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믈렛 - 임유영 지음
2023년 10월 27일(금) 14:00 가가
“알 수 없는 것을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붙잡아두어도 될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보이지 않게 두어도 될까./ 따뜻한 거 먹이고 싶다.”
차가운 새벽, 우리들의 알몸에 따뜻하고 샛노란 ‘오믈렛’을 이불처럼 덮어주는 시. 인간의 좁은 식도에 ‘따뜻한 거’ 흘려 보내며, 폭력적 세계에 비폭력적으로 항거하는 시.
최근 임유영이 펴낸 첫 시집 ‘오믈렛’을 이렇게 소개하고 싶다. 등단 당시부터 일상적인 언어와 평범성 속에 숨어있는 안온한 시선으로 호평을 받았는데, 이번 작품집 전편에도 독특한 리듬과 일상성에 천착하면서 타자를 위로하는 따듯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 둘레를 따라 걷고 있다 둘레는 늘어나고 줄어들고 거듭하고 까치의 것이었다가 까마귀의 것이었다가 비둘기의 것이길 반복한다 담배 피울 수 있는 곳은 없다”(‘구역’ 전문)
약자를 위무하는 시편들이 많지만 이번 시집은 세계의 단면을 날카롭게 해부하려는 시도처럼 다가온다. 위 시 ‘구역’은 존재들이 점유하고 있는 구역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담배 피우면서 휴식할 곳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다양한 존재들이 ‘구역’을 두고 경합하면서 죽음(까마귀), 비둘기(평화) 따위를 상징하지만, 막상 ‘담배’ 피울 일상적 행복은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은유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이번 시집은 담담한 묘사도 놓치지 않았다. 새끼 곰을 소재 삼는 ‘단단’, 개에게 손을 잘못 물린 이야기를 그린 ‘너의 개도 너를 좋아할까-D에게’ 등은 일상성, 타자성, 치유와 연대, 여성성을 오간다. 다양한 주제들은 임유영의 넓은 시적 스펙트럼을 짐작케 한다. <문학동네·1만20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차가운 새벽, 우리들의 알몸에 따뜻하고 샛노란 ‘오믈렛’을 이불처럼 덮어주는 시. 인간의 좁은 식도에 ‘따뜻한 거’ 흘려 보내며, 폭력적 세계에 비폭력적으로 항거하는 시.
“이 둘레를 따라 걷고 있다 둘레는 늘어나고 줄어들고 거듭하고 까치의 것이었다가 까마귀의 것이었다가 비둘기의 것이길 반복한다 담배 피울 수 있는 곳은 없다”(‘구역’ 전문)
그러면서도 이번 시집은 담담한 묘사도 놓치지 않았다. 새끼 곰을 소재 삼는 ‘단단’, 개에게 손을 잘못 물린 이야기를 그린 ‘너의 개도 너를 좋아할까-D에게’ 등은 일상성, 타자성, 치유와 연대, 여성성을 오간다. 다양한 주제들은 임유영의 넓은 시적 스펙트럼을 짐작케 한다. <문학동네·1만20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