앞으로도 꾸준히 출향작가들의 버팀목으로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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