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로 평론가로…프랑스인 시선으로 들여다 본 한국소설
2023년 10월 19일(목) 19:40 가가
프로방스 숲에서 만난 한국문학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지음, 이태연 외 옮김
장클로드 드크레센조 지음, 이태연 외 옮김
“한국에서 한국어로 씌어진 소설이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그 소설을 읽은 프랑스인이 독자로서, 번역자로서, 또한 평론가로서 작품을 품에 안듯, 쓰다듬듯, 파헤치듯, 자신만의 관점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갔다.”
번역자 이태연의 말처럼 ‘프로방스 숲에서 만난 한국문학’은 익숙한 한국 소설을 ‘외부자’의 또 다른 시선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책의 저자 장클로드 드크레센조는 한국과 친숙한 인물이다. 그는 프랑스 엑스마르세유 대학교에 한국학을 창설, 한국학 주임교수를 역임했다. 한국문학 공동 번역가로 활동하며 한국문학 전문 웹진 ‘글마당’과 한국문학 전문 출판사 드크레센조를 창립해 한국 현대 문학작품을 출간하고 있다. 또 한국문학번역원 공로상, 문화부가 수여한 ‘프랑스-한국상’도 받았다.
코로나 19팬데믹의 봉쇄 상황에서 한국문학을 다시 읽기 시작한 그는 “한국문학이 신기하게 현대의 정서와 공명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하며 한국문학 속에 나타난 다채로운 ‘적’의 형상을 추적한다. 마치 ‘한국소설 선집(選集)’ 같은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소외, 가족 붕괴, 욕망과 절제 등 다양한 주제를 드러내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정성스레 읽어낸다.
책의 1부 ‘나와 나의 적’, 3부 ‘이후의 세상’에서는 김애란의 ‘나는 편의점에 간다’, 박민규의 ‘죽은 황녀를 위한 파반느’, 편혜영의 ‘재와 빨강’을 통해 “고독, 기술 중독, 소통의 어려움, 의식과 정체성의 위기 같은 익숙한 형태의 적들”을 발견해낸다. 또 한국 청춘의 키워드가 된 욕망과 절망, 자살을 그린 장강명의 소설 ‘표백’의 탄생 배경을 분석한다.
그밖에 이인성의 장편소설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 은희경의 단편소설 ‘아내의 상자’, 한유주의 ‘막’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미 전작 ‘다나이데스의 물통-이승우의 작품 세계’를 통해 이 작가의 장편소설 6편을 유럽 문학, 철학과 연결해 분석한 그는 이번 책에서는 이승우의 또 다른 장편 ‘캉탕’과 단편소설 ‘넘어가지 않습니다’ 등을 분석한다.
그밖에 한국의 대표작가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 ‘개밥바라기 별’, ‘수인1·2’ 등 다양한 소설을 넘나들며 그의 작품 속 ‘관대함’의 미덕을 추적한다.
2부 ‘막간극’에는 한국 소설과의 만남과 한국에 체류하며 겪었던 일들이 담겼다.
한국에 올 때면 언제나 찾았던 인사동 포장마차를 “아주 강렬하고 진실하고도 인위적인 사회성을 보여주는 장소이자, 배제될 걱정 없이 비애가 방출되는 곳”이라 추억하고, 이인성과 식사를 하며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점집과 현실 속 점집을 헷갈린 일화 등을 소개한다.
<문학과지성사·1만6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번역자 이태연의 말처럼 ‘프로방스 숲에서 만난 한국문학’은 익숙한 한국 소설을 ‘외부자’의 또 다른 시선으로 들여다본 책이다.
그밖에 이인성의 장편소설 ‘미쳐버리고 싶은, 미쳐지지 않는’, 은희경의 단편소설 ‘아내의 상자’, 한유주의 ‘막’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미 전작 ‘다나이데스의 물통-이승우의 작품 세계’를 통해 이 작가의 장편소설 6편을 유럽 문학, 철학과 연결해 분석한 그는 이번 책에서는 이승우의 또 다른 장편 ‘캉탕’과 단편소설 ‘넘어가지 않습니다’ 등을 분석한다.
그밖에 한국의 대표작가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 ‘개밥바라기 별’, ‘수인1·2’ 등 다양한 소설을 넘나들며 그의 작품 속 ‘관대함’의 미덕을 추적한다.
2부 ‘막간극’에는 한국 소설과의 만남과 한국에 체류하며 겪었던 일들이 담겼다.
한국에 올 때면 언제나 찾았던 인사동 포장마차를 “아주 강렬하고 진실하고도 인위적인 사회성을 보여주는 장소이자, 배제될 걱정 없이 비애가 방출되는 곳”이라 추억하고, 이인성과 식사를 하며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점집과 현실 속 점집을 헷갈린 일화 등을 소개한다.
<문학과지성사·1만6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