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 - 정세랑 지음
2023년 11월 04일(토) 12:00 가가
환귀금성(還歸金城), 통일신라시대 수도 금성으로 귀환한 설자은이 펼치는 ‘액션’, ‘명랑’, ‘추리’, ‘미스테리’ 활극.
소설을 읽다 보면 간혹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하고 싶은 인물들이 있다. 사랑, 공감, 연민으로 인해, 그저 하릴없이 마음이 끌리는 등 이유야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고군분투하면서 목표하는 바를 이뤄가는 주인공’에게는 온 마음을 다 주고 싶다.
정세랑이 만들어 낸 ‘설자은’은 그런 캐릭터로 읽힌다. 통일신라 신문왕 시대, 죽은 오빠 ‘자은’으로 변장해서 살아가는 남장화소 모티브가 녹아 있어 고된 운명을 살아 간다. 집안을 일으켜야 하는 의무를 짊어지고 귀향하던 배 위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면서 펼쳐지는 서스펜스는 주인공의 혼곤한 삶에 마음을 기울이게 한다.
독자와 평단의 신뢰를 받고 있는 정세랑이 ‘설자은, 금성으로 돌아오다’로 3년 만에 돌아왔다. 이번 책은 설자은 시리즈의 첫 권으로 앞으로 ‘설자은, 불꽃을 쫓다’, ‘설자은, 호랑이 등에 올라타다’ 등을 꾸준히 출간한다는 계획. 그동안 ‘시선으로부터’, ‘보건교사 안은영’으로 약자와 부조리를 해부하던 시도에서 조금 탈각해, 역사소설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점은 새로운 소설적 세계를 기대하게 만든다.
“다음 여름이 될 때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곪은 채로 둘 수는 없었다. 염을 품고는 좋아하는 일도 좋아할 수 없고, 아끼는 이도 아낄 수 없다. 처음엔 도은을 위해서 시작했지만, 자은의 염려는 어느새 육부 여자들 전체에게로 번지고 있었다.”
소설은 타자에 대한 원한인 ‘염(炎)’을 품고서 이 세상에 어떠한 사랑도 태어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역사소설을 표방하지만 전작들에서 정세랑이 천착해 온 주제 의식이 작품 전반에 어떤 기류처럼 흐르고 있는 것 같다. <문학동네·1만68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소설을 읽다 보면 간혹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하고 싶은 인물들이 있다. 사랑, 공감, 연민으로 인해, 그저 하릴없이 마음이 끌리는 등 이유야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고군분투하면서 목표하는 바를 이뤄가는 주인공’에게는 온 마음을 다 주고 싶다.
소설은 타자에 대한 원한인 ‘염(炎)’을 품고서 이 세상에 어떠한 사랑도 태어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역사소설을 표방하지만 전작들에서 정세랑이 천착해 온 주제 의식이 작품 전반에 어떤 기류처럼 흐르고 있는 것 같다. <문학동네·1만68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